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앞두고 정치 편향 논란에 빠진 페이스북
  • 김회권 기자 ()
  • 승인 2016.05.3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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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정치적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직접 나서 “내가 페이스북을 이끌고 있는 한 모든 도구는 사람들에게 발언의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 있다는 것이 페이스북의 미션이다”며 직접 해명하고 나섰고 도입니다. 

문제가 된 것은 ‘트렌드 토픽(Trend Topic)’입니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편집하며 보수적인 화제를 차단한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미국 보수진영이 페이스북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치적 쟁점의 소재가 되는 것은 모든 IT기업의 기피 대상입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트렌드 토픽’의 가이드라인과 소스 목록까지 공개했고 심지어 주커버그까지 직접 나서서 해명하며 일단 마무리 된 것 모양새입니다.  

이번 페이스북 논란은 마치 과거 선거철을 앞두고 벌어졌던 우리네 포털의 정치적 편향 논란과 닮았습니다. 미국 IT 전문매체 ‘기즈모도’의 글을 요약 번역해 소개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상위에 표시되는 인기 급상승 주제어인 ‘트렌드’. 페이스북을 그만둔 전직 기자 5명이 ‘트렌드’에 관해 알려지지 않은 전모를 미국 ‘기즈모도’에 말해주었다.

페이스북을 저널리즘의 구세주라고 부르기도 하고 파괴자라고도 한다. 매주 페이스북에서 기사를 읽는 사람은 6억명이다. 마크 주커버그 CEO는 디지털뉴스 분야에 독점체제를 구축하려는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해 공개한 Q&A에서는 “우리의 전체 기능에 전송 속도를 올리면 모두가 더 많은 뉴스를 읽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트렌드’를 통한 엄청난 트래픽 흐름

시가 총액 370조원인 페이스북은 이제 트래픽을 유도하는 바주카포다. 출판사에게는 아마존 같은 존재이며 뉴스 사이트는 그 어느 곳도 페이스북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이런 경향을 우려한 명문 컬럼비아대학 저널리즘스쿨 디지털저널리즘 연구센터 소장인 에밀리 벨 교수는 지난해 ‘페이스북은 어떻게 저널리즘을 삼켰는가’라는 주제로 캠브리지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이 강의에서 그는 “미디어가 기사 유통의 자립성을 빼앗겨 버렸다”고 한탄했다. 물론 QZ(QUARTZ, http://qz.com/)처럼 “당황하지 않아도 괜찮아. 배달 채널이 늘어날 뿐이야”라고 긍정적으로 대하는 매체도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버즈피드 등에서 동영상을 직접 구입해 제공하겠다는 뜻을 페이스북은 밝혔다. 지주와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휴 관계라고 페이스북은 강조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 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진짜 궁금하다면 극비리에 편성한 ‘트렌딩 뉴스 프로젝트’를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래서 ‘뉴스 큐레이터’(페이스북에서 부르던 호칭)로 일하던 기자 5명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지만 이내 암울해지고 말았다. 페이스북은 기자를 ‘외부의 일회용 장기말’ 정도로 밖에 생각 안했고, 모두들 ‘알고리즘을 훈련하는 모듈로 고용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의 오른쪽 상단 주요 위치에 ‘트렌딩 토픽(이하 트렌드)’이 등장한 것은 2014년 1월이다.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와 관련 기사의 링크를 섞어 소개하는 코너인데 이것을 담당하는 수십 명의 기자가 고용돼 뉴욕 지사의 지하에서 일하게 됐다.

“2개월 반 동안 회의실 통조림 같았다”고 회고하는 큐레이터 A씨(페이스북 기밀 계약 위반이기 때문에 모든 취재는 익명을 조건으로 이뤄졌다). 그는 “주커버그가 언제든지 부술 프로젝트라는 것만은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건 자존심 따위는 없는 일이었다. 로봇으로 취급했다”고 또 다른 전직 큐레이터는 말했다.

