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친박계, 자기반성하고 열린 마음 가져야 한다”
  • 김지영·유지만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06.27 15:38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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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기수’로 주목받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2017년 12월 대선이 1년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 대선가도엔 무수한 돌발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여야 대선주자로 누가 나설지 확언하기 힘들다. 물론 차기 청와대 주인이 누구일지도 예측 불가능하다. 그런 현 시점에서 여권에서 ‘50대 기수론’이 부상하고 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면서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도 탄력을 받은 형국이다. 시사저널은 50대 기수로 주목받는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6월20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에서 만났다. 


원 지사는 이날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국민의 동의가 중요하다”면서도 “일단은 제주도정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정에 전념하다 국민이 동의한다면 내년 출마도 가능하다고 해석됐다.
원 지사는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친박계를 “현직 대통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계파”로 규정하면서 “친박계는 자기반성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도 마음을 많이 비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계개편과 관련해서는 “정치세력 간, 대선주자 간 개헌을 명분으로 이합집산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인터뷰에서 원 지사는 ‘인공지능 시대’라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강조했다.
 

요즘 서울에 자주 오는 것 같다.

 


한 달에 서너 번 출장을 온다. 국회에서 이뤄지는 제주도 일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제주도 현안이 많은가.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보조금을 자가용에만 줬는데 영업용까지 확대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제주도와 관련된 게 많다. 제주도가 잘 돌아가려면 여의도가 잘 돌아가야 한다. 


얼마 전 새누리당 혁신비대위가 유승민 의원 등을 복당(復黨)시키자, 친박계와 비박계 간에 또 충돌했다. 끊임없는 친박·비박 갈등을 어떻게 보나. 


(복당을 시킨 건) 당연한 원상회복 조치라고 본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 토론 기준은 ‘누가 국민의 뜻을 더 잘 담아낼 수 있느냐’이어야 한다. 그 과정에 싸울 수도 있다. 잘못된 공천이었는데 국민들이 당선시켜줘서 돌아왔다면 당연히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을 한 다음 (지지세) 확장에 나서야 한다.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반성 없이 집안싸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안으로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나.


우선 민생이 많이 어렵고 불안하다. 재산을 상속받지 않고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 자영업자도 불안하다. 재벌들의 족벌경영은 기득권을 편중시키고 부(富)를 독점하게 했다. 금수저·흙수저 얘기도 이래서 나오는 거다. 기업을 경영하든, 취직을 하든 계층 상승이나 순환, 부의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 집권여당은 중산층이 무너지고 젊은이가 희망을 잃어가는 것을 보완하고 선순환할 수 있도록 주도해 나가야 한다. 나중에 정권 뺏기고 정신 차릴 게 아니다. 보수(保守)라는 게 기존 질서를 고수해야만 보수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중산층에 대한 희망을 끊임없이 가질 수 있도록,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지키고 개선해 나가는 게 진정한 보수다. 국민들의 개혁 요구에 귀를 막고 정치적 계파싸움만 하는 것에 (총선에서)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다. 자정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새누리당의 위기와 함께 보수진영의 위기도 거론된다.


보수(保守)도 보수(補修)해야 한다. 보수정당이 극우 내지 배타적인 보수, 기득권과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보수여서는 안 된다. 보수진영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계는 인공지능 시대, 인구 감소 시대, 청년들의 희망이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가 과제도 이 세 가지에 맞춰져야 한다. 생산성, 일자리,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보수(保守)도 보수(補修)해야 한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8월 전당대회(전대)에 친박계 인사들은 뒤에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는데.


