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스타 아닌, ‘한류 플랫폼’ 수출 전략 필요
  • 고재석 시사비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28 16:46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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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한류 리스크…원천 콘텐츠 기반한 다양한 파생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해야


박유천 성추문 스캔들이 한류(韓流) 리스크로 비화하자, 한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90면 문화 기사 참조) 개별 스타나 단발성 콘텐츠에 의존하기보다 지적재산권(IP)에 기반한 플랫폼 사업으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별 스타와 기획사에 의존한 성장전략은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일주일 사이 여성 4명에게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진 게 이런 논의의 발단이 됐다. 박유천은 3인조 남성그룹 ‘JYJ’와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등을 통해 아시아권 국가에서 큰 인기를 얻는 한류 스타다. 중국과 일본 등 매체도 이번 성추문 사건을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쯔위 사건’이 한류 시장을 뒤흔들었던 바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저우쯔위(周子瑜)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출신국인 대만의 국기를 흔들었다. 이에 중국 여론이 악화되자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는 쯔위를 유튜브 영상에 출연시켜 “나는 자랑스러운 중국인”이라고 밝히고 사과하게 했다. 그러자 당장 대만 여론이 들끓었다. 당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당선인까지 나서 “많은 국민이 마음 아파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6월2일 오후(현지 시각) 파리 아르코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KCON 2016 France 문화공연에서 블락비가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다. KCON은 CJ그룹이 한류 확산 및 산업화 지원을 위해 매년 미국·일본 등에서 개최하는 컨벤션 및 콘서트로, 올해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유럽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됐다.

 

 


스타와 소속사 의존한 성장전략 한계 직면

 


두 사건은 스타와 소속사에만 의존한 한류 확산 전략의 한계를 드러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콘텐츠를 보다 다양화해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무역협회는 지난 6월20일 낸 ‘한류 확산을 위한 롱테일 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류를 지속적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원천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이를 장르 확장, 타 업종 융합, 포맷 다변화를 특징으로 둔 롱테일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롱테일 법칙은 80%의 비핵심 소비자가 20%의 핵심 소비자보다 더 많은 매출액을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한류 현상도 일부 스타나 《태양의 후예》 같은 개별 콘텐츠에 의존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핵심은 IP다. IP는 지적재산권을 지닌 고유 콘텐츠를 뜻한다.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다양한 부가 콘텐츠로 재생산하는 작업도 포괄한다. 소설로 출간돼 돌풍을 일으킨 《반지의 제왕》은 이후 영화와 뮤지컬, 게임까지 콘텐츠를 확장하며 그 인기를 이어갔다. 홍콩은 반면교사의 모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덕 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 연구원은 “홍콩 영화는 지난 1970년대 이소룡의 쿵푸영화를 계기로 국제적 인지도를 구축하며 중국풍 유행(China Fad)을 이끌었다. 하지만 소수 스타에 편중된 구조와 영웅·액션물의 반복생산 탓에 2000년대 이후 시장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한류 지속을 위한 대안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CJ E&M은 우수 IP를 공동기획 제작해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범위는 넓다. 영화·TV예능·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사업뿐 아니라, 캐릭터·화장품·패션·테마파크 등 부가사업까지 검토 중이다. 신은호 CJ E&M 중국법인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는 패션·뷰티·헬스·육아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중국 측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많이 받고 있다”며 “현재 시장조사 단계에 있다”고 구체적인 추진 의지를 밝혔다.
콘텐츠에서 플랫폼으로 수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장민지 대중문화 평론가(연세대 영상학 박사)는 “이제는 스타 개인보다 한류 콘텐츠가 끊임없이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수출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텐센트가 모범 사례다. 큐큐(웹채팅)-위챗(모바일채팅)-텐센트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여러 플랫폼을 구축한 사업자가 콘텐츠 유통을 통해 얻어내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를 우리가 실제로 목도하고 있다”며 “플랫폼 내부에서 지속 생산되는 2차 콘텐츠나 개별 사용자가 만든 독립 콘텐츠 등이 다시 역으로 플랫폼 자생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테두리 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플랫폼 전략은 중국 문화산업의 확장모델이다. 콘텐츠 경쟁력에서 한국에 뒤진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거대 자본을 결합해 플랫폼을 통한 진출에 몰두했다. 그 핵심에 완다가 있다. 완다는 지난 2012년 미국 2위 영화관 체인 AMC를 인수하며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박영규 CGV 중국 전략기획팀장은 6월22일 열린 CGV영화산업미디어포럼에 참석해 “해외 플랫폼을 장악하면 거기에 중국의 로컬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포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극장 플랫폼 AMC를 통해 오스트리아 등 유럽 시장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포럼에 참석한 서정 CGV 대표도 “결국 한국 문화산업이 잘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CGV는 지난 4월, 8000억원을 들여 터키 1위 영화사업자 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국내 업계에서 흔치 않았던 플랫폼 진출 전략이다.


이번 기회에 국가 중심 사고에 포획된 한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보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할리우드 스타가 스캔들을 일으킨다고 해서 미국 문화산업의 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 않냐”며 “처음부터 산업 전략을 국가 주도로 하향식으로 짜다 보니 박유천 스캔들 여파 같은 왜곡된 프레임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류가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국가 테두리 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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