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어디까지 써봤니?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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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의사․변호사…전문영역까지 실용화 된 인공지능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승리한 이후, 인공지능(AI)의 활동 영역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일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현실화 되고 있다. 개인 비서에서 파산 전문 변호사․의사․과학자까지 점차 전문적인 영역으로 그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서다.

 

 

 

 

 

AI 변호사 등장

 

5월15일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가 미국의 스타트업 ‘로스인텔리전스’에서 개발한 AI 변호사 로스(ROSS)와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IT 전문지인 ‘기즈모도’ 등 외신에 따르면, 로스는 파산 전문 변호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로스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수천 건 관련 판례를 십 수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 수집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베이커앤호스테틀러가 담당하는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분석해낸다. 이 많은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면서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는다는 게 어쩌면 로스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테크인사이더’는 “로스가 진짜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일은 커피 심부름뿐이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유방암 전문의 AI도 

 

국내에도 AI 전문직이 등장했다. 삼성메디슨은 4월21일 인공지능을 탑재한 초음파 진단기기의 판매 계획을 밝혔다. ‘S-Detect’라는 이름의 이 기기는 기존의 영상의학과용 초음파 진단기기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접목했다. 딥러닝은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친 알파고에 적용된 인공신경망 기술기반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사람의 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후 정보처리 하는 방식을 컴퓨터가 모방해 사물을 분별하도록 하는 것이다. 

 

딥러닝을 적용한 S-Detect는 약 1만개에 달하는 유방 조직 진단 사례가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병변의 특성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제시한다. 유방 병변의 악성·양성 여부까지 진단할 수 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의사의 최종 진단을 돕는 것까지만 활용된다. 의사가 직접 환자의 환부를 찍은 X-레이 사진과 초음파영상을 보며 유방 병변을 가려내던 기존 방식과 비교하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고 양성으로 잘못 진단할 가능성이 높은 악성 병변을 정확하게 진단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신을 개발한 과학자의 수준을 뛰어넘는 ‘AI 과학자’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한다 해도 그것을 개발한 과학자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 같은 ‘인간적인’ 의심에 도전하는 AI 과학자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2001년 칼 위먼, 에릭 코넬, 볼프강 케테를레 등 세 명의 물리학자들에게 노벨상 공동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물리학 실험을 복제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5월17일(현지시간) 미국 IT 전문지 ‘테크타임즈’는 인공지능이 보존입자(보존입자는 정수배의 스핀을 갖는 양자역학에서의 기본입자)들을 가장 낮은 온도인 절대온도 0도(-273℃)와 가까운 온도에서 응집시키는 보즈-아인슈타인 응집(BEC;Bose-Einstein condensate)실험을 성공했다고 전했다. 보즈-아인슈타인 응집은 과학실험 중에서도 다루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인공지능이 오로지 기계학습을 통해 인간이 수행하기 까다로운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점이다. 이번 인공지능 실험을 주도한 연구진 마이클 허시 뉴사우스웨일즈대 교수는 “실험을 위해 과학자 한 명을 매번 대동하고 다니는 것보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게) 더 싸다”며 과학계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주방보조에 개인비서도 하는 AI

 

5월17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더 버지’는 아마존이 인공지능 ‘알렉사’가 적용된 로봇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제품의 구체적인 윤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요리 도중 로봇에게 레시피를 물어보고, 로봇 화면을 통해 확인이 가능한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꾸준히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그 대표작이 인공지능 개인비서, 에코(Echo)다. 에코는 이미 300만대 가량 팔린 서비스로 독립된 본체를 갖고 있다. 다른 업체의 인공지능 비서들이 스마트폰이나 PC를 기반으로 한 것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에코는 검은색의 원통형으로 본체에 내장 마이크와 답변을 위한 스피커가 달려있다. 아마존은 올해 초 에코의 보급형 버전인 ‘아마존 탭(Amazon Tap)’과 ‘에코닷(Echo Dot)’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람만큼 말 잘하는, 세일즈맨 AI

 

인공지능 로봇 ‘페퍼’는 세일즈맨이다. IBM 인공지능 서비스인 왓슨이 일본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내놓은 제품이다.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페퍼는 소프트뱅크의 휴대폰 매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고객들의 문의에 답하고 있다. 무인점포 판매에 필요한 로봇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이다. 

 

페퍼는 일본 후쿠시마현의 히사시 고등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해 세계 최초의 로봇 고등학생이 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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