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에 부는 ‘50대 기수론’
  • 김현│뉴스1 기자 (.)
  • 승인 2016.05.12 17:07
  • 호수 1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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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대표에 54세 우상호 당선…全大 출마 예정자 대부분도 50대

더불어민주당이 5월4일 20대 국회의 초대 원내를 지휘할 신임 원내대표로 ‘86(1980년대 학번·1960년대생) 그룹’에 속하는 3선의 우상호 의원을 선출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당장 54세의 젊은 원내대표를 선출함에 따라 20대 총선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변화’를 앞세워 당내 세대교체론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이번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당내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의 확고한 입지를 재확인하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라는 불안 요소가 부각됐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우상호 체제’의 원내 지도부가 어떤 행보를 할지 주목된다.


박영선 등 중도파 ‘통합행동’의 조직적 지원설

우 원내대표는 5월4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40표를 얻은 우원식 의원에게 4표 차로 뒤진 2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지만, 결선투표에서 63표를 받아 우원식 의원(56표)을 7표 차로 제치고 20대 국회 원내 제1당의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우 원내대표의 당선엔 재적 의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초선 당선자의 표심(票心)이 핵심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우 원내대표는 경선 당시 “초선지원단을 만들어 초반부터 어떻게 해야 의정활동을 잘할지 도와드리겠다”고 초선 당선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다. 정견발표에서도 “제 지지층 절반이 초선이다. 초선과 함께 새 미래를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우 원내대표 측은 5월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 원내대표가 초선들에게 상당한 공을 들였다. 타 후보들은 별다른 인연이 없겠지만, 초선 당선자들 가운데 우 원내대표와 과거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당선자들이 많아 우 원내대표가 이를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이게 1차 투표에서 상당히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5월4일 국회에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김종인 대표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와 함께 결선투표에서의 비주류 표심도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당내에선 당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진들의 표심이 우 원내대표에게 쏠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한 수도권 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초선들과의 관계를 잘한 것도 있지만, 당내 각 세력의 리더그룹과 역학관계에 있어 관계 설정을 깔끔하게 한 게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깊은 것까진 모르겠지만, 비주류 측에선 결선투표에 가면 우 원내대표를 찍기로 연대한 것 같다”면서 “이번 선거기간이 굉장히 짧았지만, 우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조직과 연대에서 앞섰던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박영선 전 원내대표 등이 포함된 당내 중도파 모임인 ‘통합행동’에서도 결선투표에서 우 원내대표를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박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직접 들은 것은 아니지만, 박 전 원내대표가 우 원내대표에게 상당히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고, 우 원내대표 측 관계자도 “두 사람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밝혔다.

비주류가 우원식 의원보다 우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우 원내대표가 상대적으로 유화적이라는 평가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당 안팎에선 우 원내대표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부의장으로 학생운동권 출신이지만, 우원식 의원보단 강경파 이미지가 덜하고 비교적 유연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우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비주류가 그나마 덜 강성이고 합리적인 후보를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우 원내대표의 역전승에 대해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면 강경기류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해 사고의 유연성이 있는 우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우 원내대표가 결선에서 비주류 측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지만, 향후 원내 운영에 있어 해묵은 계파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후보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결선투표에 오른 우 원내대표와 우원식 의원은 모두 당내 주류 측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1차 투표에서 얻은 76표(전체 123표)는 당내 주류 진영의 확고한 입지를 재확인한 측면이 있는 데다 우 원내대표 역시 주류 측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친노가 안 나왔으면 우 원내대표가 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우원식 의원은 친노와 완전히 궤를 같이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우 원내대표가 당내 단합과 화합을 강조한 만큼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 지도부 구성에서 비주류 측에 대해 상당한 배려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 원내대표, 지도부 구성에 비주류 배려할 듯

이런 가운데, 86그룹에 속하는 우 원내대표의 당선은 그동안 ‘기생정치’라는 비판을 받아오던 86그룹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최선봉에 섰던 86그룹은 1990년대 중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정치권에 발을 내디딘 이후 2004년 17대 국회엔 열린우리당 내에만 40여 명의 현역 의원이 있을 정도로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투쟁일변도의 정치에 매달려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데다 독자적인 세를 구축하기보단 유력 정치인의 참모그룹으로 전락하면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번번이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자체 분열과 차가운 시선 속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급기야 20대 총선을 앞두고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거나 총선 불출마를 요구받는 등 ‘86 하방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은 86그룹에, 새롭게 재조명을 받는 동시에 그간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내에서조차 “86그룹이 우상호 체제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기존 투쟁일변도의 정치에만 함몰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우 원내대표의 당선이 20대 총선 이후 제기되고 있는 세대교체론에 탄력을 붙일지도 관심사다. 50대의 우 원내대표가 당의 간판에 오른 만큼 8월말~9월초로 계획돼 있는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다. 현재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 가운데 추미애·박영선·이인영·정청래 의원과 송영길 당선자가 50대로 분류되며, 이들이 향후 ‘50대 기수론’을 이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실제 비주류 측의 한 핵심 인사는 “20대 총선의 민의는 당의 변화를 요구한 것이고, 거기엔 당이 젊어져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면서 “원내대표 후보 중에서 가장 젊은 우 원내대표가 당선된 것은 당의 세대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민심과 맥을 같이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또 다른 측에선 이번 결과를 세대교체론과 연결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당선자는 통화에서 “우 원내대표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20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나이 든 사람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결과를 일방적으로 세대교체를 강조하는 쪽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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