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대권까지 도전해봐?”
  • 김현│뉴스1 기자 (.)
  • 승인 2016.04.21 18:56
  • 호수 138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현·유승민·정세균·김두관·정동영 등 대선 주자로 급부상

20대 총선에서 생환한 유력 중진들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여권의 불모지인 호남 지역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여권의 이슈 중심에 서 있는 유승민 무소속 의원,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의 정세균 의원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국민의당 소속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현재 각각 여야의 대권 주자로서는 후순위에 머무르거나 아직 거명되지 않고 있지만, 정치적 무게감이나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재확인하고, 향후 정치적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대권 도전까지도 넘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은 이번 총선에서 두 차례나 순천시장을 지낸 노관규 더민주 후보를 꺾고 3선 고지에 올랐다. 18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이 의원은 2014년 7·30 순천·곡성 보궐선거에 출마해 26년 만에 호남에 새누리당 깃발을 꽂은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인 곡성이 선거구획정으로 떨어져나간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44.5%를 얻어 노 후보(39.1%)를 제치고 지역구 재선에 성공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


친박계, 이정현 내세워 당권 장악하나

이 의원은 현재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그는 언론에 밝힌 당선 소감을 통해 “새누리당을 변화시켜 순천 시민에게 이것이 정치며, 국회의원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꼭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친박(親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선거 패배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과 맞물려 친박계가 ‘호남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이 의원을 내세워 당권을 쥐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은 호남과 새누리당의 변화를 위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다만 대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먼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바로 유승민 의원이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중심에 서면서 결국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새누리당이 유 의원의 지역구(대구 동구 을) 무공천을 결정하긴 했지만, 유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75.7%라는 압도적 지지로 4선 고지에 올랐다. 여기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총선 참패,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낙선 등으로 여권 내 잠룡들이 대권 주자로서 흠집이 나면서 유 의원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권은희·류성걸·조해진 등 이른바 친유(親유승민)계로 불렸던 의원들이 모두 낙선한 것은 향후 대권 주자로서 입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권력을 꿈꾼다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인시켜줘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 의원 측은 “유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낙선하긴 했지만 무소속으로서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게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당선 인사를 한 후 조만간 새누리당에 복당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유 의원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유 의원 측은 “총선 패배에 따른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데 역할을 하겠지만,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전대 출마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다만, 향후 대권 잠룡으로서의 물밑 행보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정세균(서울 종로) 더민주 의원의 선전(善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52.6%를 얻어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오 전 시장(39.7%)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6선을 달성했다. 정 의원은 더민주 내 범(汎)친노계의 수장으로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고배를 마신 이후 지난해 2·8 전당대회에 문재인 전 대표의 출마 강행으로 불출마하는 등 정치적 존재감이 희미해져갔다.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도 측근들이 대거 탈락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오 전 시장을 꺾으면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되살리는 동시에 향후 대권 재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정세균, 오세훈 꺾고 대권 재도전 발판 마련

정 의원은 우선 조만간 있을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입지를 재구축한 후 내년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1위 주자였던 오 전 시장을 꺾은 만큼 재도전에 나설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 측은 “아직 공식적인 말씀은 없으셨지만, 조만간 대선 출마와 관련된 입장을 밝히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선 직후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경기 김포 갑)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시골 마을 이장에서 군수,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이력의 김 전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사직을 사퇴하면서까지 도전했던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 데다 2014년 7·30 경기 김포 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하며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화려한 부활을 하게 됐다. 이제야 초선 의원이 됐지만, 그의 정치적 중량감으로 인해 곧바로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군에 재입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때 지적됐던 콘텐츠 부분 등을 보완한다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자격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대선 후보에서 잇따른 지역구 낙선 등으로 정치적 부침이 컸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여의도에 재입성하게 되면서 또 한 번 부활을 꿈꾸게 됐다. 정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국민모임 소속으로 서울 관악 을 보선에 도전했다가 3위에 그친 후 고향인 전북 순창에서 칩거를 해왔다. 정 전 장관은 당시 신당을 창당 중이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손을 잡았고, 이번 총선에서 전북 지역 압승의 주역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