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이번에도 죽 쒀서 남 줄까
  • 배지헌 엠스플뉴스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2 15:45
  • 호수 1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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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600승 달성 ‘명장’, kt 위즈와 재계약 여부 주목

 

 


 

지난 6월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는 조범현 감독의 통산 600승 기념 시상식이 열렸다. 통산 600승은 김응용·김성근·김인식·김재박·강병철·김경문·김영덕·이광환에 이은 역대 9위, 현역 감독 중에는 김성근(15일 현재 1326승), 김경문(756승)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다. 명실공히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대열에 오르는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으로서는 마음껏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일차적으로는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성적 탓이다. 행사가 열린 이날 경기 전까지 kt 위즈는 24승 34패 2무로 한화 이글스와 공동 9위로 내려앉은 상황이었다.


“이른 재계약 NC 참고해야”


조 감독이 활짝 웃을 수 없는 이유가 또 있다. 올 시즌 이후에도 계속 kt 감독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조범현 감독과 kt 위즈의 3년 계약은 올해로 끝이 난다. 아직 구단에서는 조 감독의 재계약을 놓고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NC가 김경문 감독과 했던 것처럼 kt도 하루 빨리 조 감독과 재계약을 해야 한다.” 조범현 감독과 가까운 야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kt가 NC 다이노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C는 김경문 감독의 계약기간 1년을 남겨두고 시즌 전에 일찌감치 재계약을 발표했다. 감독직을 확실히 보장해준 덕분에 ‘레임덕’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감독이 미래를 보면서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NC가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며 강팀으로 자리 잡은 것도 빠른 재계약 결정이 바탕이 됐다.” kt 역시 조범현 감독의 입지가 탄탄해야 남은 시즌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올해 이후까지 바라보고 팀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려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는 달리 조범현 감독의 재계약은 시즌 반환점에 도달한 현재까지도 거의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구단 안팎의 말이 엇갈린다. kt 구단 관계자는 “구단에서도 감독님 재계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kt 사정에 밝은 다른 야구 관계자는 “kt 구단이 조범현 감독 재계약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범현 감독이 지난 2년간 신생구단 kt를 비교적 무난하게 잘 이끌어왔다는 데는 야구계 인사 상당수가 동의한다. 신인급 선수들로 구성된 창단팀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1군 레벨의 팀으로 끌어올렸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먼저 창단한 NC에 비해 kt가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에서 팀 전력을 꾸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범현 kt 감독이 6월14일 경기도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600승 기념 시상식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요즘 스타일과 거리 있다” 지적도

 


실제 kt는 창단 직후 참여한 신인 드래프트와 특별지명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앞서 NC가 빠르게 강팀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지켜본 기존 구단들이 kt를 견제한 탓이다. 여기에 저비용으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면서 투수진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박경수·박기혁이 결과적으로 좋은 활약을 하긴 했지만 A급 FA 선수 영입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kt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특히 6월 이후로는 42승 1무 49패로 승률 0.462(해당기간 7위)의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올 시즌에도 주포 장성우와 외야수 오정복의 이탈, 외국인 투수 피노의 부상으로 100% 전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하지 않고 시즌 초반을 잘 넘겼다. 팀 순위를 떠나 어려운 여건 속에 팀을 이끌어온 조범현 감독의 성과는 분명 평가받을 만한 면이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범현 감독의 스타일이 지금의 프로야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kt는 김성근 감독의 한화보다도 훈련량이 많은 팀”이라며 이렇게 지적했다. “분명 요즘 프로야구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많은 훈련량 외에도 불펜 투수를 과도하게 혹사하는 투수 운영 등은 김성근 감독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신생팀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지금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kt가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범현 감독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약체 팀을 맡아 단기간에 전력을 끌어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는 SK 와이번스를 맡아 네 시즌 중 두 번이나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었다. 하지만 정작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건 조범현 감독이 떠난 바로 다음 시즌인 2007년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다. 또한 조범현 감독은 KIA 타이거즈 감독을 맡은 2009년에는 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안치홍·김선빈 등 젊은 타자들을 기용하면서 팀 체질을 바꾸려고 했다.” 조 감독의 우승에 관한 기억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와 노력에도 계속 KIA 감독직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통산 600승의 ‘명장’ 조범현 감독과 kt 위즈의 인연은 어떤 결과로 끝날까. 이번에도 ‘죽 쒀서 남 주는’ 쓰린 경험을 하게 될까, 아니면 kt 위즈의 창단 첫 우승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남은 시즌 kt 위즈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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