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사선 노동-②] “피폭 노동자, 일 끊길 우려에 피해사실도 숨겨야하는 상황”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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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인터뷰

‘방사선 피폭 노동’은 이제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2012년 울산 조선소에서 방사선 피폭으로 하청노동자 3명이 숨졌다. 올해 6월에는 방사선 비파괴 업무를 하던 양씨가 피폭 피해를 입었지만 소속 하청업체가 이를 은폐한 사실이 적발됐다. 


방사선 피폭 노동자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6월13일 이 사고들에 대해 “노동자가 소모품처럼 여겨져 피폭된 사고”라면서 “구의역 노동자 사망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피폭 노동자의 경우 피해사실을 숨겨야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더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양씨의 사고를 ‘구의역 노동자 사망사고’와 비슷하다고 보는 지적이 많다.
방사선 비파괴 검사 업체들이 굉장히 영세하다. 개인 안전교육을 한다거나 2인1조로 근무하도록 하는 안전규칙은 거의 무시한 채 노동자가 일을 하도록 만든다. 게다가 노동자는 소모품처럼 취급된다. 사람이 계속 바뀐다. 위험한 업무지만 숙련노동자가 하지 않는다. 비숙련 노동자가 일시적으로 위험한 업무를 한다. 이런 배경에서 이 사고는 구의역 사고와 다르지 않다. 비슷한 유사사례가 많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마다 방사선 피폭선량에 대한 법적 제한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과다 피폭된 것으로 드러나면 노동자는 일을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피해 노동자 대부분이 자신이 피폭됐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다. 소속 업체 입장에서도 감독기관에 적발을 당하면 처벌을 받기에 숨기려 한다. 결국 이런 미묘한 부분 때문에 노동자와 업체가 모두 사건을 숨기려 하는 것이다. 사건이 알려지지 않으니 노동자가 ‘을’인 상황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양씨 사건도 비슷한 사례로 추정된다.

언론이나 연구자들의 관심도 적은데.
이와 관련한 연구나 언론 보도가 전무한 실정이다. 보도의 경우 한국수력원자력 비리 보도가 나왔을 때 방사선 피폭 하청노동자에 대해 잠시 언급됐었다. 하지만 그 뒤 크게 다룬 곳은 없었다. 앞서 말한 부분 때문에 피해자가 알리기를 꺼려하는 탓이다. 언론보도에는 원자력 관련 하청업체에서 방사선 피폭을 당한 노동자가 많이 언급됐지만 피해자 중 제일 많은 부류는 양씨처럼 비파괴 검사 업체 하청노동자들이다.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간 사례가 만연해있다고 보면 되나.
그렇다. 원자력 발전소 근무자나 방사선 관련 연구실․의료기기 시설 관련한 설비 하는 업체 등에 피해자가 많다. 한 노동자는 원자력 발전소 하청업체에서 방사선을 다룬 뒤 암에 걸린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치기공 엑스레이 기계를 설치하는 일을 했는데, 본인이 기계를 설치하기 전에 직접 테스트 해보다가 과다피폭 피해자가 된 일도 있다.

대안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역시 핵심은 외주화다. 비정규직이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니 문제가 생긴다. 방사선 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면 된다.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되면 회사는 방사선 피폭 업무를 일정 기간 맡은 사람의 보직을 주기적으로 바꿔줄 수 있다.당국에서도 방사선 피폭을 막기 위해 외주화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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