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웨이트 정부 "현대건설, 자베르 연륙교 부실공사했다"
  • 조해수·조유빈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2.29 00:55
  • 호수 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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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쿠웨이트 정부가 현대건설에 보낸 ‘부실 공사 경고’ 문서 단독 입수… “되풀이되는 실패와 공기 지연” 강력 항의
자베르 연륙교 조감도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쿠웨이트 자베르 연륙교 공사에 심각한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발주처인 쿠웨이트 정부 측이 현대건설에 보낸 공식 감리서 등 관련 문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쿠웨이트 정부 측은 현대건설에 보낸 공식 감리서를 통해 “되풀이해 발생하는 실패와 이로 인한 공기(공사기간) 지연에 대한 모든 결과는 오로지 현대건설의 책임이다. (이와 같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시정 방안을 즉각 제출하라”면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어떤 실패에 대해서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한 상판 제작 부분은 공사 중단(타절)으로까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쿠웨이트 기업에 피해가 확산되면서 현지 기업들이 주(駐)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을 찾아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자베르 연륙교는 세계 최장 해상 교량으로 쿠웨이트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건축물이며, 한-쿠웨이트 경제 협력의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부실 논란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교량의 안전성 문제는 물론, 국가 신뢰도 추락으로 제2의 중동 건설 붐을 맞아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동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현대건설이 공사 중단의 모든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기려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논란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업체들 한국대사관 항의 방문 소동

지난 2013년 11월 시작된 자베르 연륙교 공사에 불협화음이 발생한 것은 올해 초다. 현대건설이 1월 하순께 해상 교량 상판 제작 부분에 대한 공사 타절 통지서를 발송했고, 이를 담당했던 하도급업체 동방엔지니어링 측은 직원 전원을 철수시켰다. 불똥은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에 날아들었다. 공사에 참가한 현지 기업들이 대사관을 찾아가 공사 타절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요청하며 공식 항의한 것이다. 대사관 측은 이를 국가 신뢰도와 직결된 심각한 문제로 보고 국토교통부에 즉각 보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대사관의 ‘자베르 해상 교량 프로젝트 동향(협력업체 타절 관련 분쟁)’을 보면 “(공사 타절로 인해) Arabcointl, United Nation, Al-Shaheen 등 쿠웨이트 기업 6개사는 1월27일 당관을 방문하여 금전적 피해 규모(약 5만~10만KD, 한화로 약 2억6000만~4억1000만원)와 조속한 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접수함. 일부 방문 기업인들은 당지 언론 등에 피해 사실을 알려 공론화하겠다고 언급”이라면서 “금번 분쟁으로 인해 당지 한국인 및 쿠웨이트 기업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현대와 동방 측이 협의하여 원만히 해결토록 요청하는 한편, 한국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현대건설이 당지 에이전트와도 협력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줄 것을 당부함”이라고 보고했다.

문제는 발주처인 쿠웨이트 정부(공공사업부·Ministry of Public Works)가 현대건설의 공사 능력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베르 연륙교 전체 공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쿠웨이트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현대건설 측에 공식 항의를 했으며 모든 문제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베르 연륙교 감리단이 현대건설 측에 보낸 문서를 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은 공사 초기서부터 불거진 2개의 Pilot Pile과 Full Scale Test Files의 품질 문제부터 3.5미터 Main bridge pile에 들어가는 Rebar Cage의 잘못된 설치와 40미터, 60미터 반력벽의 문제점, 그리고 현재의 60미터 거더 생산 실패에 관하여 심도 깊게 고심해야 할 것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공사 초기부터 부실공사가 계속돼왔음을 알 수 있다. 1월 현재 공정률은 40%를 넘어섰으며 Pilot Pile, Full Scale Test Files, Main bridge pile, Rebar Cage는 현대건설이 직접 공사하는 구간이다.

쿠웨이트 정부 측은 공식 감리서를 통해 부실 공사를 수차례 경고했다. 주 쿠웨이트 한국 대사관이 국토교통부에 보낸 문서(맨 오른쪽)와 쿠웨이트 정부의 공식 감리서.

“현대건설이 전체 공사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심지어 현대건설은 미승인 도면을 사용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상판 관련 도면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현대건설 측으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 승인되지 않은 도면을 귀사(현대건설)의 협력업체인 동방엔지니어링이 공장동에서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귀사는 미승인도면을 사용하는 점에 대한 정확한 규명을 해야 한다. 발주처의 승인을 얻지 않은 도면을 사용하므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 및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공기의 지연에 대해 경고한다.

현대건설이 정식 작업 지시서가 첨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 소장의 명의가 아닌 현장 공무과장의 이름으로 공사 착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측은 “감리단의 지적을 받아들여 도면이 승인 날 때까지 공사를 연기했으며 이에 대한 손실금을 하도급업체에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결국 모든 책임은 현대건설의 몫이라고 수차례 못 박고 있다.

