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계 5위 기업 운명이 일본 종업원 손 아래에
  • 김소연 머니투데이 산업부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2 09:09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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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쥔 일본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의 실체

 

‘치명적 부메랑’이었다. 지난해 7월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해임’ 사건으로 촉발됐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검찰수사로 돌아왔다. 1년여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베일에 싸인 기업’으로 통했던 롯데는 한국과 일본에 걸친 특이한 지배구조와 성장 스토리, 사업 부실 내역까지 낱낱이 까발려졌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확보한 회계장부와 서류 등은 검찰수사의 근거자료로 쓰이고 있다.

 

검찰은 백화점식 수사에 나섰다. 과거 신동빈 회장의 경영업적으로 통했던 수차례의 인수·합병(M&A) 건과 중국 사업, 오너 일가가 지급받은 배당금 등을 모조리 비자금 조성 창구로 의심하고 있다. 처음 롯데면세점과 호텔롯데, 롯데정책본부에 국한됐던 압수수색도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됐다. 전방위로 진행되는 검찰의 수사에 롯데그룹은 경영 마비 상태다.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미국 액시올사(社)를 인수해 글로벌 12위 종합화학회사가 되겠다던 꿈도 접었다. 이제 롯데 경영권 향배도 검찰의 칼날 앞에 놓였다. 검찰이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날카로운 사정 칼날을 겨누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의 핵심 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판을 뒤흔드는 요소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해 11월15일 부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93세 생일 행사를 끝내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떠나고 있다.

신동주, 日롯데 퇴직 200여 명 지지 모임 발족

 

캐스팅보트를 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은 이번 롯데 수사를 보며 어떤 생각에 잠겨 있을까. 그들은 이제껏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보여준 경영성과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영권 분쟁 내내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였다. 그러나 신 회장의 롯데가 한국에서 검찰수사로 휘청거리는 요즘, 그들의 ‘표심’도 따라서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를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신 회장도 긴장하는 기색이다. 그는 주총이 열릴 일본에서 표심 단속에 나섰다. 신 회장은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될 당시 롯데케미칼과 액시올 합작법인 기공식 참석을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올랐던 터였다. 당초 기공식을 마치고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수사와 맞물려 경영권 분쟁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자 발길을 일본으로 돌렸다. 자칫 귀국했다가 출국금지를 당하면 주총 자체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롯데홀딩스 주총 때까지 머물며 주주들의 지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운명을 좌우할 이번 주총을 둘러싸고 두 형제간 긴장감이 팽팽하다.

 

경영권 분쟁 향배를 가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6월 말로 예정돼 있다. 아직 정확한 개최일자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는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계열사 등 관계사(20.1%) △투자회사 LSI(10.7%) △임원지주회(6.0%) △신동주 전 부회장(1.6%)·신동빈 회장(1.4%)·신격호 총괄회장(0.4%)을 포함한 가족(7.1%) △롯데재단(0.2%)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광윤사는 신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해 최대주주의 위치에 있다. 나머지 지분은 종업원지주회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즉, 종업원지주회 결정에 따라 한·일 롯데그룹 경영자가 뒤바뀔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내내 종업원지주회에 대한 러브콜을 지속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 동영상과 언론 기고뿐 아니라, 최근에는 종업원지주회원 1인당 2억5000만 엔(약 27억원) 상당의 주식보상을 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또 종업원지주회 이사진이나 소속 직원에 대한 개별 접촉 시도도 병행했다. 지난 4월 일본 롯데그룹 퇴직 임직원을 중심으로 200여 명의 지지 모임을 발족하는 등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도쿄 신주쿠(新宿)에 있는 일본 롯데 본사


 

종업원지주회 의장, 신동빈 회장 영향 아래

 

종업원지주회의 독특한 구조도 신 전 부회장이 ‘역전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하는 요소다. 종업원지주회는 10년 차 과장급 이상 직원 1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정 직급이 되면 액면가인 주당 50엔(약 550원)에 주식을 매입하게 되고, 임원 승진이나 퇴직 시엔 액면가로 강제 매도해야 한다. 대신 매년 액면가의 12%를 배당으로 받는다. 일본 기준금리가 마이너스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고이율이다. 

 

하지만 종업원지주회는 경영진의 완벽한 통제를 받는다. 130여 명의 의결권은 1명의 의장에게 귀속돼 있는데, 의장은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롯데홀딩스 사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식 매입과 매도에 관한 모든 권리를 경영진이 갖는 것은 물론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사진 역시 경영진이 임명한다. 신 회장도 지난해 7월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종업원지주회 이사장을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교체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전 부회장이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도 단번에 승기를 잡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신 회장 측은 이번에도 지난 두 차례의 주총과 마찬가지로 승기를 잡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신동주 전 부회장도 최근 롯데그룹 사태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비친다. 그는 최종적으로 종업원지주회 내부 동요를 통해 경영진 주도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주총장에서는 신 회장의 도덕성과 비리 혐의를 공론화해 ‘신동빈 흔들기’에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 전 부회장 회사인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비리혐의가 적발돼 구속되면 일단 이사에서는 물러나야 한다”는 말로 승리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도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 등에 대한 이사 해임안, 본인과 이소베 사토시 전 신격호 총괄회장 일본 비서실장에 대한 이사 선임안 상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주총이 쉽사리 뒤집히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업원지주회 의장이 롯데홀딩스 경영진 영향 아래 있기 때문이다. 130여 명의 종업원지주회원이 일제히 반기를 들지 않는 이상 어려운 싸움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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