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다가 썩었으니 한국으로 가자”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8 09:20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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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불법조업의 속사정…어족 풍부했던 중국 연근해, 환경오염으로 수산물 고갈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의 선자원(沈家門)항. 저우산은 양쯔강(長江) 하구 앞, 동중국해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군도(群島)다. 금세기 초까지 선자원은 중국 최고의 어항이었다. 중국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20% 이상을 선자원에서 출항한 어선들이 잡아들였다. 저우산군도는 1390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이 덕분에 러시아의 쿠릴어장, 캐나다의 뉴펀들랜드어장, 페루의 페루어장과 함께 세계 4대 근해어장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현재 선자원에서 유통되는 해산물의 대부분은 근해에서 잡은 것이 아니다. 지난해 선자원의 국제수산물시장에서 거래된 해산물은 65만8000톤. 이 중 53만5000톤은 원양어선을 통해 유입되거나 해외에서 수입한 해산물이었다. 전년 대비 무려 35.9%나 폭증한 수치다. 

 

6월15일 인천시 중구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에서 불법조업 중국 어선 선원들이 압송되고 있다.

 

 

해양 오염으로 인근 바다 조업 급감

 

선자원항은 왜 쇠락의 길에 들어섰을까. 지난 4월 중국 국가해양국이 발표한 ‘해양환경상황공보 2015’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양쯔강 하구 앞바다 수질이 4급인 해역은 1만2880㎢였으며, ‘열악한 4급’인 해역은 4만770㎢였다. ‘열악한 4급’은 오염이 아주 심각해 어로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을 가리킨다. 같은 기간 부영양화가 일어난 해역은 5만4310㎢에 달했다. 이 중 1만6720㎢는 적조 등이 발생해 수중생태계가 파괴됐다. 즉, 저우산 주변 바다는 완전히 썩어버렸다.

 

이렇게 오염된 이유는 양쯔강 하구가 중국 최대의 공업지대이기 때문이다. 상하이(上海)·쑤저우(蘇州)·항저우(杭州)·닝보(寧波) 등 이른바 ‘장강삼각주경제권’은 중국 인구의 11.8%가 몰려 살고,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1%를 창출한다. 이곳에서 산업 및 생활 오폐수, 차량 방출물질, 비료 등이 쏟아져 나와 저우산어장을 궤멸시켰다. 실제 2009년 저우산에서 채취된 패류에서 납은 정상치보다 50%, 카드뮴과 DDT는 40%나 높게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저우산 주변 못지않게 오염된 바다가 또 있다. 바로 보하이(渤海)다. 지난해 가을 보하이에서 수질이 4급인 해역은 3910㎢였고, ‘열악한 4급’인 해역은 7330㎢에 달했다. 보하이(7만7000㎢)의 15%가 썩은 셈이다. 지난해 8월 관영 ‘경제참고보’는 “매년 톈진(天津)·허베이(河北)·랴오닝(遼寧)·산둥의 공업지대에서 28억 톤의 오염수와 70만 톤의 폐기물이 배출돼 보하이의 어족자원이 사라졌다”며 “이로 인해 연간 어획량이 1000~3000톤으로 줄어들어 20세기 말에 비해 최대 30분의 1까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하이를 무대로 조업하는 어선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4년 랴오닝성의 어선 수는 다롄(大連) 2만 척, 단둥(丹東) 3000척 등 3만 척 안팎이었다. 10년 뒤인 2014년에는 4만여 척으로 증가했다. 6월6일 중국 농업부 어업관리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전체 어선 수는 104만2000척, 어업 종사자는 2016만 명에 달했다. 

 

어선이 늘어난 이유는 중국인의 수산물 소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5년 한 해 중국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48.6kg에 달했다. 2000년 29.4kg에 비해 70%나 늘어났다. 중국인은 전통적으로 곡식과 육식 소비에 치중했지만,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점점 해산물을 즐기게 됐다. 지난해 중국 전체 수산물 소비량은 6690만 톤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인의 폭발적인 수산물 소비는 우리에게 재앙으로 다가왔다. 부족한 어족자원을 찾아 우리 영해를 침범해 불법조업을 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북방 최대의 어항인 산둥성 웨이하이시의 스다오(石島)항이 그 전진기지다. 스다오항은 산둥성의 최동단으로, 한반도까지의 직선거리가 174km에 불과하다. 실제 부두에서 만난 선장과 선원들은 한결같이 “한국 영해로 가서 조업한다”고 말했다. 한 선원은 “근해에는 어족자원이 아주 적다. 멀리 제주도까지 가서 물고기를 잡아 온다”라고 말했다.

 

 불법조업 어선들은 우리 영해에서 수산물을 잡아 스다오의 북방(北方) 어시장에서 판매한다. 이들은 단시일 내 막대한 이익을 거두기 위해 촘촘한 어망으로 치어(稚魚)까지 잡아들인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여름철 금어기(禁漁期)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해양오염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족자원의 씨가 마르자, 매년 6월1일부터 3개월간 어선 출항을 막고 있다. 필자가 2011년 6월 말 찾았던 선자원항은 금어기로 모든 어선이 부두에 정박해 있었다. 이에 반해 스다오항은 단속이 느슨한 편이다. 최근 서해 5도와 한강 하구까지 들어와 불법조업을 일삼은 중국 어선들이 이를 입증한다. 

 

 

불법조업을 하던 중 우리 해경에 나포된 중국 어선들이 인천 동구 만석부두에 가득 차 있다.

 

 

 

 

중국 당국, 일부 해역서 불법조업 조장 

 

물론 금어기에 출항하는 어선에도 핑계는 있다. 2001년 한중어업협정 이후 우리 정부는 매년 중국 어선에 할당제를 적용해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의 조업허가를 내주고 있다. 문제는 이를 구실로 중국 어선이 우리 EEZ에서 조업하며 끊임없이 규정을 위반한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도 금어기 때 출항을 허용하고 귀항 후 거래에 눈감는다. 심지어 일부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조장하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그 무대는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다.

 

5월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로 출항하는 어선들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반 하이난(海南)성 정부는 어선 8척에 각각 16만8557위안(약 3034만원)의 디젤 보조금과 50만 위안(약 9000만원)의 유류비를 지급했다. 이들은 분쟁해역에서의 조업활동과 함께 미국 군함의 항해를 방해하는 특수임무까지 맡았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을 잡아 선박을 몰수하고 어민은 최고형에 처하도록 국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중국 어선에 벌금을 부과하고, 폭력으로 저항하는 어민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는 데 그치고 있다. 중국 어민들의 불법조업이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우리 정부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영해의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법 집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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