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
  • 중국 단둥=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8:58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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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입 자제령’ 이후 냉랭해진 북한 식당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로켓(광명성) 발사 이후 중국 단둥(丹東)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한국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냉랭해졌다. 단둥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에서 북한 식당 출입 자제령을 내린 직후부터였다. 단둥에서 프랜차이즈 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인 최 아무개씨는 “1월말에 한국에서 10여 명의 친구가 단둥에 여행 온 적 있다. 나는 북한 식당이 먹을 것도 없고 비싸기만 해서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도 (북한 식당에) 가보자고 해서 갔는데 여종업원들이 한국 사람인 걸 알고 딱딱하게 대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단둥의 압록강변에서 영업 중인 북한 식당은 6곳. 그중 ‘삼천리’와 ‘송도원’ 등은 북한에서 직영한다. 나머지는 중국인과 합자해서 운영되고 있다. 기자 일행은 3월9일 저녁 6시쯤 북한 식당 중 한 곳인 ‘류경식당’에 갔다. 이 식당 1층은 100여 평 정도로 중국인으로 보이는 손님 20여 명이 술을 마시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북한 식당은 저녁마다 공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복무원(종업원)들이 한복을 입고 노래와 춤, 악기 연주 등을 한다. 이날도 6시30분부터 7시까지 30분 동안 공연이 진행됐다. <도라지> <아리랑> 등 우리 민요와 중국 가요 등을 불렀다.

 

3월10일 저녁, 중국 단둥 압록강변에 위치한 북한 식당 ‘류경식당’이 화려한 조명을 밝힌 채 영업하고 있다. ⓒ 시사저널 김지영

 


영업이 안 되자, 여종업원 치마 길이 줄여

 

기자가 공연 장면을 사진 촬영하려고 하자 여종업원이 급히 다가와 “사진을 찍으시면 안 됩니다”라며 제지했다. ‘예전에는 사진을 찍었는데 지금은 왜 못 찍느냐’고 가볍게 항의했지만 “사진 찍으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중국 손님들의 사진 촬영도 역시 제지했다. 이미 찍은 사진은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 식당이 변했다. 한국 관광객을 가장한 기자 일행에게도 자신들이 필요한 말만 했다. 표정도 예전과 달리 무거웠다. 기자가 천안함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0년 6월 이 식당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여종업원은 밝은 표정으로 한국 손님을 대했다. 사진 촬영도 가능했다. 다만 당시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 북한 로동신문을 직접 들고 와서 “우리가 (천안함 사태를) 하지도 않았는데 왜 우리가 했다고 그럽니까”라며 가볍게 따지긴 했다. 이번처럼 아예 입을 다물지는 않았다. 기자가 ‘북한 식당 출입 자제령’이 지켜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요즘 한국 손님들 많이 오느냐’고 물었으나 돌아오는 건 가벼운 미소뿐이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손님 테이블과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다가 손님 술잔이 비면 즉각 와서 술잔을 채워주는 정도다.

 

북한 식당은 가격이 비싸다. 일반 식당의 3배 이상이다. 이들의 수입은 북한으로 송금된다.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인 셈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손님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식당 여종업원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졌다고 한다. 기자 일행이 찾은 3월9일 저녁에도 양장 차림의 여종업원 치마 길이가 무릎 위 5㎝ 정도까지 짧아져 있었다.

 

여종업원들은 북한에서 엘리트 집안 출신으로 알려졌다. 고학력자로 보통 3년 정도 북한 식당에서 외화벌이를 하다가 귀국한다고 한다. 이들은 언제쯤 예전처럼 밝은 표정으로 한국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 시점은 향후 남북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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