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의 외침, "브렉시트 안돼!“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6.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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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EPL의 선수 수급에 지대한 영향 끼쳐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는 축구계에서는 금수저 같은 존재다.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부유하다. EPL 사무국은 2016~2017 시즌부터 3년간 스카이스포츠, BT스포츠와 51억3600만 파운드(약 8조8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중계권료 계약에 합의했다. 이 중계권료는 고스란히 프리미어리그 20개 팀에 나눠서 돌아간다. 중계 수익의 50%를 각 구단에 균등하게 배분하고 잔여 금액은 리그 순위 및 생중계 횟수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급된다. 


그러다보니 EPL클럽들은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면 전 세계 이적 시장을 이끄는 주연이 된다. 실탄을 두둑하게 장전했으니 선수 영입에 지출하는 금액을 해마다 확대했다. 2015년 EPL클럽들이 여름 이적 시장에서 지출한 금액은 총 8억7000만 파운드(약 1조5000억원)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불어 닥친 2009~2010시즌, 2010~2011시즌을 제외하면 매년 꺾일 줄 모르고 상승 중이다. 

이처럼 조 단위 돈을 동원하며 선수를 사고 파는 EPL도 지금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을 받고 있다. EU 탈퇴냐 지지냐의 선택은 경제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첼시, 아스날, 리버풀 등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축구 클럽들도 지금 국민투표 결과에 안테나를 세웠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영국 축구계는 브렉시트에 관해 의견을 교환해왔다. 케런 브래디 보수당 의원은 1월29일, 프리미어리그 클럽 회장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국회의원이자 동시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부회장으로 축구계 인사이기도 했다. 편지로 그가 호소한 내용은 이랬다. 

"만약 브렉시트가 결정돼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우리 축구팀은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 노동자의 EU 내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럽 대륙에서 우수한 선수를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경기 관전을 위해 다른 유럽 국가의 팬들이 영국으로 들어올 때도 비자가 필요하게 된다." 그는 브렉시트가 축구에 끼치는 단점과 EU 잔류의 필요성을 편지로 적었다. 

그는 "유럽에서 영국이 분리되면 축구 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영국이 EU를 떠나게 된다면 프리미어리그는 데미지를 받게 될 것이고 영국과 EU내 유럽 국가 간 선수 이적에도 불투명한 부분이 생길 수 있어 스타플레이어들이 영국으로 향할 때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게 브래디 의원의 논지였다. 

영국에 선수들이 안 오는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기존에 뛰고 있는 선수도 나가야 될 수 있다. 지난해 BBC는 브렉시트가 통과될 경우 영국 내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332명의 선수가 경기를 뛰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EU 회원국일 때는 EU 소속 국가의 선수가 영국 무대에서 뛰는 게 자유롭다. 하지만 영국이 비EU 국가가 된다면 영국의 워크퍼밋(노동 허가)이 필요하다. 이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까다로운 게 문제다.

조건을 살펴보자. 첫 번째, 이적하려는 선수의 국가가 국제축구연맹 랭킹 (피파랭킹) 50위 이내여야 한다. 두 번째, 그 선수가 최근 2년간 A매치에 75%이상 출전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모두가 충족돼야 워크퍼밋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예외규정은 있다. 이적료가 1000만 유로 (약130억원)를 넘을 경우에는 특별히 인정된다.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할 때를 생각해보자. 손흥민은 당연히 비EU 국적의 선수다. 우리 입장에서야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지만 그런 손흥민조차도 앞선 워크퍼밋 규정에 해당이 안 됐다. 그나마 높은 이적료가 적용됐기 때문에 예외규정으로 잉글랜드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이처럼 브렉시트가 현실이 된다면 현재 EU회원국의 선수(특히 유망주들)들 중 상당수는 영국 땅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영국 언론들의 위험 선수 명단에는 레스터시티의 우승을 이끌며 빅클럽의 구애를 받고 있는 은골로 캉테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유로2016에서 프랑스를 구원하고 있는 디미트라 파예도 언급됐다. 브렉시트와 동시에 영국에서 아웃될 리스트에 스타플레이어도 포함된다는 말이다. 선수단 구성 자체가 어려워질 팀도 생길 수 있다. BBC의 분석에 따르면 프리미어리그 팀인 아스톤 빌라, 뉴캐슬 유나이티드, 왓포드 등은 1군 선수단에서 11명을 잃게 된다. 

영국이 EU에 있는 동안 프리미어리그는 훨씬 매력적이고 화려해졌다. 여기에는 다양한 출신 국가의 선수들이 활약했기 때문이다. 남미의 스타플레이어들은 EU의 맹점을 이용해 영국 땅을 아주 쉽게 밟았다. 예를 들어 첼시의 주전 공격수인 디에고 코스타를 보자. 디에고 코스타의 국적은 브라질이다. 디에고 코스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오래 뛰면서 스페인 시민권을 취득해 EU 회원국 선수로 변신했다. 그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로 넘어왔다. 그러다보니 워크퍼밋 없이도 남미의 선수가 잉글랜드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고 리그를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줬다. 이것 모두가 영국이 EU회원국이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이런 경로도 차단된다. 해외의 스타플레이어들이 영국으로 넘어오는 문턱이 높아지고 그만큼 프리미어리그는 덜 매력적인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로리 밀러 리버풀대 MBA 교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처럼 외국인 스타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나 독일의 분데스리가에 스폰서나 방송 중계권료를 뺏기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의 흥망과 맞닿아있는 브렉시트. 주말마다 TV를 보며 열광했던 해외축구팬들이 브렉시트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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