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하림 그 이면의 끊이지 않는 분쟁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9:57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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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계약 이행하지 않아 60억원 이상 손해”…납품업체 대표, 하림 경영진 고소

이문용 사장 등 하림그룹의 경영진이 지방의 한 농업회사법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장은 2003년부터 13년간 ㈜하림의 대표를 맡아왔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검찰에 고소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장을 고소한 인사는 하림의 육계(식육용 닭) 관리를 대행해주는 P사의 박 아무개 대표다. 그는 “하림이 약속을 어겨 큰 손실을 입었다”며 지난 2월 중순 이 사장을 포함한 하림 경영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하림과 P사는 육계 관리 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P사가 하림에 육계를 납품하면 3000㎡당 1억50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계사(鷄舍) 신축비의 50%도 하림이 지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하림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60억원 이상 손실을 봤다고 박 대표는 주장했다.

 

하림그룹은 2000년대 급속히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세 농가들과 적지 않게 부딪혀야 했다. 사진은 2013년 하림그룹의 계란 유통 사업 진출을 규탄하는 집회 모습. ⓒ 뉴시스

 

“하림은 공룡 기업…얘기하기 조심스럽다”

 

시사저널은 고소 이유를 구체적으로 듣기 위해 박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P사가 위치한 충남 부여에도 찾아가봤지만 박 대표를 만날 수 없었다. 여러 루트를 통해 접촉한 결과, 어렵게 박 대표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검찰 고소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에 대해 당황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박 대표는 “그쪽(하림)이 공룡 기업이기 때문에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적당한 시기가 오면 모든 문제를 밝히겠다”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하림그룹 측은 “고소와 관련해 어떠한 통보도 받은 사실이 없다.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직 고소 사실을 통보받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자는 박 대표의 고소장 내용에 대한 하림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3월11일 현재까지도 고소장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에 배당돼 있다. 조사2부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만간 박 대표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2000년대 들어 하림그룹은 급속하게 외형을 확대했다. 주력인 닭고기(하림·올품)에서 가축사료(천하제일사료), 가축약품(한국썸벧), 홈쇼핑(NS홈쇼핑), 양돈(선진), 오리(주원산오리), 소고기(순우리한우) 등으로 문어발 확장을 계속했다. 지난해에는 해운업체인 팬오션(옛 STX팬오션)도 인수했다. 그룹의 자산은 9조원대로 대기업에 진입했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가 복잡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옥상옥’ 구조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 밑에 또 다른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가 위치해 있다. 그나마 2013년에는 4개의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2013년을 전후로 지주회사를 합병하면서 현재의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M&A(인수·합병)를 통해 외형을 확대한 만큼 축산농가와의 분쟁도 잦았다. “하림의 횡포로 빚만 늘어났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림그룹은 2007년 돈육 가공업체인 선진을 인수하며 양돈업에 진출했다. 2008년에는 대상그룹의 축산물 사육·가공 사업 부문인 대상 팜스코의 지분 65%를 인수했다. 양돈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양돈업계는 “하림이 육계 시장의 40%를 장악하면서 육계농가가 단순한 위탁 사육 농가로 전락했다”며 “양돈농가 역시 하림과 종속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 본사를 찾아가 단체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 공장. ⓒ 하림 제공

 


외형 확대 과정에서 축산농가와 분쟁 잦아

 

2013년 하림이 계란 유통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도 법정 분쟁이 벌어졌다. 하림그룹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일부 계란을 납품받아 ‘자연실록’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고, 롯데마트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양계협회는 100만인 서명과 불매운동을 시사하며 롯데마트 측을 압박했다. 결국 롯데마트는 자연실록의 판매를 중단했다. 하림그룹은 “계란 유통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양계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양계협회의 활동은 하림에 대한 부당한 업무방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롯데마트가 하림의 계란 판매를 중단한 것도 독자적인 경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봤다.

 

상고심에서 양측은 법원 중재로 합의를 봤다. 현재 하림과 양계협회는 사업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강종성 한국계란유통협회 회장은 “CJ와 풀무원에 이어 하림까지 계란 유통 시장에 들어오면 영세 농가는 삶의 발판을 잃게 된다”며 “현재 하림과 양계협회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인 P사가 최근 하림을 검찰에 고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슈퍼갑’으로 불릴 정도로 하림의 횡포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사실 외부에 알려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이미지는 좋은 편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소외 계층을 지원해왔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 농가 장학금과 소외 계층 지원금으로 지난해에만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에는 하림의 사육농가 협의회와 상생 협약도 체결했다. 사육농가 시설의 증·개축 및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빚어진 축산농가 및 관련 협회와의 소송 분쟁 등이 알려지면서 평소 윤리경영이나 나눔경영을 강조해왔던 김 회장뿐 아니라 그룹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림그룹은 사료 구매와 시설자금 등으로 지난 10년간 800억원 이상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며 “지역 농가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수 새누리당 의원은 “2010년 축산법이 개정되면서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이 폐지됐다. 영세한 지역 농가는 대기업의 돈질에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최소한 대기업에 상생협력 계획서를 제출하게 해서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그룹 측은 “양계협회와의 분쟁은 현재 모두 끝난 상태”라며 “그동안 상생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은 기울였음에도 고소를 당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연합뉴스

