“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모든 기대 무너졌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2.23 17:02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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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신임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
© 시사저널 최준필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2월17일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이로써 김종인 더불어 민주당 대표에 이어 박근혜 정권을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두 공신이 모두 야당에 몸담게 됐다. 이 교수는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오는 4·13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시사저널은 2월18일 서울 마포에 있는 국민의당 당사에서 이상돈 신임 선대위원장을 만났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전에 내세웠던 주요 의제를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다”고 평가한 이 위원장은 “양극화한 정치권에 의미 있는 제3정당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2월 초 국민의당 합류 의사를 밝힌 후 열흘 이상 지나 입당했다.

처음 더민주에서 탈당 얘기가 나올 때부터 영입 의사 타진이 있었다. 특히 먼저 탈당한 황주홍 의원은 대학교수라 그런지 교류가 꽤 있었다. 또 2014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과 김한길 의원 등과도 교류를 했었다. 당시 야권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공유했다. 결국 야권이 변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나서게 됐다.

처음 합류 얘기가 나온 후 실제 합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참여할 의사만 밝혔던 것이 입당한다는 얘기로 와전된 탓이다. 그사이 휴가를 보냈고, 당이 잘될 수 있을 것인지, 현실 정치에 복귀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좀 했다.

현재의 국민의당 상황을 어떻게 보나?

국민의당 출범 당시 선결 요건으로 생각했던 것이 있었다. 바로 김한길·박영선 의원 영입과 원내교섭단체 구축 등이다. 그런데 김 의원은 영입했지만 박 의원은 그대로 남았다. 또 원내교섭단체도 꾸리지 못했다. 지지율도 초반보다 조금 떨어진 상태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적인 신념이나 지향하는 바는 확고한 면이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많이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라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여야에 질식한 사람들이 표를 주고 싶어하는 정당이 돼야만 한다. 복지를 등한시하지 않으면서도 무상복지만 억지스럽게 외치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국민의당 입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신이 모두 떠나게 됐다.

박근혜 정부에 기대했던 것은 국민대통합과 정치 쇄신, 경제민주화였다. 하지만 집권 후에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나 나나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대선 당시에는 박근혜 후보가 그런 공약들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해봤기 때문에 의회를 존중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모든 기대가 무너져버렸다.

선대위원장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닥치는 대로 다 해야지(웃음). 선대위원회가 발족하게 되면 기본적인 선거 전략이나 방침 등을 빠르게 정하도록 할 것이다. 또 공천도 서둘러서 해야 한다. 물론 공천위원회나 최고위원회에서 정하겠지만 선대위원회에서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울 생각이다.

‘현역 물갈이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국민의당 내 현역 의원이 17명인데 물갈이할 만한 숫자가 되지 않는다. 뭘 ‘물갈이’할 수 있겠나(웃음). 결국 공천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주로 참고해야 되지 않나 싶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빠르게 공천 절차를 확정할 것으로 본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2월17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안철수 공동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당 노선이 어느 지점에 있다고 보나?

노선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준(準)야당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정치가 양극화됐기 때문에 무당파와 제3당을 갈망하는 유권자를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4·13 총선 목표를 40석으로 정했다.

최소 40석 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민련이 1996년에 50석을 차지했던 것에 비춰봤을 때 최소한 40석은 해야 정당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개성공단 폐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폐쇄에 대해 맞는다고 얘기한 게 아니라 전제를 두고 얘기했던 것이다. 만약에 국제 공조 차원에서 공단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면 철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청와대의 소통 방식이다. 폐쇄 배경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지 못하더라도 정당 지도자에게는 알렸어야 했다.

“햇볕정책은 실패”라고 했는데.

햇볕정책뿐만 아니라 모든 정권의 북한 정책이 실패했다는 얘기다. 햇볕정책을 계속했으면 북한이 핵 무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말이 안 된다. 핵실험은 노무현 정권 때 했다. 원자력발전소 만들자고 핵실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2007년 대선 당시 여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가 북의 핵실험이었다. 이미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은 사안이다. 이를 두고 ‘햇볕정책을 계속하지 않아서 북한이 핵무장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궤변이다.

북한 관련 문제가 가장 큰 이슈로 떠올랐다.

북한 이슈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이기 때문에 청와대 안보실장이든 국정원이든 나서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믿어라’는 식으로 나온다. 게다가 여론은 오히려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경향이 많다. 이번 총선이 이처럼 안보 프레임으로 간다면 야권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야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국민의당에 내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언론을 통해서 그런 얘기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선대위가 발족하면서 문제가 없어졌다고 보는 게 맞다.

공동선대위원장인 김한길 의원과의 관계는 어떤가?

교류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김한길 의원과는 과거부터 잘 통하는 면이 있었다. 김 의원이 소설가이자 문필가다 보니 나와 통하는 게 있다.

‘호남판 자민련’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수도권에선 당선되는 사람이 좀 있을 것이고, 호남에선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간에서 우려하는 ‘호남판 자민련’을 탈피하려면 수도권 선전(善戰)과 비례의석 확보가 필요하다. 지지율을 20% 내외로 올릴 필요가 있다. 두 달 남짓 남았으니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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