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던 알파고의 첫 패배에 음모론 확산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3.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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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완벽한 시스템은 없다…이세돌이 약점 찾아낸 것"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컴퓨터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마침내 첫 승을 거뒀다. 세계적인 관심과 3연패의 극한 상황에서 부담감을 스스로 떨쳐냈다. 알파고도 결코 완벽하진 않다는 것을 ‘인간 이세돌’이 증명한 셈이다.

 

호기심에서 놀라움으로,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알파고의 첫 패는 또 다른 파장을 야기했다. ‘구글 딥마인드사가 고의로 시스템을 조정해 일부러 졌다’는 각종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AI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거나 한국 국민과 바둑 팬들의 정서를 고려했다는 설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음모론을 일축했다.

 

 

 


◆ 3연패 후 값진 승리…인간의 자존심 지켰다


지난 3월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벌어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4국서 이세돌은 알파고를 180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첨단 인공지능프로그램과 500번 대국해 499승을 기록한 알파고를 4번째 만에 물리친 값진 승리였다. 3월9일과 10일, 12일에 연패를 기록한 뒤 거둔 승리여서 더욱 빛났다.

 

알파고와 처음 맞붙은 3월9일 이 9단은 초반부터 변칙적인 수를 두다가 알파고의 승부수에 허를 찔려 불계패를 당했다. 3월10일 2국에서는 알파고의 변칙수에도 안정을 유지하는 차분한 스타일을 선보였으나 촉박한 시간과 알파고의 끝내기에 밀려 또 다시 항복을 선언했다. 승리 의지를 다졌던 이 9단은 3월12일 3국에서도 초반 싸움부터 밀리면서 패했다.

 

3연패에 몰린 이 9단은 마음을 비웠다. 3연패 이후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며 “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아직은 완벽히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 분명히 약점은 있는 것 같다”며 승리 의지를 다졌다.

 

이 9단은 4국에서 78수로 중앙 흑 한 칸 사이를 끼우는 묘수를 날렸다. 순간 대국을 중계하던 전문가들도 감탄사를 연발했다. 알파고는 이 9단의 전략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후 의문의 수를 남발한 알파고는 결국 돌을 던졌다.

 

이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인터넷으로 중계를 보기 위한 시민들이 몰리면서 경기 도중 각종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다. 3월14일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이 9단과 알파고의 4국을 중계한 의 평균 시청률은 8.7%였다. 이는 전주 일요일 동시간대 시청률인 3.5%보다 5.2%포인트 높은 수치다. 순간 1분 최고 시청률이 14.3%까지 치솟기도 했다.


◆ ‘일부러 졌다’는 사람들과 “허점 찾았다”는 제작사


이 9단의 첫 승리 이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음모론이 확산됐다.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경이로운 존재였던 알파고의 패배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합리적인 패배의 이유를 찾으려는 인지부조화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제작사의 말은 달랐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알파고의 패배 이후 열린 간담회에서 “알파고는 베타나 알파 버전이 아닌 프로토 타입”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에 이 9단처럼 기량을 갖춘 기사와 대결을 통해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알파고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게임의 승패를 통해 그 수가 어떤 수인지 밝혀진다”며 “오늘은 알파고가 졌으니 실수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데이비드 실버 박사도 “알파고는 계속 게임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훈련된 것이기 때문에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9단과 경기를 하면서 허점과 한계를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버 박사는 “알파고는 경우의 수, 확률 계산을 해 승률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주 목적”이라며 “이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수를 놓다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대국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알파고와 맞붙었던 이 9단은 “알파고가 노출시킨 약점은 2가지 정도”라며 “백보다는 흑을 조금 힘들어했고, 알파고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때 일종의 버그 형태로 몇 수를 진행하면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패배 이후 “약점을 찾지 못했다”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 9단이 알파고의 취약점을 간파하고 이에 대비한 전략을 펼쳤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전문가의 분석도 비슷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은 “대국 막바지 경우의 수가 줄어 알파고의 연산 능력이 빠르게 가동되는 여러가지 알고리즘이 이번 대국선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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