하림그룹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이 있다. 하림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상위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는 하림의 최대주주로 4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뿐 아니라 팬오션, 선진, 팜스코, 제일사료 등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하림홀딩스는 주원산오리와 선진햄, 선진FS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S홈쇼핑과 선진한우리, 한강씨엠 등 30여 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하림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는 육계 계열화 사업체인 올품(옛 한국썸벧판매)과 가축약품 전문 회사인 한국썸벧이다. 문제는 올품과 한국썸벧이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위치한 올품은 2014년 3466억2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729억1000만원의 매출을 제일사료와 팜스코, 하림, 선진 등으로부터 올렸다. 매출 의존도는 21.03%에 달한다. 한국썸벧의 경우 올품의 100% 계열사로 매출 역시 대부분 올품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썸벧은 지난해 282억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277억7100만원이 올품에서 나왔다. 매출 의존도는 무려 98.32%에 달한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올품의 최대주주가 2013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준영씨(100%)로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올품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었다. 2013년 최대주주가 김 회장에서 준영씨로 변경된다. 김 회장은 현재 제일홀딩스의 지분 7.3%만 가지고 있다. 사실상 그룹의 경영권 전체가 준영씨에게 넘어간 셈이 된다. 하지만 준영씨가 어떤 식으로 지분을 취득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올품은 2013년 물적 분할을 통해 한국썸벧판매와 한국썸벧으로 분리됐다. 2013년 한국썸벧판매는 제일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올품을 매입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역시 김 회장에서 준영씨로 바뀐 게 알려진 것의 전부다. 하림그룹 측도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한 만큼 문제는 없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의 엄상렬 연구원은 “올품과 한국썸벧은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차근차근 몸집을 불려나갔다”며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는 결국 아들에게 회사를 상속해주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국세청이 하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현재 하림그룹을 상대로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세무조사를 마무리하고 추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세무조사의 핵심일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준영씨로 지분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일부 탈루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림그룹과 관련해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이 있다. 하림그룹은 현재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상위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는 하림의 최대주주로 4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중간 지주회사인 하림홀딩스뿐 아니라 팬오션, 선진, 팜스코, 제일사료 등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하림홀딩스는 주원산오리와 선진햄, 선진FS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NS홈쇼핑과 선진한우리, 한강씨엠 등 30여 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하림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회사는 육계 계열화 사업체인 올품(옛 한국썸벧판매)과 가축약품 전문 회사인 한국썸벧이다. 문제는 올품과 한국썸벧이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위치한 올품은 2014년 3466억21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729억1000만원의 매출을 제일사료와 팜스코, 하림, 선진 등으로부터 올렸다. 매출 의존도는 21.03%에 달한다. 한국썸벧의 경우 올품의 100% 계열사로 매출 역시 대부분 올품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썸벧은 지난해 282억45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277억7100만원이 올품에서 나왔다. 매출 의존도는 무려 98.32%에 달한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올품의 최대주주가 2013년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인 준영씨(100%)로 바뀌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3년 이전까지만 해도 올품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이었다. 2013년 최대주주가 김 회장에서 준영씨로 변경된다. 김 회장은 현재 제일홀딩스의 지분 7.3%만 가지고 있다. 사실상 그룹의 경영권 전체가 준영씨에게 넘어간 셈이 된다. 하지만 준영씨가 어떤 식으로 지분을 취득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올품은 2013년 물적 분할을 통해 한국썸벧판매와 한국썸벧으로 분리됐다. 2013년 한국썸벧판매는 제일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올품을 매입하면서 지금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역시 김 회장에서 준영씨로 바뀐 게 알려진 것의 전부다. 하림그룹 측도 “적법한 절차대로 진행한 만큼 문제는 없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의 엄상렬 연구원은 “올품과 한국썸벧은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차근차근 몸집을 불려나갔다”며 “하림의 일감 몰아주기는 결국 아들에게 회사를 상속해주기 위한 ‘꼼수’가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지난해 말 국세청이 하림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현재 하림그룹을 상대로 강도 높은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세무조사를 마무리하고 추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세무조사의 핵심일 것이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준영씨로 지분이 이전되는 과정에서 일부 탈루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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