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실만한 분들이 왜 이럴까’ 고위층 성추문 뒤의 심리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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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을 강제 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명예회장은 5월3일 서울 강남에 있는 한 갤러리 카페에서 20대 여직원 A씨로 하여금 자신의 어깨를 주무르라고 하고 다리 등 특정 신체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손 명예회장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송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고위층의 성추행 소식이 터지는 도돌이표에 사회의 비난은 거세다.

2013년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있었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같은 해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지난 5월7일 공소시효가 끝났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인턴 성추행 사건은 지난 5월7일 공소시효가 끝난 채 마무리됐다.

 

2014년에는 강석진 전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자신이 지도한 여학생 7명을 8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를 받았고 대법원은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추행’이 벌어진 것도 같은 해다. 20대 여성 캐디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를 받았고 법원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성폭력 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했다. 군 사단장의 ‘여부사관 추행’이 벌어진 것도 2014년이다.

2015년에도 이런 일은 반복됐다. 심학봉 전 국회의원은 대구의 한 호텔에서 보험설계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의 배 아무개 교수는 조교로 일하던 여학생을 여러 차례 성추행해 재판에 넘겨졌고 교수에서도 해임됐다. 이처럼 대학 교수부터 전직 국회의장, 그리고 재계인사까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성추문 뉴스는 교육․법조․정치․군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생해왔다.

고위층의 이런 추문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잇따른 고위권력층 성추문의 이면에는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것 없는 지배근성(fearless dominance)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지배근성에 빠질수록 ‘안티 소셜(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정신건강전문의 이나미 교수의 진단이다.

“자신이 높은 지위에 있기 때문에 약한 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취해도 된다는 인식은 실제로 성공의 정점에 있는 이들에게서 많이 관찰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고위층 인사들이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뻔뻔하리만큼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데는 주변 인물들의 감언이설도 한 몫을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인간이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할 때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욕망을 표현하는 행동방식은 사회지위의 고하·성별․국적을 불문하고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사회적 지위’ 혹은 ‘돈’이라는 권력이 만든 그릇된 갑(甲) 의식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자신은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지위를 막론하고 성범죄를 가한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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