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사선 노동-①] 방사선 피폭도 차별받는 하청 노동자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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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동자 5천명은 지금도 피폭 위험에 떠는 중

‘안전의 외주화’가 또 다시 사고를 불렀다. 이번에는 ‘방사선 노동자’가 피해자였다. 하청업체에 떠넘긴 방사선 관련 노동 탓에 하청업체 직원들은 피폭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1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방사선 비파괴검사업체 소속 20대 직원 양아무개씨가 경기도 안성의 공장 설비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하다 양손이 방사선에 피폭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양씨가 소속된 비파괴검사 하청업체는 이를 은폐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파괴검사는 방사선을 활용해 배관․설비 등의 흠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20대인 양씨는 근무 한 달 만인 2015년 12월 비파괴검사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 원안위에 따르면 양씨가 속했던 A업체(비파괴검사 하청업체)는 이를 신고하지도 않았고, 병원에 데려가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장관리자들은 사고 발생 후 1주일이 지나서야 본사에 보고했다. 본사는 이 사고를 원안위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는 원자력 관련 업체가 방사선 사고가 났을 때 4시간 이내에 원안위에 보고해야하는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것이다. 양씨는 월급을 받지 못할까 우려돼 회사에 치료비 요구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 원안위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양씨의 작업은 ‘2인 1조’ 근무환경을 유지해야 했지만 A업체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씨와 동료 3명은 방사선 작업 시 반드시 지녀야 하는 방사선 측정기를 지급받지 못한 채 작업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매월 2시간의 정기안전교육이나 연간 16시간의 특별안전교육 등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안전교육 역시 받지 못했다. 

이번 사고을 두고 위험을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방사선 업계의 관행이 수면위로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양씨와 유사한 사고 사례는 지난 수년간 보고되고 있다. 2012년 조선소 방사선 비파괴검사 하청업체인 K사에서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가 대표적이다. 당시 K사는 양씨가 속한 A사와 같은 방식으로 ‘위험’을 외주화했다. 2012년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등 시민단체가 낸 성명서 내용은 이를 잘 보여준다. 

“K업체 소속 노동자(비파괴 검사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월 2시간 정기안전교육도, 1년에 16시간 특별안전교육도 거의 받아 본 적이 없다. 치명적인 발암물질을 다루고 있었지만 위험한 줄 모르고 일을 했다. 개인적으로 피폭량을 측정하는 개인선량계(개인 측정기)도 착용해 본적이 별로 없다. 사업주가 피폭선량을 넘기면 일을 시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아예 회사가 일괄 관리하고 있었다. 2인 1조로 야간에 50장 촬영이 기본이지만 1인 1조로 1일 평균 200장~300장을 찍고 업무가 많은 때는 500장도 혼자 찍었다. 야간에 한 번 선박블록 하단부에 들어가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위로 올라온 적 없이 일을 했다. 최소한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협소한 공간에서 그냥 그대로 다 노출되었다. 그야말로 무방비 상태에서 방사능에 계속 노출되었던 것이다.” 

현재도 5000여명에 달하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방사선 피폭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14년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방사선 용역회사 직원의 평균 일인당 피폭량은 1.40밀리시버트였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 정규직 직원 보다 평균 8.8배 높은 수준이었다. 연간 일반인 피폭량 허용치인 1밀리시버트를 뛰어 넘는 수치기도 하다. 특히 2012년 월성 1호기 압력관 교체 공사를 수행한 노동자들(4명)의 피폭선량 수치는 평균 2.65 밀리시버트로 정규직보다 약 18.9배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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