친박과 비박을 가른 건 아니다. 국정운영을 반성해야 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친박은 대통령 비판과 당내 토론을 억누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맹목적 친박은 안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왜 비판을 받는지에 대한 목소리가 친박에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 게 반영된다면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더 냉혹한 현실에 처하게 될 것이다. 친박계는 자기반성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통령도 마음을 많이 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대통령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8월 전대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다 해도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높아지진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친박 입장에서 ‘당내에 다른 목소리가 더 걸림돌이 된다’고 하는데, 그 답답한 마음은 이해한다. 당내에서 견해가 다르면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소리가 날 수도 있다. 그것을 못 받아들여 ‘야당보다 당내 반대가 더 문제’라고 하면서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고 한다. 그러면 당내에선 누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에서 수렴하지 못한 목소리는 밖으로 나가거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많은 목소리를 끊임없이 수렴해야 한다. 비판에 문 닫으면 더 크게 돌아올 것이다. 국민은 변화 가능성이 없으면 앞으로 5년을 더 맡기지 않을 것이다. 51% 이상의 지지를 받고 싶다면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돌아선 국민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정말 겸허하게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뭐든지 바꿀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래야 정권 재창출의 희망이 보인다. 


20대 국회가 열리자마다 다시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나는 개헌론자다. 하지만 개헌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난 대통령 권력 분산 등을 위해 ‘대통령 직선 내각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과거의 사례로 사실상 헌정 체제가 마비되지 않는 한 신속한 추진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세균 국회의장께서 개헌에 매우 의욕적이시고 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개헌 입장을 밝히는 등 20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제주포럼 만찬 참석을 위해 5월25일 오후 서귀포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도착해 마중 나온 원희룡 제주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여권, 민심 되돌릴 방법 겸허히 고민해야”

 


향후 정계개편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가.


소폭의 정계개편은 이미 진행 중이다. 국민이 총선에서 3당 체제를 만드셨다. 역대 대선처럼 소폭의 개편 움직임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대선의 해, 정치 계절이 다가올수록 개편은 본격화될 것이다. 개헌까지 닿을 수 있는 대폭적인 정계개편도 가능하다. 국회의장 등도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개헌이 다음 대선에서도 뜨거운 화두가 될 것이다. 정치세력 간, 주자 간 개헌을 명분으로 이합집산할 수도 있다. 대선주자들 간 개헌의 공동 공약 발표도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개헌에 의한 대폭적인 정계개편 가능성은 크다고 보지 않는다. 


여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망론이 나온다. 반 총장을 자주 만난 것으로 아는데.


자주 뵀다. 외교부 장관 때도, 작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때도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 작년엔 제주도가 전기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 제주도 탄소 절감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얘길 나눴다. 


반기문 대망론을 어떻게 보나.


결국 국민이 선택하지 않겠나. 반 총장도 유력하고 훌륭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후보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새누리당의 특정계파(친박계)가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정당화하고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선거를 비춰봤을 때 공(功)은 가져가고 과(過)는 차별화해서 국민 신임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계파가 당을 독점하고, 대선후보를 옹립 내지 추대한다면 그 후보가 과연 대선에서 경쟁력이 있겠는가. 


4·13 총선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이 낙선하거나 고전했다. 그러면서 50대 기수론이 제기됐다. 


지금 50대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상당히 개방적이며 미래 진취적이다. 자기와 다른 상대를 인정한다. 개방 및 포용 자세는 중요한 것이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가 있을 것이다. 국민의 삶을 끌어올릴 해법을 제시하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 시대에 인구절벽과 빈부격차 악화 부분을 포함해 국가의 우선과제들을 무엇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예산과 제도, 권력을 이용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이전과는 다른 것들을 제시해야 한다. 세대가 바뀌면 국가가 해야 할 일과 그 방법론, 주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대교체론이 나온다고 본다. 나 역시 50대 기수 중 하나로 거론되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공존의 정치를 만들어야겠구나 하는…. 국민의 미래 희망 만들기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이다. 


원 지사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의 내년 대선 ‘조기 등판론’이 거론되는데.


국민과의 공감,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그게 쉽나(웃음). 영웅으로 등장해도 임기 말엔 절름발이가 된다. 개방과 포용정치를 얘기하고 인공지능 시대를 얘기하며 국가 미래를 얘기한다고 제주도정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제주도도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과제를 접하고 있다. 내 실행 책임은 제주도정에 담겨 있는 것이다. 국가적인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도정에 전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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