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형 '매파' 조동철 '비둘기파' 신인석·고승범 '중립'
  • 장가희 기자 (gani@sisapress.com)
  • 승인 2016.04.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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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금통위원 4인 21일 취임…5월 금통위 주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명중 4명이 20일 물러나고 21일부터 새로운 멤버가 금통위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새 금통위원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한국은행 총재 추천),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금융위원장 추천),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대한상공회의소장 추천) 등이다. 이들은 하성근(금융위원장 추천), 정해방(기획재정부 장관 추천), 정순원(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추천), 문우식(한은 총재 추천) 위원 등 이번 물러난 기존 멤버들과 성향이 어떻게 다를까. 구성 멤버가 달라지는 금통위는 통화신용정책을 심의·의결하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본연의 역할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조명해 본다.

현재 7명인 금통위원은 한국은행 총재, 부총재를 제외하고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장이 1명씩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통위원 임기는 4년이고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새 멤버중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위원은 모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추천한 이일형 원장만 런던정경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조동철 위원은 1984년, 고승범 위원은 1985년, 신인석 위원은 1987년 서울대를 졸업했다.

새 금통위원에 임명된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사진=뉴스1

조동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사·석사를 거친 후 위스콘신대학교메디슨캠퍼스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미국 텍사스 A&M대학교 조교수, 1995년 한국개발 연구원, 2005년 재정부장관 자문관을 거쳐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역임하고 2013년 7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국은행 총재가 추천한 이일형 원장은 런던정경대학 경제학 학사, 워릭대학교대학원 경제학 박사를 거쳐 2005년 국제통화기금 베트남주재 수석대표, 2007년 국제통화기금 아시아태평양국 자문관, 2013년 외교부 G20 국제협력대사를 거쳐 현재 9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새 금통위원으로 임명된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 사진=뉴스1

고승범 상임위원은 행시 28회 출신이다.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를 거쳐 아메리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 위원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은행감독과장, 감독정책과장, 기획행정실장을 지냈다. 2010에는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금융정책국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으로 근무하다 상임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금통위원에 임명된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 사진=뉴스1

신인석 원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석사를 거쳐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증권거래소 시장감시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다. 2014년에는 자본시장연구원장에 임명됐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겸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금통위원도 지난 금통위원처럼 비둘기파, 매파, 중립파로 나뉜다. 그 중 조동철 위원은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비둘기파’는 성장을 중시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한다. 물러난 금통위원 중에는 하성근 위원이 대표적이다.

조동철 위원은 2014년 12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의 진단과 경제구조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통화정책(기준금리 인하)을 통해 앞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지 아닐지는 정책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서도 소신을 보였다. "통화 당국이 금리 정책을 펴는데 있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이 가계부채 증가"라며 "금융당국이 철저한 감독을 펼쳐 통화당국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최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금융당국은 한은의 금리 인하를, 한은은 금융당국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를 지적하며 책임을 전가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2년간 물가목표치 2.5~3.5%를 밑도는 점에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실행해야한다”고 말했다. '201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도 그가 몸담은 KDI는 정부 당국의 향후 정책 대응 방향으로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유지'를 강조하고, DTI(총부채상환비율)로 가계부채를 컨트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새 금통위원에 임명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사진=뉴스1

반면 이일형 의원은 매파로 분류된다. 김지만 HMC투자 연구원은 “기존 문우식 위원이 매파 성향이었다면 이일형 위원이 그 역할을 대신 할 것이다”고 했다. “지난해 인터뷰 기사를 보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자본유출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많이 했고, 한국은 금리 인하를 할 여건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며 “물가가 오르면 금리 인상 조정을 제일 먼저 하실 분”이라고 말했다.

이일형 위원은 1996년부터 2010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국의 정책 대응'이란 주제 발표에서 "기준금리 인하 실효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정상화 하면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효과가 없다면 이자율을 낮출 필요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은 "정상적인 경기침체에서는 금리인하 효과가 있지만 구조적 침체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며 당시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신인석 위원과 고승범 위원의 성향은 ‘중립’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떠나는 멤버중에는 정해방·정순원 위원과 견줄 수 있는 인물들이다. 김 연구원은 “(신위원과 고 위원이) 아직까지 큰 발언이 없었고, 보통 금통위원의 과반수는 중립 성향을 보인 경향이 있었다”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의견을 낼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30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매파와 비둘기파를 구분짓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일반적으로 매파라면 물가를 중시하고 비둘기파는 성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칭하는 것 같은데 그동안 각 금통위원은 나름 중립적이고 객관적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과 시장에서 과거 발언내용과 추천기관을 토대로 신임 금통위원의 정책 성향을 추측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발언 시점과 다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기준금리 향방에 대해 윤석선 경제평론가는 "현재 한국은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며 "미국 금리 방향을 따라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결국 긴축 방향이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25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 내려야 경제 효과가 없다. 그렇다고 50bp 내리면 미국과 금리 차가 커져 자본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가계부채가 늘고 있고 은행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려 부채를 더 늘리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밝혔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채권분석팀 차장도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요인이 없다"며 "새 금통위도 기준금리 동결 쪽으로 갈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있지만 금리를 내릴 만큼은 아니다. 일본, 뉴질랜드, 대만 등 금리를 낮춘 국가는 물가상승률이 0%대 였고 유동성도 위축됐다"며 "한국은 다르다. 물가상승률은 1%대고 유동성도 시장 전체적으론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기준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당분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은 유가가 좌우할 것이다. 하반기 정도에 유가가 오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유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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