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아의 음식인류학] 오랜 친구 소금을 굳이 ‘건강의 적’으로 돌릴 필요야
  •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5.26 20:43
  • 호수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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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오랜 친구 소금, 자세히 살펴서 적절하게 섭취하는 게 중요

소금은 인간의 음식에서 가장 기본적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물에 녹아 요리 속에 침투해 눈에 보이지 않게 되므로, 그리고 늘 어느 음식에나 다 들어가므로, 소금의 중요성은 일상적으로는 잘 인식되지 않고 넘어간다. 하지만 소금을 확보하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중요한 일로, 부(富) 그리고 권력과 직결돼 왔다. 그 역사는 아주 오래전,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기 시작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알려져 있는 얘기지만 우리말 ‘급여(給與)’에 해당하는 영어인 ‘샐러리(salary)’는 라틴어 ‘살라리우스(salarius)’가 어원인데, 로마 정부가 병사들에게 소금을 살 수 있도록 나눠주는 돈을 의미했다. 유럽 지역은 우리나라처럼 바다에서 직접 소금을 채취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어서, 바다소금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땅속에서 캐내는 암염(rock salt)을 이용한다. 아주 오래전 큰 호수나 바닷물이 고여 있던 지역이 지각변동으로 땅속에 묻히면서 소금이 결정화돼 돌처럼 단단하게 뭉쳐져 소금광산을 형성한다. 로마는 그런 곳을 점령해 소금의 생산을 독점한 후 비싼 값에 소금을 팔았던 것이다.

 

 

 

좋은 소금 섭취, 면역력 높인다는 주장도

 

소금은 세계 대도시들의 권력관계와 위치를 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조그만 바닷가 마을이었던 리버풀은 19세기에, 인근 체셔 지방에서 큰 소금광산이 발견되자 이의 수출을 위한 영국의 주요 항구로 일약 발전했다. 소금은 심지어 하나의 제국을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했다. 폴란드는 소금광산이 많아 16세기에 큰 왕국을 이루었는데, 독일이 바다소금을 들여오자 망해버리고 말았다. 소금은 전쟁 및 식민지 개척 면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 독립전쟁에서는 소금을 싣고 오는 배를 차지해 적군이 음식을 보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작전 중 하나였다. 18~19세기 유럽이 경쟁적으로 식민지를 확대할 때 소금은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우리 일이었으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소금은 식민지 시기 일본이 눈독을 들여 독점했던 중요자원 중 하나였다. 조선총독부는 소금의 생산 및 유통을 독점해 비싼 값에 소금을 팔았다. 한반도에서 소금의 주생산지는  서남 해안 지방인데, 여기서 많이 떨어진 내륙 지방, 특히 북간도 같은 곳에서는 소금을 지고 다니면서 몰래 파는, 소위 ‘사염(私鹽)꾼’들도 생겨나게 되었다. 일본 순사에게 걸리기라도 하는 날엔 체포돼 호된 경을 치고 목숨까지 빼앗기기도 했다.

 

이처럼 거의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인간 교류의 중심에 있어 왔던 소금이 언제부터인가 인류 건강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건강 이상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 의사들로부터 “싱겁게 먹어라, 소금 섭취를 줄여라”라는 충고를 받게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좋은 소금을 섭취하면 오히려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바다소금, 건강보조식품처럼 비싼 값에 팔려

 

문헌을 찾아보면 소금이 몸에 해롭다는 경고는 주로 20세기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고혈압·당뇨·신장병 등 소위 ‘생활습관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을 갖는 환자들을 역학조사 해봤더니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다. 또 식탁염(table salt) 사용량을 기준으로 임상시험을 해보았더니,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증상이 악화됐던 데서 이런 주장이 나온 것 같다. 

 

왜 이전에는 수천 년의 기록을 통해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던 문제가 20세기 후반부터 제기되는 것일까? 한 가지 가능한 설명으로 20세기 후반부터 소금을 가공하는 법이 달라졌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그 이전에는 암염을 캐서 잘게 부수어 쓰거나 암염을 녹인 물, 혹은 바닷물에 태양열이나 기타 에너지로 열을 가해 만들어 썼다. 이런 소금들의 특징은 소금의 원래 성분인 염화나트륨(NaCl) 외에도 다른 여러 가지 미량 원소와 함께 종종 불순물도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와서는 소위 ‘식탁염’이라고 하는 정제염이 개발되었다. 이것은 산업용도로 쓰기 위해 염화나트륨을 고도로 정제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렇게 정제된 염화나트륨에 몇 가지 첨가물을 더해 주방이나 식탁에 두고 쓰기 좋도록 개발한 것이다. 최근 소금이 건강에 해로운 이유로서, 원래 자연 속에 있었던 인간의 몸에 이로운 미량원소들이 제거되고 화학적 첨가물이 들어갔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또 소금에 대한 역사인류학적 연구들을 보면, 대체로 인간들은 광산에서 캐내는 암염보다는 개벌에서 생산되는 해염을 선호했던 것 같다. 앞서도 나왔지만, 암염으로 융성했던 폴란드는 독일에서 해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거기에 밀려 망해버렸다. 3면이 바다이며 암염이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야 전국 어디서나 바다소금을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미국같이 땅덩이가 큰 나라라도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중 바다소금을 많이 생산하는 뉴올리언스 같은 곳에서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뉴올리언스 소금을 쓰라”고 자부하기도 한다. 바다를 끼고 있지 않거나 바다소금을 생산하기 알맞은 여건을 갖추지 못한 지역 중에서는, 지금도 바다소금이 마치 보약이나 건강보조식품처럼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곳도 많다.

 

어느 정도까지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하는 것도 논쟁의 초점이다. 문헌을 찾아보면 이 문제 역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양상을 띤다. 사막에 사는 베두인족이나 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처럼 주변 생태계에서 식물성 먹을거리를 섭취하기 어려워, 주로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소금을 거의 먹지 않고 지내는데, 이것은 육류에 소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물성 먹거리를 많이 섭취하는 지역에서 짜게 먹는 경향이 더 강하다. 당연히 기후가 더운 곳일수록 짜게 먹는 편인데, 음식의 보관을 위해 소금을 많이 뿌려야 했기 때문이며, 이런 곳에 오래 살아온 사람들의 DNA에는 여분의 소금기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노하우가 더 많이 축적돼 있을 것이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볼 때 나이가 들면 더 짠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것은 아마도 고령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체내 염도를 높여 미생물 번식을 억제할 필요에서 그런 것이 아닌가 보는 학자들이 있다.

 

그렇게 보면 소금을 무조건 건강의 적으로 돌릴 게 아니라 자세히 살펴서 적절하게 섭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서 여러 번 나왔듯이, 우리가 오래 먹어도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 대체로 우리 몸에 좋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상태를 잘 지켜보면서 소금 섭취를 해가면, 인류의 오랜 친구 소금을 굳이 적으로 돌리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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