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한국인이라면 <귀향> 꼭 보세요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3.03 17:50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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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귀향>이 2월24일 개봉 후 이틀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다룬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죽만 울리는 데 그친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이 영화는 특이하게 ‘鬼鄕’이라는 한자 표기를 씁니다. ‘귀신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이죠.

 

저는 이 영화를 2월15일 코엑스 메가박스 시사회장에서 봤습니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조정래 감독과 친분 있는 제 지인의 초대로 간 탓에,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라는 것을 시사회장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본격적인 위안부 영화인 것 같아 일단 심호흡부터 했습니다.

 

영화는 이날 밤 8시56분에 시작해서 10시52분에 끝났습니다. 객석은 눈물범벅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끝나고 나서 엔딩 타이틀이 밤 10시53분부터 10분간 나오는데 관객들이 한 명도 일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잔혹한 장면이 많았는데 너무 끔찍한 장면에서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소리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100% 다 보지는 못했습니다. 창자가 상기됐는지 배가 터질 듯하더군요. 50여 년간 한국 땅에서 살아온 제가 가장 힘들게 본 영화가 이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뇌리가 착잡했습니다. 우선 든 생각이 “한국 남자로서 한국 여자에게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뜻의 ‘지못미’라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그 말이 딱입니다. 못난 한국 남자들 때문에 일본 제국주의에 능욕당한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참회의 기도를 올립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일본 군인들은 조선 소녀들을 강제로 잡아와서 무차별 구타한 후 강간을 일삼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위안소의 각 칸막이는 구타 아니면 강간이 이뤄지는 생지옥입니다. 일본 우파 등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위안부들이 ‘자발적 매춘부’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위안소 풍경 자체가 인류에 대한 극악한 범죄임을 입증합니다. 정작 조정래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증언한 내용의 10분의 1도 영화에 담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데 말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양주십일기(揚州十日記)>라는 책을 읽고 인간의 악마성에 전율한 적 있습니다. 그러나 1937~1938년의 남경대학살에서 입증된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악마성도 그 못지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근세 들어 동학혁명 때부터 일본은 한국인을 상대로 수많은 학살을 자행했습니다. 명성황후 시해, 구한말 의병 탄압, 3·1 운동 유혈 진압, 관동대학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극악범죄를 우리에게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일본에 반성은 줄기차게 요구하되 우리가 당한 역사를 있는 그대로 자세히 가르쳐 다시는 일본을 비롯한 외세에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좌파든 우파든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귀향>을 꼭 보시라고 권합니다. 2016년 삼일절 즈음해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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