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뒤덮인 한반도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9:52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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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추적 리포트…178개국 중 171위 ‘최악’

‘PM-10 119, PM-2.5 초미세먼지 57’.

 

3월7일 오후2시 서울시 강남구청 별관 옥상에 설치된 서울시 대기환경측정소 내 측정 기기의 모니터에 숫자가 떴다. 실시간 분석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였다. 대기환경 기준에 따른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기준 농도는 각각 100과 50. 이날의 미세먼지 농도는 기준치를 초과한 수준이었다. 측정소를 관리하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측정관리팀 조석주 팀장은 “어제 발생한 짙은 황사의 영향으로, 황사가 짙은 날 미세먼지 농도 역시 높게 나온다”며 “국내 미세먼지 성분의 50%가량이 중국발(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월6일 올해 첫 황사주의보가 내려졌다. 앞선 3일 오후 몽골과 4일 중국 북부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발원된 이번 황사로 한반도 일대는 사흘간 모래먼지와 미세먼지의 영향 아래 있었다. 이번 황사로 서울 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50㎍/㎥ 내외를 기록했으며, 6일 새벽 인천 백령도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724㎍/㎥에 달하기도 했다. 황사주의보는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 400㎍/㎥ 이상이 2시간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1시간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800㎍/㎥ 이상일 경우에는 황사경보가 발령된다.

 

 


WHO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
 

매년 황사철이면 황사와 더불어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올해 첫 황사주의보 이후 ‘오늘의 미세먼지 농도’ ‘미세먼지와 황사 차이’ 등 미세먼지 관련 검색어들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많은 사람이 일기예보를 찾아보듯 미세먼지 예보를 찾아본다. 휴대폰 앱을 통해 실시간 미세먼지 정보를 받아보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낯선 단어였지만 이제는 일기예보만큼이나 친숙한 일상생활 용어가 됐다.

 

분진에 의한 극심한 대기오염이 사망자 수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한다는 사실은 1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1952년 영국 런던 스모그 등 대규모 재난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미세먼지는 천식과 같은 호흡기계 질병을 악화시키고, 폐 기능의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입자가 미세해 코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폐포(허파꽈리)까지 직접 침투해 천식이나 폐질환의 유병률과 조기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3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기도 했다.

 

지난 몇 년 사이 미세먼지는 주요 건강 이슈로 떠올랐으며 관련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 건강계측평가연구소 국제질병부담평가프로젝트(GBD) 연구진은 2월12일(현지 시각)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2030년이면 만성폐쇄성 질환이 전 세계 사망 원인 가운데 3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켜 폐 기능 저하, 호흡곤란 등을 동반하는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국내 환경보건의학계에서도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2011년 연구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올라갈 때 전체 연령대에서의 사망 위험은 0.95%, 65세 이상 연령집단에서의 심혈관계 관련 질환 사망 위험은 1.75%나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0㎍은 100만분의 1g이다.

 

 


미세먼지 농도 최고 인천, 최저 광주·대전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과 인하대 연구팀의 미세먼지와 사망률 연구 결과, 서울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올라갈 때마다 65세 이상 노인 등 대기오염에 민감한 집단의 사망률은 0.4%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의 영향은 더 커서 10㎍/㎥ 증가할 때마다 민감 집단의 사망률은 1.1%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코나 목의 섬모에서 걸러질 수 있지만 초미세먼지의 경우 장기 내 축적이 된다”며 “미세먼지가 위험한 이유는 중금속, 유해물질, 발암물질이 결합한 상태에서 체외 배출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호흡기질환과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체내 호르몬에 영향을 줘 심하면 암이나 우울증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연세대가 2006년에 발표한 미세먼지와 폐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20?200㎍/㎥인 경우 일반인의 만성천식 유병률이 10% 증가했으며, 201?300㎍/㎥의 경우 급성천식 유병률이 1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어느 정도일까. 환경부가 매년 발간하는 대기환경연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 미세먼지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한국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농도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51~61㎍/㎥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2007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45로 처음으로 40대로 진입했다. 도심 청정연료 사용 버스 도입 확대, 미세먼지 발생 시설 관리 강화 등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기질 모니터링과 오염 방지 및 예방 기술 개발로 인한 성과다. 하지만 2013~14년에는 다소 증가한 49㎍/㎥를 나타냈으며 더 이상의 하락 없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도시의 대기 측정망에서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대기환경 측정 기준으로 주요 대도시의 연평균 미세먼지는 전년과 유사했다. 평균적으로 경기도 북부·남동 지역과 강원 영서, 충북 북부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였다.

 

2014년 전국 81개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45㎍/㎥ 이상 50㎍/㎥ 미만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이는 도시가 가장 많았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서는 인천이 연평균 49㎍/㎥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고, 광주와 대전이 41㎍/㎥로 가장 낮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경기 이천과 여주가 68㎍/㎥로 가장 높았고, 경남 사천이 34㎍/㎥로 가장 낮았다. 사천과 함께 동해·서산·여수·순천 등 5개 도시에서 40㎍/㎥ 미만의 미세먼지가 관측됐다. 40㎍/㎥ 이상 45㎍/㎥ 미만은 10개 도시(광주·대전·삼척·당진·광양·목포·영암·김해·거제·서귀포), 45㎍/㎥ 이상 50㎍/㎥ 미만은 27개 도시(서울·부산·대구·인천·울산·과천·남양주·하남·양평·춘천·강릉·단양·천안·아산·남원·군산·고창·포항·경주·안동·영주·경산·창원·마산·진해·양산·제주), 50㎍/㎥ 이상 55㎍/㎥ 미만은 21개 도시(수원·안양·성남·의정부·광명·안산·구리·고양·광주·오산·화성·연천·가평·청주·충주·전주·정읍·구미·김천·진주·하동), 55㎍/㎥ 이상 60㎍/㎥ 미만은 12개 도시(의왕·군포·시흥·부천·용인·김포·양주·안성·파주·제천·철원·익산), 60㎍/㎥ 이상 65㎍/㎥ 미만은 3개 도시(평택·동두천·원주), 65㎍/㎥ 이상은 3개 도시(이천·포천·여주)였다.

 

2014년 월별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보면 1~5월이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60 이상으로 비교적 높았는데 특히 5월에 최고치인 68을 기록했다. 6~7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장마철이 지난 후인 8~9월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낮아졌다.

 

 

 

미래 세대 건강에 큰 위협

2014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세계 각국의 환경성과지수(EPI)의 미세먼지 지표에서 한국은 178개국 중 171위를 기록해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주요국들과 비교해봤을 때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의 미세먼지 연평균 환경 기준은 50㎍/㎥. 2012년 이후에 이 기준치 아래로 떨어졌지만 이는 세계 주요 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4년 기준으로 미국 LA측정소 미세먼지의 하루 평균 농도는 30㎍/㎥이며, 프랑스 파리는 22㎍/㎥, 영국 런던은 20㎍/㎥이다. 2013년 기준 측정치가 공개된 일본 도쿄의 경우는 21㎍/㎥다. 한국이 46㎍/㎥인 것에 비해 이들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미세먼지 권위자인 김기현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농도는 외부 요인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 지구적 협력 없이는 더 이상 획기적인 하락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외국과 비교해봤을 때 높은 수준으로 이대로는 미래 세대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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