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⓶] 출렁일까 잠잠할까, ‘브렉시트 시나리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6.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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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되는 걸까. 영국이 선택할 경우의 수에 따라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일까. 여기저기에서 제기되는 브렉시트 공포는 어느 정도로 현실화될까. 한 번 따져보자.
 


⓵ 브렉시트가 부결될 때

세계는 지금 브렉시트 발효 이후의 상황을 대비하며 가상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지만 브렉시트가 부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잔류파가 탈퇴파를 압도적인 표차로 이길 것 같진 않고 부결되더라도 아슬아슬한 차이일 것이라는 게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브렉시트가 근소한 차이로 부결될 경우 영국 국내외적으로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14일 ‘브렉시트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발표한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근소한 차이로 브렉시트가 부결되면 무시할 수 없는 브렉시트 지지층이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향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재요구될 수도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실히 제거되지 않게 되면서 영국의 금융센터로서의 지위, 투자매력도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손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영국발 불안요인이 상존하게 되고 다른 악재들과 결합되면서 주식 및 환율시장도 상당 기간 불안정하게 흘러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⓶ 브렉시트 가결될 때

브렉시트가 국민투표에서 가결된다면? 1차적으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엘런 미 연준위원장은 EU 탈퇴로 결론 날 경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망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강선구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영향력은 높은 편이라 브렉시트가 상당 기간 동안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영국은 올해 1~4월 사이에 한국 주식 4200억원을 순매수 했다. 전체 외국인 순매수 금액 2조8000억 원의 15%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규모다. 매수와 매도금액을 합산한 규모로 보면 전체 거래의 34%를 차지해 올해 한국에 투자한 국가 중 가장 활발한 거래 활동을 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실현될 경우 한국 금융시장에서 대대적인 해외자금 유출을 우려해야 한다. 영국계 자금이 나가는 것도 있지만 세계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따른 해외 자금 유출을 걱정해야 한다. 영국 자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등 유럽계 자금들의 회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불안정성이 증가하면 원화 환율도 불안해진다. 글로벌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일본 엔화의 가치가 절상되는 것과 반대로 원화는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엔화 평가절상이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 측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⓷ 브렉시트 가결되고 영-EU 단일시장 범위 재협상이 성공할 때

일단 브렉시트가 통과됐으니 단기적으로는 영국과 유럽의 증시가 폭락하고 이에 따른 연쇄효과로 전 세계 증시가 출렁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럽경기가 위축되면서 유로화와 파운드화의 동반약세가 진행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영국 교역이 관세화되면서 영국 수출이 위축되고 수입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 유럽시장의 경제 금융 중심지였던 영국의 지위도 약화되면서 국제 투자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가결된다 하더라도 이게 바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영국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EU와 단일화 영역에 대해 2년 이내에 재협상 과정을 갖게 된다. 한국에 있어서는 브렉시트가 가결될 경우 최상의 시나리오가 이 협상이 원만히 잘 진행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이 무역․서비스․인력․자본 면에서는 여전히 EU 단일시장에 참여하고 정치나 안보 영역 등에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좋은 그림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의 피해가 제한적일 수 있다. 영국이 더 이상 EU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FTA 체결국들과 별도의 협상을 거쳐야 하지만 기존의 교역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영국은 여전히 EU내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나 인력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서 글로벌 금융 중심으로서의 지위도 어느 정도 유지된다. 금융 불확실성 역시 상당 부분 사라지고 안정될 수 있다. 다만 영국과 EU의 재협상기간 동안에 생길 시장 불안정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⓸ 브렉시트 가결되고 영-EU 단일시장 범위 재협상이 실패할 때

한국은 영국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 가운데 네 번째로 규모가 크다. 영국은 한국 입장에서 무역흑자 대상국이다. 2015년에는 3년 만에 대영 무역이 흑자(12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브렉시트가 가결되고 영국이 EU와의 재협상에서도 실패하는 경우다. 2011년부터 한국은 EU와 FTA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EU회원국인 영국과는 거의 무관세 교역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이 협상을 실패한다면 금융시장 타격은 물론이고 영국이 EU 회원국이었던 때 맺었던 FTA가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영국은 한국을 포함해 기존의 무역 상대국들과 FTA를 새롭게 체결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관세 문제가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EU탈퇴가 현실화되고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게 되면 연쇄적으로 수입 규모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브렉시트 이후 한국과 영국의 무역규모는 중장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강선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교역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대영 무역은 한-EU FTA 발효 전인 2011년 이전 수준인 10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지로서의 영국이 가지는 메리트도 한층 감소할 수 있다. 기존에 영국이 유럽을 공략할 때 최적의 투자처로 많은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았다면 비 EU국가가 된 영국은 더 이상 이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되면서 국내 및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는 감소할 여지가 있다.

그럼 이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투자자들은 당분간 금이나 엔화 같은 안전 자산 투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선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갑자기 외자가 유출되지 않도록 국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구조조정 등 리스크를 통제하고 투자환경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 환경이 출렁일 일 수 있으니 국내 요인만이라도 불확실함을 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팀장은 “브렉시트로 한국 금융시장이 맞을 충격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변화가 일시에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보다는 브렉시트 가결 후 예상치 못했던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이후 세계 각국의 정책당국이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에 따라 충격파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나친 공포감에 사로잡히기 보단 정책당국의 움직임을 주시해 반전의 포인트를 잡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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