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어바웃 아프리카] “주한 케냐 대사관을 더 빨리 개설했어야 했다”
  • 이형은 ∥ 팟캐스트 ‘올어바웃아프리카’ 진행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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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메드 겔로 주한 케냐 대사 인터뷰 - ①

아프리카대륙 동쪽에 위치한 케냐. 영화 《아웃오브아프리카》, 야생동물로 가득한 사파리, 마사이족, ‘케냐AA’ 커피 등을 통해 익숙한 이름이다. 또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부친이 케냐 루오족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케냐라는 이름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냐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올어바웃아프리카》를 시작하기 직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 서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 남아프리카에 속한 국가를 선정해 해당 국가의 주한 대사들과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1964년 양국 수교 이후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 왔고, 미디어 노출 빈도가 타국가에 비해 높아 우리에게 익숙한 케냐를 정했다. 

대담은 모하메드 겔로 주한 케냐 대사와 필자가 주한 케냐 대사관에서 만나 진행했다. 한국과 케냐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윈-윈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하메드 겔로 주한 케냐 대사
2016년 올해 아프리카 17개 국가에서 대선을 비롯해 각종 선거가 치러진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을 얻은 이후에도 기존 식민 종주국들의 선거에 대한 개입이 있어 왔다고 본다. 최근 유럽의 경제 위기, 난민 유입, 테러 등 여러 측면에서 상황이 어렵다. 해결이 시급한 유럽 내부 문제가 산재되어 있는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아프리카 선거에 여전히 개입할 것으로 보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프리카 대륙 17개 국가들이 선거를 치렀거나 치룰 예정이다. 동아프리카 지역으로 좁혀 보면 케냐의 이웃 국가인 부룬디는 작년에 선거를 마쳤다. 올해는 우간다에서 대선이 있었고, 르완다는 내년에 있을 예정이다. 이들 국가들은 국민투표에 의해 헌법이 개정돼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하다. 케냐의 경우에는 헌법 개정이 이뤄져 5년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이 또한 국민들의 선택이다. 외압에 의한 결정은 아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우리 지역에서 특히 강한 영연방(Commonwealth), 그리고 아프리카연합(AU), 동아프리카공동체(EAC) 등의 감시단들이 있다. 하지만 선거는 국가 구성원인 국민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그들은 단지 ‘감시(Observe)’ 할 뿐이지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014년부터 원유를 비롯해 지하자원 가격이 하락했다. 가봉·나이지리아·앙골라 등 경제가 자원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다양화, 즉 분산 정책이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그리고 케냐의 상황은 어떠한가.

지하자원, 특히 원유값 하락이 경제 전반을 흔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있다. 하지만 케냐의 경우는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이 관심을 갖는 원유 등의 지하자원이 많지 않다. 최근 약간의 원유가 발견됐지만, 2019~20년까지 생산될 것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해 케냐의 경제는 지하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 경제 분산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관광’·‘금융’·‘물류’·‘제조업’·‘농업’·‘섬유’ 분야가 특히 강하다. 즉 케냐의 경제다각화는 이미 이뤄져 있다. 그러므로 국제 원자재 및 원유 하락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미치는 영향만큼 케냐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케냐가 제조업에 강하다고 했다. 한국을 얘기할 때 현대나 삼성을 떠올리듯 케냐를 대표할 만한 제조업 관련 브랜드는 무엇인가.

안타깝게도 케냐는 아직 그 레벨은 아니다. 제조업은 외국기업의 상품을 제조하고 있고, 농업 기반의 제조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커피의 경우, ‘Nairobi Java House’가 유명한 케냐 브랜드다. 

현재 케냐는 ‘Vision 2030’의 두 번째 중간 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제는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Vision 2030’이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

경제·교육·의료·거버넌스 등 여러 분야에 대한 발전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항구나 항만시설의 확대 등 시설 사업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 모든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Vision 2030의 가장 큰 관건은 재원 확보라고 본다. 재원 확보가 수월히 이뤄지면 Vision 2030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1960년대 한국의 GDP는 아프리카 국가와 비슷하거나 더욱 낮은 수치였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아프리카 국가들, 다시 말해 케냐에게 영감을 주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주한 케냐 대사관을 더 빨리 개설했어야 한다고 말이다. 주한 케냐 대사관은 2007년에 개설됐는데, 주케냐 한국대사관은 케냐가 독립한 직후 두 달 뒤에 개설됐다. 이것을 말하는 이유는 만약 주한 케냐 대사관이 1960년대에 개설됐다면 우리는 한국의 경험과 경제 발전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현재 극빈국,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룬, 원조를 주는 공여국의 지위가 되었다.
한국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국민에 대한 투자, 즉 인적자원개발 (HRD)’에 대한 것이다. 한국의 발전은 천연자원은 없지만 인적자원이 강해서 이룩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천연자원은 풍부하지만 여전히 가난한 국가들이 많다. KAIST와 같은 교육기관은 과학 기술 투자에 대한 정책이 잘 조화된 대표적 예인 것 같다.
한국은 단계를 거쳐 하이테크 산업까지 갔다. 케냐의 경우 아래에서부터 모든 단계를 거친다면 따라갈 수가 없다. 그래서 ICT 분야,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을 갖는데, 그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케냐에 KAIST와 같은 과학기술원 건립에 대해 이미 논의가 끝난 상태이다. 또한 많은 케냐인들이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학사․석사․박사 등의 장기연수와 몇 주 혹은 몇 달 간의 단기연수를 받고 있다. 이것 또한 한국의 경험을 배우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프리카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새마을운동도 공동체의 단결이 기본이다. 케냐에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새마을운동을 약간 경험하고 있는데, 그 중 케냐는 농업 분야의 근대화 부분에 관심이 많다. 농업 근대화 부분에 대해 MOU체결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의 트랙터 제조업체가 케냐에 트랙터를 판매할 예정이고, 새마을운동의 하나로 농업 근대화 부분에 중점적으로 한국과 협력을 할 예정이다. 

동방정책을 통해 케냐는 현재 중국·인도·동유럽 등 개발도상국과의 관계 강화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남’ 개발협력(개발도상국간의 협력)에 노력하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케냐와 한국과의 협력관계도 ‘남-남’ 관계로 보는가?

‘동방정책’과 ‘남-남’관계는 다르다고 본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서구에 의한 식민지배 경험 때문에 서구와의 관계가 강하다. 동방정책의 핵심은 서구 외 국가들과도 협력관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입장에서 ‘동방’은 아시아를 의미한다. 물론 한국과 일본도 포함되어 있고 이미 협력관계에 있다. 하지만 ‘남-남’ 관계의 경우, 개발도상국간의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안에 아시아 국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개발도상국이 그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과의 관계는 역사적 경험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공유되기에 비슷한 점이 많다. ‘남-남’ 협력에 대한 내 논리는 GDP 수치 등 경제 규모만을 놓고 판단한다. 한국은 이미 OECD 회원국이기 때문에 ‘남-남’ 관계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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