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 전개도 빠르고 문화도 비슷하고..."
  • 송창섭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2 16:09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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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서 다시 열기 고조되는 한국 드라마, 한국 제품 브랜드 이미지 향상 견인차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한국 드라마는 지난 4월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인도네시아 타블로이드신문 ‘빈탕닷컴(Bintang.com)’ 4월27일자는 안샤르 RTV 프로그램 편성국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RTV)를 비롯해 SCTV 등 인도네시아 주요 방송사들이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독점 방영권을 얻기 위해 입찰 경쟁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덩달아 극중에서 유시진 대위 역할을 맡은 송중기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일부 극성 네티즌들은 “군복을 입은 송중기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장남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와 비슷하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역 육군 소령인 아구스는 주인공 유시진 대위처럼 국제연합(UN)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수마트라섬 아체와 레바논에 파견돼 활동했으며 유명 연예인 출신 부인과 살고 있다. 

 

 

 

이민호, 인니 대표 커피 브랜드 전속모델

 

<태양의 후예>가 인도네시아 전역을 강타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 드라마 열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는 <가을동화> <풀하우스> <별에서 온 그대> <사랑비> <제빵왕 김탁구> 등 현대물과 <선덕여왕>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전통 사극 등이 있다. 이외에 <상속자들>과 <꽃보다 남자> <궁>에 대한 관심은 종영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들 드라마가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전역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평범한 중산층 출신 주인공이 갖은 시련을 겪은 끝에 성공에 이르는, 이른바 ‘신데렐라 코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호 예스24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인도네시아 한류 드라마 열풍의 시작은 2002년 방영된 <명랑소녀 성공기>로, 극중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 장나라가 꿋꿋이 자신의 삶을 개척해 성공에 이른다는 내용에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크게 열광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동남아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전개 속도가 빠르다는 데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보통 드라마 한 편이 40~50회로 구성돼 있다. 많은 것은 100회를 넘어 시즌 2, 3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많은 인기에 힘입은 장수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내용 전개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동남아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20회 미만인 미니시리즈다. 때문에 스토리 전개 속도가 빠르다. 한 회라도 빼먹으면 드라마 내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시청자들의 몰입도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북부 아세안의 중심축인 베트남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드라마 역시 인도네시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경덕 ‘비나호치민닷컴’ 대표는 “베트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 문화 영향을 받아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으며, 이러다 보니 한국 드라마에 숨겨진 우리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애를 그리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상당수 동남아 대도시들이 현대화·도시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정작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2014년 방영돼 큰 인기를 끈 KBS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가 대표적이다. 

 

이렇다 보니 드라마 한류는 동남아 시장 개척의 선봉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가수 겸 탤런트 이민호는 인도네시아 대표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루왁 화이트 커피’의 전속모델로 활동 중이다. 루왁 화이트 커피는 자사 전속모델인 이민호 사진을 동남아 최대 항공사 에어아시아 기내에 부착하는 등 동남아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민호가 주연한 드라마 <상속자들>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RCTI 방송국이 집계한 시청률 조사에서 동시간대 2.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외국 드라마가 2%를 넘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밖에 <피노키오>의 이종석, <프로듀사>의 김수현도 최근 2~3년간 한류 스타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드캇닷컴’ 등 인도네시아 주요 대중매체에서 박보검·류준열·육성재·서강준 등을 ‘신(新) 한류 4인방’으로 평가하는 등 한국 드라마에 대한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네이버 ‘라인’을 소재로 만든 인도네시아 미니 드라마 친타에게 무슨 일이의 한 장면. © 네이버

 

 국내 화장품 인기, 일본·유럽 제품 제쳐

 

한류 드라마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부수적인 브랜드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네이버 ‘라인(LINE)’이 2014년 인도네시아에서 방영해 화제를 모은 로맨틱 미니 드라마 <친타에게 무슨 일이(Ada apa dengan Cinta)?>가 대표적이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인기를 끈 동명의 로맨틱 영화를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고등학생 친타와 랑가가 12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다시 만나는지를 다룬다. 12년 전 영화에 출연했던 아역배우가 실제로 등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둘이 SNS 라인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10여 분짜리 미니 드라마 형식으로 꾸며진 이 드라마는 역대 최단 시간 100만 조회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라인’이 인도네시아 메신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주인공 둘이 다시 만난 곳은 인천국제공항이었으며, 드라마 제작 방식도 빠른 스토리 전개를 기반으로 한 한국 드라마의 전형을 그대로 따랐다는 설명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라인의 ‘동창 찾기’ 기능을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이용자가 드라마 방영 전보다 늘어났다. 

 

한류 드라마의 성공은 한국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과 유럽 브랜드를 제치고 동남아 여러 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화장품 산업에 있어서는 절대적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는 중고가 브랜드 전략을 펴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고급 대형 쇼핑몰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취급하는 점포가 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에뛰드하우스·토니모리·스킨푸드 등은 현지 기업과 대리점 계약을 체결해 운영 중이다. 이들 브랜드는 주요 한국 드라마에 주연으로 등장한 송혜교·박신혜·수지 등을 전속모델로 써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나선 상태다. 반둥 대형 쇼핑몰 파리스반자바(PVJ)에서 만난 대학생 울란 위드다마이(22)는 “한국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배우들이 피부보습용 마스크팩을 쓰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돼 이곳(PVJ)에서 동일한 제품을 구입했는데 가격대비 품질이 좋아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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