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일하기 힘든 ‘헬조선’을 인증해줬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6.0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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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노조자문위 “한국, 노동인권 지키겠다는 약속 져버려”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라오스, 말레이시아….’

세계 최대 노동단체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이 매긴 국제노동권리지수(Global Rights Index) 조사에서 한국과 노동기본권 수준이 비슷한 나라로 꼽힌 국가들이다. 이 지수는 국제노총이 2014년부터 발표했는데 한국은 2년 연속 5등급을 받았다. 5등급은 '노동권이 지켜질 보장이 없는 나라'(No guarantee of rights)라는 뜻이다. ‘일하기 좋은’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은 결코 선진국이 아닌 셈이다.

최근 여러 해 동안 국제사회는 한국을 ‘노동자로 살기 힘든 나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낸 통계와 결의문은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다. 현 정권 들어 OECD는 한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 등이 노동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2013년 "한국 정부의 교사 공무원 노조에 대한 탄압 상황을 들었다"면서 "공무원과 교사에 대한 노동기본권 문제에 대해 OECD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OECD“집회 나선 노동자 대규모 사법처리, 심각한 우려” 

 


OECD의 ‘쓴소리’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는 5월30일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한국의 노동권 후퇴를 지적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아래가 노조자문위가 채택한 결의문의 일부 내용이다.

“최근 한국 정부의 노동기본권 탄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2016년 3월을 기준으로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민주노총 간부 등 74명의 노동자가 구속 중이다. 2015년 11월 벌어진 시위와 관련해 504명의 노조 조합원들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한국에서) 지난 몇 년간 평화적 집회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됐다. …(중략)한국에서 인권에 관한 우려는 집회의 자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정의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OECD가 발표한 다른 통계들도 한국의 ‘헬조선 노동’을 뒷받침한다. OECD 28개 회원국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22.4%로 4번째로 높았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2013년 기준) 14.7%나 됐다. OECD의 또 다른 통계인 ‘국가별 연간 노동시간’(2014년 기준)에 따르면 조사 대상 34개국 중 한국은 2124시간으로 1위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노조 가입률도 가입국 중 네 번째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노동권 후퇴는 OECD입장에서 당황스런 일이다. OECD는 1996년 한국에 노동권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 가입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6년 노동법을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OECD에 가입했다. 한국 노동자 그리고 한국사회 전반은 ILO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법과 노사관계 제도를 요구하고 있다.…(중략)노동기본권 존중과 사회적 대화를 향한 과정은 중단됐고, 현재 후퇴하고 있다. 더 이상 한국은 더 이상 OECD 가입 당시 맺었던 원래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OECD 노조자문위가 2016년 3월 낸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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