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조양호 회장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5.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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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경영난에 대한항공 노사분규까지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이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이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 사진=뉴스1

한진그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39년 역사의 한진해운은 경영난 끝에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승승장구하던 대한항공은 지난해 일명 ‘땅콩회항’ 사태를 빚은 데 이어 올해는 노사분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진가(家) 수장 조양호 회장 위상도 바닥을 쳤다. 한진해운을 흑자전환 시키며 ‘조양호 매직’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1년 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올해가 조 회장 경영인생 2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리더십이 무너질 경우 3세 경영에도 물음표가 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30년 사이 상황 변한 한진해운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이 38세였던 1986년 한진해운은 자본잠식이 발생할 만큼 부채가 커져 있었다.

당시 한진그룹 수석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내에 해운조직을 신설하고 통합 경영을 실시해 불필요한 비용을 대폭 줄였다. 대한항공에서 사용하던 첨단 통제시스템을 해운업에 국내 최초로 도입해 결국 한진해운을 회생시켰다.

30년 뒤 한진해운은 다시 좌초위기에 몰렸다. 2006년 조수호 회장 사망 후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 경영 전반을 담당하며 발생했다.

최 회장 부임 후 글로벌 경기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물동량은 줄었다. 이 탓에 해운업 호황기 비싼 용선료를 지불하며 고가 선박을 대량 임대했던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됐다.

조 회장이 다시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을 직접 인수한 뒤 2015년 1분기 영업이익 1550억3100만원, 당기순이익 229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당시 언론에서는 ‘조양호 매직’이 통했다며 한진해운 회생을 점쳤지만 결국 한진해운은 5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견디지 못했다. 조 회장은 지난달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며 경영권까지 내놓았고 30년 전 기사회생(起死回生) 신화 재현에 실패했다.

◇ 대한항공도 ‘시끌’...노사관계 악화일로

한진해운이 휘청하는 사이 대한항공도 난기류에 봉착했다. 실적은 좋다. 올해 대한항공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0% 증가한 319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0년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노사관계다. 대한항공 노사는 총 여섯 차례에 걸친 임금교섭에도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7일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해 말 임금교섭 결렬 이후 100여일 만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임금인상률을 둘러싼 의견차로 협상이 결렬됐다.

설상가상 노사관계를 조율해야할 조 회장이 직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쓰며 사태가 더 악화됐다. 지난 3월 한 조종사가 업무가 어렵다며 SNS에 글을 게시하자 조 회장은 댓글을 통해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라고 썼다.

결국 조종사 노조는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댓글을 달아)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며 “SNS의 공유기능과 전파력을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굳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내부 직원들의 신뢰를 많이 잃게 됐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상황이 악화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자리마저 내려놓았다. 2011년 7월 동계올림픽 유치를 직접 이끌어낸 조 회장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결단이다. 조 회장은 재계의 가장 큰 행사로 꼽혔던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경제사절단에도 불참했다.

재계에서는 항공과 해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조 회장 리더십이 재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채권단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한진해운보다는 대한항공 노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014년 불거진 ‘땅콩회항’ 사태로 기업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노조신뢰까지 잃게 될 경우 향후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의 경영세습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경영난은 조 회장의 잘못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사재출연 문제가 얽히긴 했지만 이미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문제는 대한항공이다. 당장 항공 시황이 어렵지 않은데 조현아 전 부사장부터 조 회장까지 경영진이 일을 어그러뜨리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한항공 노사문제가 악화돼 조종사 파업이나 집단 퇴사문제까지 번질 경우 경영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있다"며 "조 회장이 부친인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輸送報國)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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