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신동빈 그리고 장경작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6.21 17:04
  • 호수 139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 전방위 수사, 총수 일가 횡령·배임은 ‘시작’ …정·관계 로비 수사도 불가피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

 

태광그룹의 총수였던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실제 수감생활을 한 것은 69일에 불과하다. 2012년 6월 지병으로 보증금 10억원을 내고 보석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부실 위장계열사에 1500억원대 부당지원을 해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3년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된 데 이어, 2014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고 풀려났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돼 2012년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당초 2078억원이던 혐의 액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1657억원으로 줄었다. 1심 재판부는 이 가운데 1342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후 2심에서 징역 3년을,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상고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 회장은 현재 건강상의 문제로 구속집행이 중지돼 있는 상태다. 구속됐던 총수들 가운데 ‘최장기수’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3년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2014년 2월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후 2년7개월여의 수감생활 끝에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감했다.

 

역대 구속 재벌 총수보다 횡령·배임 규모 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900억원의 회계분식을 통한 1500억원대의 조세포탈과 900억원대의 횡령·배임, 그리고 500억원대의 위법배당 혐의를 받았다. 이로 인해 조 회장은 올 1월, 징역 3년에 벌금 1036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다른 총수들과 달리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고령과 건강 등을 이유로 기각됐기 때문이다. 

 

지금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또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과 비자금 조성 의혹이 핵심 사안이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내사 과정에서 약 3500억원대 규모의 횡령·배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언급했던 대기업 총수들의 횡령·배임 규모가 이보다 작았음에도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례를 감안한다면, 롯데 오너 일가의 구속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지금의 검찰 수사에서 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입증될 경우를 전제로 한다. 또한 횡령·배임에도 ‘업무상 횡령·배임’은 일반 횡령·배임과 달리 적용된다. 

 

롯데에 대한 검찰수사는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하루 걸러 새로운 비리 의혹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가 시작된 이후 롯데그룹과 관련된 다양한 제보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이 새로 찾아낸 의혹들과 제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사정에 나설 경우, 수사기간은 자연스레 길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수사의 초점은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에 맞춰져 있다. 검찰도 비자금을 통한 정·관계 로비 의혹은 현재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수사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상한 자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종착지가 정·관계와 맞닿아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검찰 스스로도 단서가 발견되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장경작 前 사장, ‘MB 정부 밀월’ 핵심 지목

 

롯데그룹은 이명박(MB) 정부 시절 다양한 특혜 논란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단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아 여전히 의혹으로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진실이 무엇이든, 롯데그룹이 MB 정부 들어 5년 동안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자산총액은 43조원에서 96조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계열사도 46개에서 79개로 대폭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롯데그룹 사정설이 회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사정기관들은 롯데그룹에 대한 각종 범죄 첩보를 경쟁적으로 수집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특혜 시비의 핵심으로 장경작 전 호텔롯데 사장이 지목됐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상당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은 MB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에는 장 전 사장에게 호텔롯데 총괄사장직을 맡겼다. 이는 장 전 사장을 위해 신설한 직책으로 호텔과 면세점, 롯데월드 등 모든 사업부를 아우르는 자리다. 이후 롯데그룹은 각종 인허가를 일사천리로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건축 인허가 건이다. 롯데그룹은 1995년부터 서울 송파구 부지에 초고층빌딩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정권이 세 차례나 바뀌는 동안 허가를 받아내지 못했다. 부지 인근에 전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서울공항이 있어 비행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군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MB 당선 이후 상황은 급변한다. MB는 취임 2개월 만인 2008년 4월, 제2롯데월드 문제 해결 검토를 지시했다. 특히 제2롯데월드 건축을 반대한 현직 공군 참모총장을 경질한 이후 인허가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군은 서울공항 활주로를 3도 변경하면 비행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비행 안전시설 지원 비용을 롯데가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찬성했다. 이로 인해 롯데그룹은 2009년 3월 초고층건물 건축 승인을 얻어내고, 이듬해인 2010년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착수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롯데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은 비자금 조성과 정·관계 로비”라며 “이 부분에 메스를 가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검찰에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또한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