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공유'했더니 '불안 공유'하고 떠나는 외국인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6.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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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두고 관광경찰도 단속 딜레마 빠져…‘공유민박업’ 도입 대안 될까

"우리 너무 무서워요.”


‘에어비앤비(공유숙박)’를 통해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에 여장을 푼 중국인 관광객 T씨일행은 최근 한국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 관광을 위해 숙소를 나섰다가 만난 경찰은 그에게 “불법 게스트 하우스에 숙박하는 것으로 안다. 몇호에서 묵느냐”고 물어왔다. T씨에 따르면 경찰은 숙소 문을 열어달라고 했고, 숙소 안에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임대자)와 나눈 계약서 등을 증거로 가져갔다. T씨는 “갑작스럽게 경찰들을 만나서 당황했다. 편한 관광을 위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것뿐인데, 나를 범법자로 대해서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업이 ‘합법’과 ‘불법’사이에 방치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관광객을 향하는 중이다.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숙박은 현지인이 자신의 집 또는 공간을 대여하는 숙박 형태다.

현행법은 에어비앤비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에어비앤비를 통해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임대하면 ‘합법’이다. 그런데 오피스텔이나 원룸을 임대하면 ‘불법’이라 정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으로 규정된 오피스텔이나 원룸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박 공유가 상당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6월16일 기준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 명동과 홍대, 강남 인근 원룸․오피스텔 숙소만 해도 수백 개에 달한다.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숙박 예약 업체다. 2013년 1월 한국에 진출했다. ‘공유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데 현재 기업가치만 255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현재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국내에서도 원룸․오피스텔 공유 숙박이 공공연하게 업로드 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T씨 사례처럼 관광을 왔다가 단속반을 만나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러다보니 ‘경찰이나 낯선 사람으로부터 어디 묵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친구집에 머무른다고 대답하라’는 거짓말이 매뉴얼처럼 제공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T씨와 유사한 일을 겪은 강아무개씨도 “경찰이 단속에 나서는 과정에서 숙소에 들어와야 하는데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타국에서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공유 숙박에 대해서는 관광경찰 등 단속하는 입장도 난감한 상황이다. 2015년 9월, 미신고 에어비앤비에 대해 법원은 처음으로 불법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특히 오피스텔․원룸을 이용한 공유 숙박이 불법이 되면서 경찰 역시 단속을 안 하자니 “실적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적극적으로 하자니 “개인 간 계약이고, 관광객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지적에 부딪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반은 규정이 정당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니 불법성이 있으면 집행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임의적 방법을 통해 단속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숙박 공유’를 제도권 안으로 들여오고 현실에 맞는 법 개정을 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안으로는 ‘공유민박업’제도가 거론된다. 이는 오피스텔을 제외한 주택을 숙박공유 서비스를 통해 연간 최대 120일까지 내ㆍ외국인에 빌려 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원룸을 숙박 공유하는 행위는 합법화될 수 있다. 숙박공유가 가능한 거주 형태의 범위가 넓어지는 셈이다. 현재는 부산이나 강원, 제주 지역에 우선적으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병준 부산공유경제시민연합회 회장은 “공유민박제도는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단속 문제에 대해서 정부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으로 안다. 제도권 안에서 공급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공유경제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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