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강동원 등 ‘명품 배우’를 품은 YG
  • 정덕현 | 대중문화 평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8:46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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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중요성 깨달은 YG, 제작까지 손 뻗칠 날 머지않은 듯

최근 연기파 배우 김희애가 YG엔터테인먼트(YG)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방송가에 큰 화제가 됐다. 일단 그 대상이 김희애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1983년에 데뷔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소속사를 갖지 않고 홀로 활동해온 그녀다. 그런데 기획사에 들어간 것이다. 더 놀라운 건 그 기획사가 YG라는 점이다. 가수들이 주축이 된 기획사로 시작해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YG다.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김희애가 합류했다는 사실은 단지 YG나 김희애의 입장만을 얘기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거기에는 변화하는 대중문화의 흐름 속에서 기획사와 배우들의 달라진 상황을 읽어낼 수 있다.

 

YG행을 결정지은 배우 김희애의 행보는 단순 합류 사실을 넘어 대중문화의 달라진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YG의 체계적 해외 진출 시스템에 주목

 

사실 YG가 배우들을 본격적으로 영입한 건 2014년부터다. 차승원과 최지우를 차례로 영입한 YG는 올해 초 영화계의 보증수표로 꼽히는 강동원을 영입했다. 그 밖에도 장현성·구혜선·유인나 등이 현재 YG 소속 배우들이다. 연기자로의 변신에 성공한 빅뱅의 최승현(탑) 같은 아이돌들까지 포함하면 YG는 배우 기획사로도 손색없는 외양을 갖춘 셈이다. 톱가수들을 두루 거느린 YG가 굳이 배우 라인업까지 갖추려는 뜻은 분명하다. 가요 기획사가 아닌 종합 엔터테인먼트사(社)로 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건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다. 거기에는 오히려 이런 영역의 확장 혹은 융합만이 향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YG의 발 빠른 인식이 깔려 있다.

 

이미 대중문화는 그 영역과 경계가 서서히 해체돼가고 있다. YG의 최승현이 그러한 것처럼 가수들이 영역을 넓혀 배우로서 활동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졌고,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가 좀 더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 가수 활동에서 시너지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배우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영화나 드라마 홍보를 위해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예능을 통해 재발견되고 가치가 급상승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차승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기자로서 자기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해온 배우지만 <삼시세끼> ‘어촌편’에 출연하면서 새로운 면모가 부각됐고 광고의 블루칩이 되기도 했다. 배우와 가수는 본업이 다를 뿐 활동 영역은 점점 비슷해져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의 융·복합에 따른 영역 파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건 이른바 ‘한류’라고 불리는 글로벌 콘텐츠가 향후 대중문화가 가야 할 길이라는 인식이다. 바로 이 부분이 대형 기획사와 배우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YG처럼 이미 K팝 한류의 경험을 통해 해외에 확고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기획사라면 요즘처럼 해외 시장(특히 중국 같은)을 바라봐야 하는 배우들에게 대단한 매력일 수밖에 없다. 배우들로서는 이런 한류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기획사가 필요하게 됐다. 과거처럼 자신의 연기력만 믿고 1인 기획사 체제를 유지하다가는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무를 거라는 뜻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기획사들이 배우라는 직군에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된다. 물론 여전히 가수들의 해외 공연을 통한 수익은 쏠쏠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배우만큼 매력적인 존재들은 없다. 최근 <태양의 후예> 한 편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송중기를 떠올려보면 된다. 이미 중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을 능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게다가 <태양의 후예> 같은 작품은 아예 시작부터 중국의 투자를 받아 사전 제작되었고, 한국과 중국의 동시 방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미 해외에 본부를 갖고 있는 YG 같은 대형 기획사(YG는 일본에 YG JAPAN을, 또 중화권 공략을 위해 홍콩에 YG ASIA를 두고 있다)라면 이런 기획에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스타가 있다면 언제든지 투자할 의향을 가진 중국 자본들이 있는 한 이런 국제적 합작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콘텐츠의 주도권 잡겠다는 의지


하지만 YG가 미래의 그림들을 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배우들이 원치 않으면 소용이 없는 일이다. 배우들이 소속사를 선택할 때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은 ‘작품 선택’에서의 갈등 요소들이다. 1인 기획사라면 전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작품에만 들어갈 수 있지만, 소속사라면 말이 달라진다. 원치 않아도 소속사의 요구에 의해 작품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YG가 가지는 아티스트 중심의 이미지는 배우들에게 상당한 메리트로 다가온다. YG는 아티스트들에게 일종의 자율권을 주는 매니지먼트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런 회사의 이미지는 SBS 에 나왔던 양현석 사장을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 바 있다. 악동뮤지션이라는, 기존의 가요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아티스트를 자사로 끌어안으면서 양현석은 새로운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그들의 개성이 그대로 잘 드러날 수 있게 놔둔 채로 지원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YG의 매니지먼트 분위기는 시장 상황에 맞춰가기보다는 아티스트의 성향이나 개성을 극대화하는 쪽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배우들로서는 돈의 액수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이런 점들이다. 강동원이나 김희애 같은 거물급 배우들이 YG에 둥지를 틀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YG가 가수부터 배우, 심지어는 유병재 같은 방송작가와 안영미 같은 개그우먼까지 전 방위적으로 대중문화에서 활동하는 인물군들을 영입하는 까닭, 그리고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만들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뭘까. 다름 아닌 ‘콘텐츠’다. 지상파나 케이블 같은 방송권력이 구축해왔던 플랫폼 시대가 이미 저물어가고 있는 요즘, 결국 그 헤게모니는 ‘콘텐츠’로 귀결된다. 이제는 누가 플랫폼을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는가가 향후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향방을 가를 것임이 부각되고 있다. 굳이 지상파가 아니라도 인터넷이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기반으로 콘텐츠 노출이 가능해졌고, 국내만이 아닌 해외까지 확대되면서 몇몇 플랫폼에 집중되던 독점적 지위는 점점 사라지게 됐다. 그러니 배우나 가수 등 콘텐츠의 핵심적인 존재들을 갖게 된다는 건 결국 콘텐츠의 주도권을 쥔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YG의 궁극적인 목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수를 기반으로 톱배우들까지 영입했다면 이제는 제작에까지 손을 뻗칠 날이 그리 머지않아 보인다. 다만 무리하게 속력을 내기보다는 차근차근 호흡조절을 해가며 단계를 밟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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