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풍선효과]① 영등포·용산, 제 2의 신도림 되나
  • 민보름 기자 (dahl@sisapress.com)
  • 승인 2016.04.0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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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단속하자 알뜰 소비자들 페이백 찾아 떠돌아
신정역 근처 이동전화 판매점에서 단말기 할부금 지원 광고를 하고 있다. / 사진=민보름 기자

영등포 지하상가와 용산 테크노마트가 신도림 상가에 이어 새로운 이동전화 불법 보조금 유통 경로로 떠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도림 테크노마트 내 이동전화 판매점을 단속하자 소비자가 제 2의 신도림 상가를 찾아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방통위 단속이 풍선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등포 지하상가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한 직장인(31, 광명시)은 “단속으로 신림도 상가가 페이백(보조금)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영등포를 찾았다”고 말했다.

신도림은 알뜰 소비자 사이에 성지로 통했다. 판매업자가 임대료나 권리금이 싼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불법 보조금 유통 경로로 삼았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와 영등포 지하상가는 그동안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이동통신 대리점 제품을 위탁 판매하는 개인 사업자 매장이 몰려있고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2014년 10월 시행되자 휴대전화 구입자에게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에 한도가 생겼다. 이로인해 단말기 구입 후 한달 뒤쯤 지원금을 지급하는 페이백은 불법적인 단말기 가격 보조 수단이 됐다. 신도림 상가가 페이백을 지급하자 소비자 관심이 커졌다. 

일명 'XX폰' 대란이 벌어졌다는 기사도 신도림에서 자주 나왔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가 불법 페이백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신도림 상점들이 불법 페이백을 미끼로 손님을 끌어모으자 주변 상인들 불만도 늘었다. 길거리 판매점이나 유통협회가 불만을 제기하자 방통위가 신도림 페이백을 단속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몸을 사리기 시작하자 정보 기기 소비자들은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다. 영등포역 지하나 용산역 테크노마트 등 신도림에 눌려 잊혀져가던 상가들에 다시 관심을 기울였다. 

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판매업자는 “단속 이후 손님에게 페이백 영업하기가 힘들어졌다”면서 “단속이 페이백을 근절하기보다 손님들이 다른 판매처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상가를 찾았다가 헛걸음했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영등포역 인근에서 만난 한 학생(17, 영등포구)은 “뽐뿌(상품 구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등포역 상가 매장이 여러 혜택을 준다고 해서 와봤다”며 “알아보니 원하던 가격대로 개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변 매장 직원들은 단속 탓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개인 연락을 통해서만 페이백을 제공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단통법 이후 보조금이 더 음성화되고 단속이 심해지자 싸게 스마트폰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줄고 있다. 반면 길거리 판매점이나 대리점 내 불법 행위는 여전했다. 이런 매장 상다수는가 고객이 쓰던 단말기 할부금을 대납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구로구 소재 한 판매점 점주는 “신정역 근처 매장에서 불법으로 할부금을 준다고 한다”며 “이런 소문이 나면 우리 같이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곳에서 휴대폰을 구입한 손님들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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