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식품업계에도 ‘한류 바람’ 확산
  • 송창섭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8 13:58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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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등지서 인삼커피·단팥빵·인절미빙수 등 한국산 가공식품 인기

인도네시아에서 인삼커피는 부유층이 즐겨 마시는 음료다. 그렇다 보니 인도네시아 정·관계 회의 자리마다 단골메뉴로 올라올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재료의 조합이 인도네시아에서 대박이 난 사연은 다음과 같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인도네시아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하자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인들의 체력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가 관심거리였다. 체격부터 차이가 나는 유럽 축구선수들과 싸워 대등한 경기를 펼친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은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큰 화젯거리였다. 이때 등장한 것이 인삼이다. 

 

중국을 통해 소개된 인삼은 동남아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약재료다. 인삼으로 만든 커피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대상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미원인도네시아’의 대응이 발 빨랐기 때문이다. 김두련 PT미원인도네시아 대표는 “커피와 인삼 둘 다 양(陽)의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궁합이 안 맞는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한국 인삼은 먹으면 기력 보충에 도움이 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을 믿고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출시 초기 ‘한국 인삼이 말라리아 퇴치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탄 것도 판매에 도움이 됐다. 현재 PT미원인도네시아의 인삼커피는 자바 서부 카라왕 지역에서 연간 2000톤씩 생산되고 있다. 

 

 


 

한국식에 현지인 입맛을 가미해 성공

 

제품에 들어가는 인삼은 전량 KT&G에서 공급받고 있다. 때문에 값이 비싸다. 대상이 인삼커피 마케팅에 프리미엄 전략을 편 것도 이 때문이다. 일반 믹스커피가 개당 1000루피아(88원)인 반면, 인삼커피 값은 이보다 3배 비싼 3000루피아(265원)다. 그렇다 보니 주 소비층은 상류층과 정·관계 인사들이다. 김종헌 무궁화유통 대표는 “한국산 믹스커피보다 약간 더 달지만, 인도네시아에서 워낙 인기가 있다는 소문에 관광차 인도네시아를 찾는 한국인들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인삼 가공식품에 대한 인기는 같은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비슷하다. 현재 베트남에서 인삼뿌리·인삼차·인삼캔디·영지버섯음료 등 한국산 가공식품은 유명 건강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황윤홍 인디넷 이사는 “경기침체가 동남아 사람들의 소비력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삶의 질’을 중시하는 중산층 이상 인구가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 또한 사실”이라면서 “한국산 인삼 가공식품이 동남아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대형 쇼핑몰인 ‘원퍼시픽플레이스몰’ 5층에 위치한 CJ푸드빌의 비비고는 평일인데도 손님들로 가득하다. 최근 비비고 내 인기 메뉴는 ‘눈꽃빙수’다. 현지 한인 업체인 아리(Aree)가 숍인숍(Shop in Shop) 형식으로 입점해 공급하고 있는 눈꽃빙수는 한국 빙수 프랜차이즈 ‘설빙’의 눈꽃빙수와 비교해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맛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더 달게 만들었다. 지난 2월부터 판매 중인 ‘아리 팥빙수’는 빙수라는 디저트를 한국식으로 바꿔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역시 인절미·녹차 빙수다. 이 밖에도 딸기·브라우니 빙수 등 현재 네 종류가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빙수카페 프랜차이즈 ‘스노 팩토리(Snow Factory)’도 한국의 전통적인 팥빙수에 현지인 입맛을 가미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싱가포르에서도 한국 빙수와 아이스크림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다.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분기~2015년 1분기 사이 15개의 한국식 디저트 전문점이 싱가포르 내에 문을 열었다. 이 중 소프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허니 크렘(Honey Creme)’과 ‘더 씨(The C)’는 한국식과 현지식을 결합한 밀크티·밀크커피로 성공을 거뒀다. 이들 제품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더 달고, 더 맛이 진하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K팝 등의 영향 커 

 

단팥빵도 동남아에서 인기다.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CJ푸드빌의 뚜레주르에서 가장 판매량이 많은 품목 역시 단팥빵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22개 매장을 운영 중인 뚜레주르에서 단팥빵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10여 가지 품목 중 특정 제품의 판매비중이 두 자릿수를 차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재 단팥빵의 현지 판매가는 1만 루피아(880원)가량 된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한식 프랜차이즈 ‘푸디(Foody)’와 ‘로지(Lozi)’에서도 한국의 비빔밥과 붕어빵, 아이스크림 등 한식·디저트가 현지인들의 사랑을 얻고 있다. 푸디와 로지에서 판매되는 빙수의 경우 21만 동(1만원), 프라이드치킨은 25만~35만 동(1만2000~2만원)으로 베트남 현지 제품보다 1.5배 비싸지만, 한국 드라마와 K팝 열풍에 힘입어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 푸디에서 가장 인기 메뉴는 치즈 불닭과 빙수다. 

 

한방샴푸 댕기머리가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인기인 것도 ‘한방(韓方)’에 기반을 둔 제품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잘 인식됐기 때문이다. 두리화장품이 생산하는 ‘댕기머리 진기’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레젤홈쇼핑에서 방송 1시간 만에 완판됐다. 뿐만 아니라 댕기머리는 지난 4월 태국 CJ홈쇼핑에서도 판매개시 23분 만에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태국에서는 경쟁사 제품보다 3배 비쌌는데도 100% 판매가 완료됐다는 후문이다.

 

한국 정서에 기반을 둔 제품이 최근 동남아에서 인기를 끄는 데는 역시 한국 영화와 드라마, K팝 등의 영향이 크다. 떡볶이, 치맥(프라이드치킨+맥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들 음식이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성가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고유의 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것은 현지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있다. 황윤홍 이사는 “인삼커피·단팥빵·인절미빙수 등은 ‘한국적인 맛’과 ‘현지 맛’을 잘 결합시킨, 한마디로 개량화에 성공한 케이스”라면서 “이를 볼 때 전체적으로 한국 미디어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은 동남아에 진출하려는 한국산 소비재 품목들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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