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신안 집단성폭행의 이면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7:03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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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1일 밤부터 5월22일 새벽에 걸쳐 전남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발생한 여교사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진상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어 내용 언급은 자제하겠습니다.

 

이 칼럼은 1391호에 실린 원고 중엔 마지막 원고가 됐습니다. 조해수 기자가 현지를 가서 르포를 보내왔기 때문입니다. 이 원고를 읽고 현지 분위기를 느껴야 제대로 된 칼럼을 쓸 수 있겠더군요.

 

이 사건은 충격적이기 짝이 없습니다. 관련 기사가 새로 뜰 때마다 성토 댓글이 금세 주렁주렁 달립니다. 우려스러운 대목이 많습니다.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댓글이 대종을 이루고 있어서입니다. 저는 이 지역이 고향이 아니지만 이런 식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당장 문제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지역감정만 악화시킵니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망국적인 지역감정은 절대 근절시켜야 합니다.

 

저희 기자가 현장에서 부른 한 주민의 발언을 보면 대다수 주민들은 이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 언론에서) 마치 주민들이 피해자들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도한 것을 봤다.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민으로서 더 부끄럽고 죄송스럽기만 하다. 내 가족이 그런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감히 감싸고 돌 수 있겠나.” 몰지각한 생각과 발언을 하는 주민도 있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이럴 때 언론의 좋은 먹이가 됩니다.

 

저희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섬 이름을 명기하느냐를 둘러싸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섬 이름을 공개한 언론사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러 번 회의를 거듭한 결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독자의 알권리는 물론 중요하지만 섬 이름을 밝히면 지역사회가 작은 탓에 피해자의 신상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이제는 완전히 사어(死語)가 됐구나 하는 현실을 절감케 합니다. 스승에 대한 존경이 있었던 과거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 버젓이 그것도 윤간(輪姦)이라는 극악한 형태로 벌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스승을 업신여기고 지내온 세월의 업보가 이런 식의 범죄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사건과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젊은 여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자국 여자를 비하하는 ‘○○녀’ 시리즈가 끝없이 나오는 나라가 작금의 대한민국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를 누르는 기풍이 필요한데 지금의 한국은 남녀가 서로 못 잡아먹어 난립니다. 총체적 반성이 절실합니다.

 

다음 호부터는 이 칼럼을 김현일 대기자와 번갈아 쓸 생각입니다. 김현일 대기자는 절찬리에 연재 중인 ‘박관용 회고록’을 담당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정치부 기자 40년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한국정치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숨 가쁘게 돌아가는 정치판을 이해하는 데 한국언론을 통틀어 최적격 인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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