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까지 대지진 이어질 수도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4.28 17:48
  • 호수 1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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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주기설’에 대한 과학적 견해, 전문가들마다 엇갈려

환태평양 지진대인 이른바 ‘불의 고리(the Ring of Fire)’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월 들어 바누아투와 필리핀에 이어 일본과 에콰도르까지 ‘불의 고리’에 위치한 지역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에콰도르에서는 수도 키토에서 북서쪽으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안 지점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 에콰도르 역시 강진 후 135회 이상의 여진이 일어나면서 지금의 현상이 ‘대지진의 전조’가 아닐까 하는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과 에콰도르 지진, 직접적 연관성 없어

요즘 세계적으로 지진 사태가 잦다. 최근의 대지진만 해도 지난 2월 규모 6.8의 대만 지진, 세계 역사상 7번째로 강력한 지진이었던 규모 8.8의 칠레 지진, 일본 고베 지진, 중국 쓰촨성 지진, 인도네시아의 지진해일, 아이티 지진 등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대지진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구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남미 칠레에서 알래스카·일본·동남아시아를 하나의 고리로 연결한 길이 약 4만㎞에 달하는 환태평양 지진대가 분포하고 있다. 이것이 ‘불의 고리’로 불리는 지진 다발지대다. 전 세계 지진의 80?90%와 화산활동의 75%가 이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불의 고리’로 불리는 지진 다발지대의 연쇄 지진을 두고 일각에서는 ‘대지진 주기설’이 제기되지만 다른 주장도 나오고 있다. ⓒ EPA 연합

지구 표면은 ‘지각 판(Plate)’이라고 불리는 12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의 고리’는 이 가운데 가장 큰 태평양판 가장자리에 있어 다른 지각 판과 많이 부딪친다. 즉,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이나 북미판, 인도판, 호주판 등과 맞물리는 경계선이 불의 고리인 셈이다.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판들과 달리 태평양판은 연간 8~10㎝가량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10년이면 1m 정도나 이동하는 셈이다. 바로 이 움직임 때문에 판과 판이 충돌하면서 이곳에 놓인 나라들에서 지진 발생이 잦아진다.

일본 열도의 경우 불의 고리에서 4개의 지각 판이 만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서쪽의 유라시아판, 동쪽의 태평양판, 북쪽의 북미판, 남쪽의 필리핀판이 그것. 이번 구마모토 지진은 유라시아판과 그 밑을 지나는 필리핀판, 그리고 필리핀판을 파고드는 태평양판 등 3개의 판이 관여한 지진으로 추정된다. 그것도 활동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활성단층대 안에서 말이다.

일본의 규슈 지역에는 여러 개의 작은 단층들로 이루어진 활성단층대가 존재한다. 태평양판의 응력(응축된 에너지)이 활성단층대에 전달되면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4월14일의 규모 6.5 지진은 판과 판의 경계부가 충돌해 발생한 게 아니라 3개 판의 힘이 같이 작용하면서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의 마찰로 단층의 위아래가 수평으로 이동해 판 내부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이 영향으로 부근의 또 다른 단층이 깨지며 4월16일 규모 7.3의 더 큰 지진이 발생했다. 전형적인 연쇄 지진 패턴이다. 일본은 지진의 규모를 0, 1, 2, 3, 4, 5-, 5+, 6-, 6+, 7의 10단계로 나누는데 7 이상은 가장 강력한 지진에 해당한다.

반면 에콰도르 지진은 역단층 지진이다. ‘나스카판’이 ‘남미판’ 아래로 밀고 들어가면서 진앙지를 들어올렸고, 그 마찰 때문에 지각 판들이 위아래로 밀려 일어난 것이다. 나스카판은 남미판 아래로 1년에 5.5~6.1㎝씩 가라앉는데 이 과정에서 생긴 지진인 셈이다. 이처럼 판과 판이 위아래로 밀리는 역단층 지진이 바다에서 일어날 때는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지만, 일본의 구마모토 지진처럼 판들이 수평 이동했을 경우는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일본과 에콰도르의 지진은 서로 연관성이 없다고 말한다. ‘불의 고리’에서 우연히 같은 시기에 벌어진 것일 뿐 서로 전혀 다른 지진이라는 것. 일본과 에콰도르는 너무 먼 거리인 데다 두 지진의 규모도 비슷해 앞선 일본의 지진이 뒤에 일어난 에콰도르 지진을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구마모토 지진이 또 다른 대규모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50년 대지진 주기설로 공포 확산

‘불의 고리’에서의 대지진은 주로 1950~60년대에 일어났다. 규모 8.0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17회 발생했다. 1965년 칠레에서는 환태평양 지진대의 나스카판과 남미판이 충돌하면서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9.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 이후 ‘불의 고리’는 50년 가까이 침묵했다.

그러다가 2004년 12월25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규모 9.1의 가공할 만한 위력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그 이후 지각변동이 잦아져 초대형 지진이 연거푸 6차례나 발생했고, 지진 후에 또 다른 여진이 많이 따라오면서 지금까지 지진이 급증하고 있다. 50년 대지진 주기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0년 주기 대지진의 가능성에 대해 과학자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그중 하나는 10년, 20년, 50년, 100년 단위의 지진 주기설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지진은 지구 내부 에너지가 외부로 표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라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과학적으로 장기적인 변화나 흐름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또 다른 일각에선 ‘반복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100년 전에 규모 9.0이 일어났으면 100년 후에 9.0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학문적으로 이를 재래주기라고 하는데, 일본은 대지진 주기를 500년, 250년, 150년, 100년, 50년 등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규슈 지역의 경우 150년에서 250년 주기로 대지진이 발생한다. 실제로 규슈와 인접한 도카이 지역에서는 1707년과 1854년에 각각 규모 8.6과 8.4의 대형 지진이 일어났다. 도카이 지진의 발생 주기로 볼 때, 1854년의 마지막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이미 150여 년이 지났기 때문에 규모 9.0에 이르는 대지진이 임박한 게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에콰도르 지진의 경우도 1942년에 규모 7.8의 강진이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것을 보면 약 75년 주기로 발생하는 반복 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아직 자료가 빈약한 상태라 50년 대지진 주기를 따지기는 좀 이르지만, 이번에 발생한 일본과 에콰도르 지진은 2004년 발생한 수마트라 대지진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보통 지각 판들의 응력이 쌓여 발생하는 대지진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20년 정도 반복성이 지속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 8년 정도 더 지속돼 2020년대까지 대지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지진이 어딘가에서 또 다른 대지진을 부추길 가능성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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