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은 청와대로 가는 관문인가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6 09:16
  • 호수 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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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 임기 마치고 대권 도전 가능성도 제기돼

 

6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정세균 의장이 안건을 의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소속이었던 6선의 정세균 의원이 6월9일 ‘입법부 수장’에 오르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02년 16대 국회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소속 박관용 국회의장이 선출된 이후 14년 만에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탄생한 만큼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 의장이 더민주 내 후보 경선에서 압도적 득표로 승리한 것을 두고 당내 역학구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정 의장은 6월9일 오전 열린 더민주 국회의장 후보자 경선에서 총 121표 중 71표(58.6%)를 얻어 6선의 문희상(35표)·이석현(6표), 5선인 박병석(9표) 의원을 여유 있게 제치고 국회의장직을 거머쥐었다. 당초 당 안팎에선 문 의원과 박빙의 접전 속에 우세를 보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체적이었지만, 정 의장이 문 의원에 2배가 넘는 격차로 승리하자 의총장에서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로 다소 놀라운 결과였다. 


“주류 진영의 세가 더욱 확산” 분석


특히 더민주 의장 경선의 결과를 보면, 당내 주류 측의 지형이 어느 정도인지 고스란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이른바 ‘정세균계’의 수장인 동시에 범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고, 문 의원 역시 친노 원로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얻은 표가 106표이니만큼 경선 투표에 참여한 121명 중 이른바 친노·친문(친문재인) 등 주류 측이 절대 다수임을 재확인한 셈이다. 나아가 그간 당내 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의원이 60~70명 정도로 파악됐지만, 두 사람의 합산표가 100표를 넘어선 것은 주류 진영의 세가 더욱 확산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이번 결과는 계파 논리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정 의장과 가까운 강기정·오영식·전병헌 전 의원 등 정세균계 인사들이 대거 낙천하면서 ‘정세균계가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을 감안할 때 계파나 오더에 의한 표심보단 대선후보로 나선 바 있는 정 의장의 경륜과 정치적 중량감에 의한 표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6월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 “정 의장이 친노·친문으로 분류돼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후보자 의원들의 경력과 성과, 경험 등을 위주로 의원들이 투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주류 측의 세 확장 분석에 대해 “우리 당에 친노라고 하면 오히려 문 의원이 훨씬 더 정통파 아니겠느냐”며 “친노와 비노 할 것 없이 상당히 골고루 세력들이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친노 진영 원로인 문 의원의 처남 취업청탁 의혹 등이 불거진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이번에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내년 대선까지 아주 민감한 사안을 다뤄야 하는 만큼 언제든 사정 당국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만약 국회의장이 조금이라도 약점을 갖고 있다면 집권 세력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런 점을 의원들도 어느 정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계파나 의원들 간 친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초선 의원들의 표심이 정 의원에게 쏠렸다는 평가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정 의장이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대선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긴 점도 표심에 반영됐을 것”이라며 “정 의장이 오 전 시장을 이김으로써 여권의 대권주자를 날려버렸다. 잠재적 위협을 없앤 혁혁한 전과와 정 의장의 ‘땀의 노력’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6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초선 의원 표심이 정세균에게 쏠렸다”

 

정 의장이 국회의장에 오르면서 향후 정 의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회의장은 당적을 갖지 않지만, 야당 출신이니만큼 국회운영에 있어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방점을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로 인해 여의도 정가에선 정 의장의 등장으로 국회 운영은 물론 국회사무처 조직까지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직 도전 과정에서 “저는 국회가 행정부 견제를 제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왔다. 


정 의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그간 국회의장직은 유력 중진들이 정치적 행보를 정리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받아들여져왔다. 직전 국회의장으로서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과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정의화 전 의장을 제외하고 역대 국회의장들은 대부분 다음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신의 정치인생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야권 내 유력 계파를 이끌 정도인 정 의장의 정치적 무게감이 남다른 만큼 또 다른 스텝을 고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 의장은 그동안 야당 대표를 3차례 하면서 온화한 성품을 앞세운 ‘관리형 리더십’을 갖춘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회의장도 여야 간 의견을 조율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기존 관리자적 리더십만 재현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여전하다. 또한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임기가 2018년 5월까지인 것을 고려하면, 정 의장이 2017년 대선 등에 대한 도전 의사를 갖고 있더라도 일정상 어려움도 있다. 당 관계자는 “정 의장이 국회의장직에 도전한 이상, 대권 도전에 대한 의사는 접은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 의장이 기존 자신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실제 정 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20대 국회는 온건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때로는 강경함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함’을 강조했다. 앞으로 자신의 리더십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단지 국회의장으로서의 역할에만 자신의 시선을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읽힌다. 정 의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정 의장이 이제 막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만큼 다음 행보에 대한 고민을 벌써부터 하진 않고 있다고 본다”면서 “국회의장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국민들이 20대 국회에 요구하고 있는 ‘협치’를 잘 이끌다 보면 정 의장에게도 또 다른 기회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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