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에 비리에...도쿄올림픽은 지금 가시밭길 걷는 중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5.17 11:32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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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2일 프랑스 검찰은 2020년 열릴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유치위원회 측이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라민 디아크 전 회장(83)의 아들에게 280만 싱가포르 달러(약 240억원)을 지불했다는 의혹에 관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아크 전 회장은 2020년 올림픽을 정하던 해인 2013년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겸하고 있었다. 프랑스 검찰이 가진 정보로는 2013년과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의 이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 돈은 '도쿄 2020년 올림픽 유치'라는 명목으로 기재돼 일본의 은행에서 송금되었다는 게 프랑스 검찰의 설명이다. 이 돈을 받은 곳은 싱가포르에 있는 '블랙타이홀딩스'라는 회사다. 싱가포르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다.

 

2013년은 도쿄에서 올림픽 개최가 투표를 통해 결정된 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개최지 결정 과정에서 공명정대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프랑스 검찰은 일본 정부와 생각이 다른 듯 하다. 돈이 넘어간 시기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개최지 선정과 너무 근접한 시점에 돈이 전달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이번 발표에 앞서서 디아크 전 회장의 아들인 파파 마사타 디아크가 관련된 싱가폴 기업의 계좌로 일본 유치위가 총 130만 유로(약 17억원)를 지불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가디언 'Tokyo Olympics: €1.3m payment to secret account raises questions over 2020 Games'

 

프랑스 검찰은 그동안 스포츠계의 비리를 수사해왔다. 도쿄올림픽 유치위의 은밀한 거래도 이 과정에서 포착됐다. 그는 지난해 부패와 돈세탁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 뇌물을 받고 러시아 연맹의 약물 복용을 묵인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조사를 앞두고 프랑스에서 출국을 금지하고 있다. IAAF의 마케팅 컨설턴트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고용됐던 아들, 파파 마사타 디아쿠도 수사선상에 올라 지금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다. 지금 세네갈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의 유치 의혹은 어디서 새어나오기 시작했을까. 우리에게는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터키 때문이다. 터키와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두고 경쟁했다. 그런데 터키에서 자아성찰을 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이 새어나오게 됐다. 올해 1월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부패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WADA는 디아크 전 회장의 또 다른 아들과 이스탄불 유치위원회 위원과의 대화 내용을 이 보고서에 자세히 기록했다. 대화에는 터키 측의 통렬한 자기 반성이 나온다. "일본 유치위가 400만~500만 달러의 협찬금을 (디아크 쪽에) 지급했다." 이 보고서는 각주에서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협찬금을 지불하지 않고 라민 디아크의 지지를 잃은 것이 이스탄불 유치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이다.

 

올림픽 유치의 더티머니가 제기된 것. 일본 내부는 아주 시끄럽다. 더티머니를 보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지금 허둥지둥이다. 프랑스 검찰의 지적에 대해 설명이 미흡하다고 가열차게 비판받고 있다. 다케다 쓰네카즈 JOC 회장의 일문일답을 봐도 그렇다.

 

 

보도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나?

 지불은 컨설턴트 수수료다. 공인 회계사의 감사 및 자문을 받은 후 송금됐다.

 

 송금 계좌에 대해서는?

 디아크 전 회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른다

 

 블랙타이홀딩스는 어떤 회사인가?

 중동의 정보 분석에 실적이 있는 회사라고 보고를 받았다. 자세히 알고 있지 않지만 사무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프랑스 검찰에서 연락이 있었나?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조회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전달받고 있다.

 

 활동 보고서에 기재된 지출은?

 뒤에서 움직이는 돈 따위 있을 수 없다. 정당한 돈이다. 업무 계약에 따라 지불하고 유치 활동에 사용했다.

 

 약 2억 엔은 고액인데?

 사무국에서 판단했다

 

 

 

일본이 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국제적으로 주목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7월24일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엠블럼을 발표하자 일주일 뒤인 31일 벨기에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데비가 자신이 4년 전 제작한 극장 로고와 유사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IOC에 엠블럼의 사용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당시 104개의 경쟁작 중에서 우승을 차지한 일본 디자이너 사노 겐지로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개인의 주장일 뿐 그의 로고는 상표 등록도 되지 않았다"며 반박했지만 해외 언론들의 의혹이 계속되자 결국 9월에 백지화를 선언하고 말았다.

 

 

왼쪽은 표절 의혹을 받아 사라진 도쿄올림픽의 엠블럼. 오른쪽이 벨기에 그래픽 디자이너인 올리비에 데비가 만든 극장 로고다.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올해 4월25일 2020년 새 엠블럼이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디자인이 문제인 듯하다. AFP는 새로운 엠블럼을 두고 "빵을 넣는 바구니 모양과 비슷하다"고 평가했고 미국 폭스스포츠는 "악마의 뿔처럼 생겼다"는 독자 반응을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엠블럼에 대한 긍정·부정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43.3%가 '좋다'고 답한 반면 56.7%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새로운 엠블럼 선정에서 최종 후보로 오른 4편 중 왼쪽 위 작품이 공식 엠블럼으로 선정됐다

 

엠블럼 실패에 유치과정의 더티머니까지. 이런저런 구설수에 더해 정부조차 짐작할 수 없는 지출은 일본 국민들의 불만까지 폭발시키는 중이다. 유치를 준비할 때 장담했던 필요 예산 3000억엔은 이미 2조엔까지 늘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어갈 지 모를 일이다. 올림픽 한 번을 치르느라 일본은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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