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대부 서정갑, 이병기 전 대통령 실장을 말하다
  • 안성모·조유빈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5.16 15:33
  • 호수 138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오래 계시다 보니 국내 사정 깜깜한 것 같다” “이병기 ‘우파 진영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 얘기해 면전에서 반박했다”

1995년 대령연합회를 결성하고 2002년 국민행동본부를 출범시킨 서정갑 본부장은 보수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아스팔트 우파의 대부 ’로 불려왔다. 그런 그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어버이연합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서 본부장은 5월5일 서울시 강남구 국민행동본부 사무실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애국운동은 기본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본부장은 또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 국정원장 시절이던 2015년 2월12일 보수 진영 유력 인사들을 불러 오찬을 가진 사실을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는 “모 인사가 ‘우파 진영이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해외에 오래 계시다 보니 국내 사정에 깜깜한 것 같다’고 면전에서 반박했다”고 밝혔다. 서 본부장은 인터뷰 중반 이 인사가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서정갑 본부장은 어버이연합과의 ‘악연’부터 털어놨다. 그는 “어버이연합이 2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면 이 앞에 와서 ‘국민행동본부 해체하라’ ‘서정갑 퇴진하라’ 며 간판까지 때려부쉈다”고 밝힌 후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잘 모르지만 배후 세력 이 누구인지는 짐작이 간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특히 애국단체총연합회(애총협)에 대해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올해 초 밝고힘찬나라 감사를 맡고 있는 김덕근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 대표가 보수 진영의 유력 인사인 박정수 애총협 집행위원장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밝고힘찬나라가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1억원의 기부금을 애총협이 원래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밝고힘찬나라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던 박 위원장은 2010년 2월23일 ‘청년아카데미 후원 요청’ 공문을 LH 사장 앞으로 보냈다. 4월28일 입금된 1억원은 20여 일 후인 5월17일 전액 인출돼 애총협으로 넘어갔다. 박 위원장은 “천안함과 관련해 국민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데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지원을 해줬다. 이게 가장 시급한 일이라 여겼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 본부장은 “LH에 공문을 보낸 건 2월이고 천안함 폭침은 3월26일에 일어났다. 관심법(觀心法)이 있어서 천안함 폭침을 미리 알고 지원을 요청했다는 건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사건이 터지니까 애국하는 데 썼다고 하는데 법을 어겨가면서 하는 것은 애국이 아니다”고 밝혔다.

 

서 본 부장은 “LH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도 서류를 보내 돈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또 2015년 2월12일 이상훈 애총협 상임의장(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보수단체 대표들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마련한 오찬에 초대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당시 이 전 원장이 보수단체 대표들에게 ‘창구를 하나로 하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이 서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정부나 기업에서 지원하는 돈을 애총협에서 회원 사에 나눠준다는 게 가능한가.
그 사람들 사업 계획이 그렇게 돼 있다. 자기들이 도네이션(기부) 받아가지고 애총협의 목표와 방침에 부합되는 단체가 집회나 뭘 할 때 애총협이 지원해주게 돼 있다. 남들이 보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국민행동본부랑해서 애총협이랑 재향(군인회),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이런 거 있지 않나. 점심시간에 모이는데 반박을 했다. (내가) 거기에 대해서 모 인사에게 반발을 했다. (모 인사가) ‘우파 진영이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반박을 하면서 ‘해외에서 오래 계시다 보니까 국내 사정에는 깜깜한 것 같다’ 고 했다. 일개 대령 출신 시민단체 본부장에게 면박을 받아본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내가 ‘옆에 앉아계시는 경우회는 경찰 출신들 모임입니다. 그 옆에 재향군인회는 예비역들 모인 단체 아닙니까. 그 옆에 고엽제는 고엽제 환자들의 모임, 저 같은 국민행동본부는 육·해·공군 대령연합회가 모체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각 단체별 로 성격이 다른데 어떻게 하나로 뭉칩니까’ 이렇게 얘기했다. 이 양반이 하는 얘기가 ‘돈 지원해주는 창구를 하나로 해야 쉽게 그 창구에다 (돈을) 넣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직감적으로 ‘애총협에 뭐든 몰아줘서 이 단체들한테 나눠 준다’고 느꼈다. 이상훈(상임의장)에게 양손 살살 빌어야 몇 푼이 라도 받아먹게끔 만드는 (일을) 시작을 하다가 나한테 되게 걸린 것이다.

 

애총협이 법인이 아닌데 자금 지원을 어떻게 받는 것인가
애총협은 단체가 아니다. 처음에 권정달 자유총연맹 (전) 총재가 나를 보자고 했고, 모임을 하나 갖자고 했다. 상이군경회·경우 회·고엽제 이렇게 네다섯 개 단체가 한 달에 한 번 돌아가면서 점심을 하면서 우의를 다지자고 출발했다. 몇 개월 하다가 애국활동 하는 사람들 불러다 점심시간에 앉히자고 해서 이상훈(상임의장)을 오게 했다. 하나의 협의체인데 보니까 (애총협이) 상하 관계로 하려고 하더라.

 

이병기 실장이 국정원장 때 초청을 한 건가
국정원장 때, 그러니까 청와대 들어가기 전 일주일인가 열흘 전에 했다가 당한 거 아니냐. 옆에 있는 국정원 차장·국장 할 것 없이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기 원장이 점심 초대해놓고 그런 말을 듣게 되니까. 경우회장이 장시간 나와 전화통화를 했다. 우리 초대해놓고 들어가기 전에 미리 이병기 원장 꼬드겨서 모든 것이 자기(이상 훈 상임의장) 통해서 이렇게 나가는 걸로 (한 게 아니냐). 내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법정 구속에 반대하는 신문광고를 조선일보에 냈다. 종북세력과 맞서 싸운 국정원장을 구속하면 앞으로 종북세력과 싸울 때는 판사들이 총 들고 와서 싸우냐면서 강하게 (광고를) 했다. 그날 국정원에서 오찬 연락이 온 것이다. 그래서 신문을 들고 가 전임 원장 예우 차원에서 국정원이 브리핑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이 전 원장이) 자기는 종이신문을 안 본다고 하더라. 그래서 국정원장이면 종이 신문이든 SNS든 다 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성명서를 한 번 내려고 했다 안 냈는데, ‘아직도 종이신문 안 본다고 한 게 유효합니까’ (질문) 하려다가 안 했다.

 

개별적으로 도와주기 힘드니까 애총협을 중심으로 돕겠다고 한 것인가.
애총협이라는 말은 그때 직접적으로 안 하고, 한 단체를 이렇게 해서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나중에 내가 애총협 의 공문 사업계획을 봤다. 애총협의 목적과 방침에 부합되는 단체가 하는 일이나 집회에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단체에다 지원해줄 수 있고 그러면 편리할 텐데 그런 거고.

 

다른 보수단체들도 많이 있는데 굳이 애총협을 통 해서 하라고 할 이유가 있나.
이상훈 상임의장과 이병기 전 원장은 30년 지기다.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안다. (이 상임의장이) 양 어깨에 힘을 쓸 수밖에 없지 않겠나.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