미디어의 기사가 트렌드에 소개됐을 경우 트래픽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는 공표된 바 없지만 경험상 엄청나게 증가한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데 트렌드에 소개될 기사를 어떻게 선정하는지는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그 유입 위치를 결정하는 기자는 행복할 시간도 없다. 큐레이터는 대부분이 20대에서 30대 초반으로 아이비리그 또는 유명 사립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데일리뉴스, 블룸버그, MSNBC, 가디언 등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나서는 다른 매체로 재취업했다. 이 소수의 젊은이들이 급상승 주제와 연결된 관련기사를 선택했던 것이다. “선정은 사람이 한다. 판정 기준은 없다, 모두 큐레이터 혼자의 생각으로 결정했다.”

기자는 정규 채용이 아닌 계약직이디. 제한된 의료보험이 제공되고 유급 휴가와 교통비는 받을 수 있지만 정규직의 복리후생은 전혀 없었다. “내부에서는 우리를 방치했다. 정규직과 전혀 다른 조건으로 고용했다.”

출근을 하면 알고리즘 인기 순서대로 선택한 항목 목록이 전달되고 거기에서 사람이 기사를 선정하기 시작한다. 선택을 완료하면 팀에서 주제 표제를 붙이고 기사 개요를 3개의 문장으로 정리해 함께 게재할 이미지나 동영상을 선택한다. 그리고 이 트렌드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사’(가장 중요한 기사)를 선택했다.

페이스북에서 ‘트위터’는 금지어

제목은 가급적 중립적인 문장으로 구성하고 페이스북에 업로드 된 동영상이 있으면 동영상만 추천했다. 관련 기사는 저명한 매체(뉴욕타임스 같은)에서 선택하도록 지시받았다. 반대로 일상적이고 가벼운 매체도 포함되긴 했지만 명확하게 지시된 건 없었다.

제목과 개요에서 ‘트위터’라는 말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다. “트위터란 단어가 전부 ‘소셜미디어’로 대체되고 있다!”며 이변을 눈치 챈 트위터 COO는 “명함의 직함을 소셜미디어 COO로 바꿀까”라고 트윗 했다.

큐레이터는 주제를 비활성화 하는 권한도 있었다. 유수의 매체 3개 이상에서 화제가 돼야 한다는 기준 같은 건 있지만 그 이외는 뚜렷하지 않아 큐레이터는 이렇다 할 뚜렷한 이유 없이 비활성화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모두 권한남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트렌드의 개요나 제목 등을 작성하는 할당량은 보통 1일 20개 정도. 1개를 쓰는 데 걸리는 소요시간까지 측정했다. “공유 문서를 보면 다른 사람의 쓰는 속도를 알 수 있다. 사무실끼리 경쟁시켜 매일 몇 개의 주제를 완료할 수 있는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격무로 매일매일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팀의 초기 멤버는 대부분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해고당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개 스스로 그만두거나 철수했다. 계약한 기자들에게 페이스북은 이력서와 공개용 프로필에 여기서 일한 것을 절대 써서는 안된다고 했다. “속사정을 극비로 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왜 인력의 수를 감춰야 했을까. 이것은 상상이지만 아마 페이스북은 뉴스 순위를 편견 없이 처리한다는 환상을 심어주려고 했던 게 아닐까. 기계가 100% 기사를 구분해 선정한다는 느낌, 이것을 매우 소중히 여기고 있는 거라고 생각이 든다. 페이스북 미디어 부문의 성패는 정보 매체로서 갖는 플랫폼의 신뢰성에 달려있다. 트렌딩 토픽을 사람이 선택한다는 게 알려지면 ‘정치색 제로’의 보도매체라는 이미지가 깨지기 때문이다.

