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잔혹해지는 외국인 범죄자들
  • 정락인│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8:31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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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화·집단화·전문화되며 빠르게 진화…수사 전담 기구 설치 시급

지난 3월9일 광주에서 케냐 국적의 M씨(28)가 PC방 종업원을 살해하고, 다른 손님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M씨는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북구의 한 PC방 화장실에서 종업원(38)의 입안에 젓가락 등을 찔러 넣어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M씨는 PC방 손님을 상대로 강도행각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3개월짜리 단기비자로 입국한 M씨가 광주에 머무르다가 같은 해 8월25일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난민 신청을 할 경우 비자 기간이 지나도 불법체류자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180만명을 넘어섰다. 외국인의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도 최근 5년 사이에 4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정책과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유입으로 이들의 범죄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범죄는 단순 절도와 폭행에서 강도와 살인 등으로 흉포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한국계(조선족)를 포함한 중국인 범죄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경찰청의 ‘2014 범죄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자의 국적은 중국 동포를 포함해 중국인이 1만6832명(59.1%)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779명, 베트남 1740명, 태국 1249명 등의 순이다.

 

외국인범죄척결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2년 4월 경기 수원의 오원춘 사건, 2014년 11월 같은 수원의 박춘봉 사건, 지난해 4월 경기 시흥의 김하일 사건은 외국인 잔혹 범죄의 대명사가 됐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이 모두 중국 동포이며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특히 오원춘의 경우 살해한 여성의 시신을 무려 365조각으로 토막 내 충격을 줬다. 당시 ‘인육 유통설’ 등 의혹이 남았지만 수사기관은 더 이상 밝혀내지 못했다. 시사저널은 오원춘의 집 소각로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공개한 바 있다.

 

은밀히 세력 확장하는 외국 조폭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국인 범죄가 점차 조직·집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이미 해외 조직폭력단체가 상당수 들어와 있고, 이들은 외국인 집단 거주지를 근거지로 삼아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자생한 외국의 군소 폭력 조직까지 합치면 그 숫자가 수십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6일 서울 서부지검은 중국에서 마약을 들여와 투약하고 ‘동네 조폭’ 행세를 하며 노래방 업주 등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은 중국 동포 일당 7명을 검거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에서 들여온 필로폰을 경기 남양주의 한 창고에서 함께 투약하고, 서울 구로구 대림동의 한 노래방에서 같은 중국 동포 업주와 종업원들을 협박해 현금을 빼앗고 폭행을 일삼았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조직을 단순한 ‘동네 조폭’으로 봐서는 안 된다. 국내에는 이미 국제적 조직을 갖춘 러시아 마피아, 일본 야쿠자, 중국 흑사회는 물론이고 베트남·태국·방글라데시 등의 외국계 조폭들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국내 폭력 조직과 결탁해 마약을 밀매하거나 보이스피싱, 도박장 운영 등으로 검은돈을 챙기며 갈수록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2008년 당시에는 중국 옌볜(연변) 흑사파를 비롯한 흑사회 분파 12개 정도가 국내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은 원래 중국 흑룡강파가 장악하고 있었으나 옌볜 흑사파와의 전쟁에서 참패했다. 흑룡강파의 잔존 세력이 안산 원곡동 등지로 밀려나면서 주도권을 상실했다. 가리봉동을 장악한 옌볜 흑사파는 군소 조직들을 하나둘 흡수해갔고, 2009년 무렵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차이나타운을 완전히 장악했다. 지난 2013년에는 인터폴에 수배 중인 흑사회의 두목급 조직원 L씨가 잠적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2011년 국내로 잠입한 후 서울 강남구 고급 아파트 등에서 은신처를 옮겨가며 생활했다.

 

흑사회가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에도 변화가 생겨났다. 최근에 달라진 것은 ‘합법화’를 가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흑사회 조직원들 대다수는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범죄를 저질러도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문을 채취해도 추적이 불가능했다. 실제 흑사회 조직원 중에는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중국으로 도피한 다음 호적을 세탁한 후 다시 들어온 경우도 있었다.

 

중국 동포인 오원춘·박춘봉·김하일(왼쪽 사진부터)은 여성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내는 잔혹성을 보였다. ⓒ 연합뉴스·뉴시스

중국 폭력조직 외에도 나이지리아와 필리핀·방글라데시 등의 아시아 신흥 폭력 조직들도 국내에서 은밀히 세력을 확장해가는 중이다. 경기도 수원·안산 지역에서 활동하는 방글라데시 폭력조직 ‘군다’, 태국의 ‘딸라타이’ 등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물론 어느 나라의 어떤 조직이 얼마나 국내에 들어왔는지, 또 자생적인 조직이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흑사회 등 국제 조직을 빼면 신흥 조폭들은 아직은 ‘패거리’ 정도의 세에 불과하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두 달간 외국인 강·폭력범죄를 집중 단속해 353건 708명을 검거하고 이 중 9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지난해 상반기 100일 집중단속을 벌여 상당수 패거리 폭력배가 강제 퇴거되거나 자진 출국해 활동이 위축됐으며, 우리나라 조폭처럼 조직 체계를 갖춘 폭력단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들이 인원과 자금을 불려가며 점차 조직 형태를 띠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아시아 국적의 폭력배들은 범죄 전력이 있었고, 이런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자국인들과 함께 세를 규합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했다가 미취업·퇴사 등으로 비자를 갱신하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 광주 광산구의 한 주택에서 3개월간 상습 도박판을 벌이다가 경찰에 적발된 캄보디아 국적의 외국인 16명 가운데 11명은 불법체류자였다. 이들은 취업비자로 입국한 후 비자 갱신을 하지 않고 불법체류자가 됐다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도박장을 개설했다.

 

경찰은 외국인 밀집 지역이나 외국인 커뮤니티 등에서 외국인 폭력배가 활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외국인 폭력배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집중 관리해서 범죄 세력화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많은 외국인이 불법체류자가 되거나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체류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탓에 범죄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외국인 범죄자들의 범죄 수법이 흉포해진 만큼 전문 수사 인력 양성과 전담 기구 설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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