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던 제7차 당대회
  •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
  • 승인 2016.05.18 14:09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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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 위원장 등 직제개편 외엔 눈길 끌지 못해
조선노동당 7차대회가 36년 만에 개최돼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관심에 비해 특별한 변화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규약 개정을 통해 김정은 당 제1비서가 당 위원장이라는 직함으로 이동한 것과 비서국이 정무국으로, 비서는 부위원장으로 직제가 개편됐다는 게 몇 안 되는 변화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당초 우리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몇 가지 점에서 예측을 하고 우려 섞인 전망도 쏟아내었다. 대폭적인 인사교체 또는 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든가, 5차 핵실험의 징후가 보인다는 등의 전망들이 지배적이었다. 5차 핵실험은 우리 정부가 예측했고 북한은 하지 않았다. 지난 4차 핵실험은 우리 정부가 예측하지 못했고 북한이 ‘기습적으로’ 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 정부는 둘 다 틀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의 분석 근거라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4차 핵실험 직전과 같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당장 실험이 가능하도록 준비가 완료돼 있다고 했고, 미국의 연구기관인 ‘38노스’가 공개한 풍계리 사진에서 화물차가 대기하고 있고, 새로운 길이 정비된 것을 그 근거로 언급했던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러나 1월 핵실험 이후 4개월 만에 재개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촉박하며 기존의 3년 주기 패턴과도 너무 맞지 않는다. 만일 4차 때 실패했다면 재실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수소탄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주장했다. 더구나 4차 핵실험 ‘성공’을 가리켜서 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축포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7차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을 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과거 패턴과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런 틀린 예측을 무리하게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5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축하하는 청년학생들의 야회 및 횃불행진을 실황중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시대 엘리트 상당수 이미 교체돼 

4일간 열린 당 대회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김정은 집권기간에 당의 중대한 회의가 여러 차례 있었고 이러한 회의들을 통해 정책노선을 밝히고 조직개편이 이미 이뤄져 왔기 때문에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운 특징적인 것을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10년 9월에는 무려 44년 만에 제3차 당대표자회가 열려 김정은이 공식 등장하면서 김경희, 리영호, 최룡해 등이 ‘후견체제’를 구축했고, 김정일 사망 이듬해인 2012년 4월에는 4차 당대표자회가 열려서 김정은 체제의 엘리트들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약 1년간 반복적으로 호명되던 상위 46명을 보면 김정일 사망 당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 7명이며, 장의위원회 50위권 밖의 인물들까지 포함하면 24명으로 52%가 넘는다. 이들이 대체로 4차 당대표자회 당시 새롭게 등장하거나 상위권으로 진입한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 김정은 시대의 엘리트들 상당수는 이미 교체돼 있었다고 평가된다. 다만 특징적인 것은 최고위층 20여 명에 대해선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 김정일 시대 마지막 1년인 2011년 주석단 명단과 최근까지 약 5년간의 주석단 명단을 비교하면 3% 정도의 변동밖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과 당시 최영림 내각총리는 김정일 시대보다 김정은 시대 초기 2년간 더 많은 등장 빈도를 보인 바 있다. 

다만 군부 엘리트의 변동은 다소 진폭이있다. 군부 빅3 중에 ‘사무실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차수 총정치국장을 제외한 야전을 지휘하는 대장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은 각각 3차례, 5차례의 교체가 있었다. 이것은 김정은이 군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재임기간이 모두 평균 1년을 넘고 있다. 요컨대 이미 김정은 체제에서 상당수 엘리트의 변동이 있었고 그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수행 빈도를 계산할 때 젊은 실무진은 2015년에도 61%의 교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주석단의 최고위 엘리트들은 3%의 변동만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다만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이들이 김정일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일부 상징적인 인물들만이 수행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군부의 잦은 교체는 야전의 빅2 직책에만 해당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년간 상당수 엘리트의 자리 교체와 변동, 그리고 고위 엘리트의 유지 패턴을 확인할 수 있는바, 금번 7차 당 대회에서 대폭적인 인사교체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를 비롯한 대부분의 고위 엘리트들이 유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욱이 지난 2월 통일부가 숙청설을 공개했던 리영길 전 총참모장이 이번 당 대회에서 정치국후보위원으로 이름을 올려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요컨대 북한은 김정은 시기 5년 동안 적지 않게 인적 변화를 꾀해왔기때문에 오히려 이번 당 대회에선 그것을 공고화하는 자리가 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핵 무력 경제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했고, 2015년 2월엔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서 지난 3년간의 유훈(遺訓) 성과를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회는 지난 시기의 결과들을 종합하는 자리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에너지와 전력 문제 강조 두드러져

다만 당 대회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에서 에너지와 전력문제를 강조한 것이 두드러진다. 발전소 건설을 강조하면서 원자력발전소를 동시에 건설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향후 건설된다는 ‘대규모 단천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대단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함경도 일대 광산의 채굴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리고 원자력발전소를 짓는다면 경수로 방식과 중수로 방식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는 중요한 신호가 아닐까 생각된다.

대남 메시지는 매우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다는 특징을 보였다. 개성공단 사태 이후 막말을 뱉어내던 조평통의 문장과는 많이 달랐다. 남북 당국 간 군사회담을 열자는 제의는 진정성만을 놓고 재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머지않아 한반도 문제의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공식·비공식 라인을 통해 대화의 채널을 찾아나가고 당사자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제 북한은 당 대회를 개최하며 ‘정상 운영’을 하고 있다. 이런 체제를 여전히 불안하다고 하면서 상대도 안 하려 하는 것은 의무 방기일 수 있다. 이후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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