다만 사람이 영원히 계속할 수 없을 거라고 전 큐레이터들도 생각한다. “결국 로봇으로 대체할 생각이지 않을까”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모두 말하고 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면 회의에서도 상사가 “프로세스를 더 합리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매번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런 보고를 들으면 ‘아, 나는 처음부터 기계로 대체될 운명이었고, 이 시스템의 시험을 위해 고용된 것 뿐’이라고 느껴졌다고 한다. “실험 대상이 된 기분이었다. 알고리즘이 현명해지면 인간은 해고될 거니까.”

그만둔 큐레이터들에 따르면, 잔류한 사람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 같은 기색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약 20명이었던 팀이 올해 들어 최소 8명이 해고당했고 인원 보충도 없는 게 뻔했다. “처음에는 최소 1년의 고용을 약속받았는데 3개월 만에 6명이 해고되었다. 해고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일절 없었고, 단지 ‘감원’이라고만 말하고 끝이었다.” “결국 실험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단지 시험 운용해보고 참여가 늘어나는지 여부에 대한 확인 작업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참여뿐이었다”라고 전 큐레이터들은 말하고 있다.

페이스북에 상위 표시되는 트렌드 기사는 10억명의 클릭 위를 달리고 뉴스의 미래를 위한 이동 칸이지만 그것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지하에 통조림 같은 처지의 20대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배운 알고리즘이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예를 들어 우익 CPAC 집회, 미트 롬니, 랜드 폴 따위의 보수적인 주제들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도 페이스북 이용자가 보는 트렌드 항목에는 일절 표시되지 않는다. 반대로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았는데도 트렌드 기사에 오르는 기사도 있다. 이미 그만둔 전 큐레이터들에 따르면, 이런 선택은 사내에서 ‘inject(주입하다)’라고 불리고 있으며, 심할 때에는 아무도 화제로 삼지 않지만 이 주입 조작만으로도 인기 주제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간의 판단으로 편집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페이스북은 도움말에서 “페이스북에서는 최근 인기 있는 항목이 표시 됩니다”라고 쓰고 있을 뿐이고, 그것을 진실로 알고 있었던 사람은 ‘윽~’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이 고용한 큐레이터 중에는 보수적인 사람도 소수 있었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출근하면 CPAC, 미트 롬니, 글렌 벡 등 인기 보수 항목이 전혀 트렌드에 처리되지 않았다. 우연히 담당한 사람이 뉴스로 삼고 싶지 않았는지, 아니면 테드 크루즈에 편견이 있었는지,” “보수 성향의 뉴스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고 전직 큐레이터들은 증언했다. 

 

“100% 편향이다”

보수 성향 트렌드의 비활성화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는 다른 큐레이터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100% 편향이다. 담당자가 누군지, 그 사람이 언제 변화하는지에 달려있으니까.” “붉은 주(보수적인 지역)와 보수 언론이 화제에 서더라도 중도 매체에서 같은 재료를 찾아야만 했다.” ‘Breitbart’, ‘Washington Examiner’, ‘Newsmax’ 같은 보수 매체의 기사가 주목을 받고 알고리즘에서 상위에 올라와도 뉴욕타임스, BBC, CNN 같은 중도 매체가 같은 소재로 기사를 쓰지 않는 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의 화제를 의도적으로 비활성화 했다는 이야기를 부정하고 있는 전 큐레이터도 있었다. 페이스북 경영진이 강요했다는 증거는 없다. 이는 어디까지나 담당자의 정치적 편견이며 회사는 그런 편견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윗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inject’로 트렌드 기사를 지시받은 적은 있었다고 하며, 이는 여러 전직 큐레이터가 증언하고 있다. 공유된 횟수, 화제가 되는 횟수가 줄어 상위권에 진입할 수없는 소재라도 어쨌든 노출시키라는 것. 그러는 동안 No.1의 관심이 되는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CNN, 뉴욕타임스, BBC 등 10개 주요 사이트 홈페이지에 나오면 다시 올려도 좋다”라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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