현대건설이 전체 협력업체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는 등 시공사의 의무를 계속해서 회피한다면, 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전체 공사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다. 현대는 (현재발생하고 있는) 이런 분위기를 통제하고 계약 관계인 모두를 만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현대건설 측은 반복된 실패, 특히 전체 공기의 지연을 가져오는 것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현대건설 측은 공사 타절로까지 이어진 원인이 하도급업체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의 보고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대 측은 “(협력업체인) 동방(엔지니어링)의 자금난으로 인한 하청 부문 사업 추진 지연, 교량 상판의 제작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즉, 동방엔지니어링이 상판 제작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리단이 현대건설에 보낸 문서를 보면 모든 책임이 현대건설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동방엔지니어링의 시공능력에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동방(엔지니어링)의 공사 능력에 대해서 실망감을 재차 강조한다. 이번 60미터 거더제작뿐만 아니라 40미터 반력벽 파손과 관련해, 약 1000개의 거더 제작을 담당해야 할 동방의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 공사 시방서를 질적으로 만족시킬지 의문이다.

동방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제공한 콘크리트 재료의 품질이 현저히 미달됐기 때문에 사진과 같은 부실 공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건설 콘크리트 현저히 품질 미달”

동방엔지니어링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동방엔지니어링은 “현대 측이 발주처로부터 설계도면을 제때에 승인받지 못해 공사가 지연됐고, 상판 제작과 관련해 현대 측이 제공한 자재 부실 등으로 인한 손해가 막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기 지연이나 제작 부진의 1차적 원인을 현대건설이 제공했음에도 모든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방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제공한 콘크리트 재료의 품질이 시방서 기준에 현저히 미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교량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약 동방엔지니어링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대건설은 물론 우리나라의 국가 신뢰도 역시 치명타를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쿠웨이트 정부가 지적한 것처럼 공사 현장에서는 갈라져 금이 가거나 콘크리트가 떨어져나간 구조물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동방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제공한 콘크리트를 쿠웨이트에서 공인된 품질 테스트 기관인 ‘NBTC’에서 분석한 결과, ‘강도 기준 미달’로 나왔으며 국내 대학 기관에 분석 및 검토 의뢰한 결과 또한 ‘콘크리트 품질 기준 미달’로 나왔다”면서 “현대건설 콘크리트 품질 담당자 및 현장 공무팀 또한 이를 인정했지만 현대건설 현장 직원들의 안위만을 염려하며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현대건설은 동방 측에 대한 하도급 계약을 해지했고, 동방 측은 이에 대응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자베르 연륙교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감리단이 우리(현대건설)에게 수차례 지적을 한 것도 사실이고, 이로 인해 현지 기업이 주쿠웨이트 대사관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공사현장이라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라면서 “상판 제작과 관련해 하도급업체와 분쟁이 일어났지만 공사가 중단된 것은 10여 일에 불과하다. 이 또한 일부구간에 불과하다. 하도급업체를 대신해 현대건설이 직접 공사를 맡고 있다. 공사 중단은 있을 수 없으며 쿠웨이트 정부도 현대건설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3월2일 쿠웨이트 자베르 연륙교 건설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첫 순방지는 쿠웨이트였다.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 첫날인 3월2일, 한·쿠웨이트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자베르 연륙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사업 현황과 애로사항 등을 청취했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자베르 코즈웨이가 쿠웨이트와 한국을 잇는 우정의 가교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을 적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콘셉트는 쿠웨이트가 추진 중인 대형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우리 기업 진출 지원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중동 붐을 다시 일으켜 우리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착공한 자베르 연륙교는 쿠웨이트시티와 북부 실크시티를 연결하는 다리로, 48㎞에 이르는 세계 최장 해상 교량이다. ‘쿠웨이트 북부 개발 핵심 국책 인프라 사업’으로 시작된 연륙교 공사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지난 2012년 11월 턴키 방식으로 수주했고, 2018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 규모는 전체 3조원에 이른다. 박 대통령이 ‘제2의 중동붐’을 여는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연륙교는 ‘쿠웨이트와 한국 경제 협력의 아이콘’이라고 불린다.

대통령의 건설 현장 방문은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중반 우리 기업 중동 진출을 성사시킨 이후 40여 년 만이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중반 중동 건설 붐이 일었던 건설 사
업을 성사시킴으로써 우리 경제 발전의 기반을 만들었지만 그해 발생한 10·26 사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런 의미에서 박 대통령이 방문한 자베르 연륙교 건설 현장은 한·쿠웨이트 경협은 물론 중동 건설 진출의 상징 같은 곳”이라고 언급하면서 중동 순방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건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중동으로 눈을 돌렸던 1970년대부터 중동 건설에 참여했던 기업이다. 현대건설은 당시 사업 규모가 9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 이후 사우스파의 초대형 가스 처리 시설 공사,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 시설 준공,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프로젝트 수주를 맡았다. 지금도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이라크·오만을 비롯한 중동 6개국에서 30여 개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중동 건설 사업의 대표성을 띠는 현대건설이 주베일 산업항 공사 이래 최대 중동 토목공사를 다시 맡은 것이다. 현대건설이 주교량 36.14㎞ (main link)를 맡은 연륙교 공사에 대해 쿠웨이트 정부와 국왕은 큰 신뢰를 보냈다. 박 대통령 순방 당시 쿠웨이트의 사바 국왕은 “쿠웨이트 정부와 국민은 한국과의 특별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특히 쿠웨이트의 자랑스러운 기념물이 될 자베르 연륙교와 무바라크 항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바 국왕은 또 “한국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더라도 훌륭하게 이를 완수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며 한국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연륙교 부실 공사가 ‘국가 간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한동안 주춤했던 ‘중동 붐’이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다시 탄력을 받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의 중동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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