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림그룹 오너 일가, 도시개발사업 특혜 논란
  • 송응철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6.06.29 14:45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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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용죽지구 재개발사업 환지 보상에서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 땅만 고평가” 소지주들 반발


경기도 평택시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 환지 보상 과정에서 대림그룹 오너 일가에 특혜가 주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이복동생인 이부용 전 대림산업 부회장(현 대림비앤코 고문)과 그의 두 아들이 보유하던 토지의 가치를 과대평가해 이익을 줬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소지주들은 자신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적어지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평택시 용이동 301-2번지 일원 74만1113㎡ 토지를 개발하는 용죽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08년 본격화됐다. 토지주들이 결정한 조합이 주축이 돼 환지개발 방식으로 진행됐다. ‘환지 방식’은 수용한 토지의 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 내에 조성된 다른 땅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개발지역 부동산 가격이 인근보다 비싸 보상금을 주기 어려울 때 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소지주들 “대림家로 인해 재산권 침해” 주장

 

 


시행을 맡은 P사는 사업 진행을 위해 대우건설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아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했다. 당초 시공은 한라건설이 맡았다. 그러나 건설경기가 악화되면서 한라건설이 사업에서 이탈했고, 이후 대우건설이 빈자리를 메웠다. 대우건설은 현재 이 지역에 ‘평택 비전 지웰 푸르지오’ 3차 분양을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쾌적한 주거환경과 풍부한 개발호재, 서울과의 접근성 등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사업이 한창이지만, P사는 아직까지도 일부 소지주들과 환지 보상 논의를 매듭짓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적은 규모의 보상이 주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보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소지주들로 구성된 ‘용죽지구도시개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일부 대지주들의 토지를 과대평가하면서 자신들의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업지역 내 대지주는 누구일까. 조합은 사업지역 내 토지를 2만㎡ 이상 보유한 법인이나 개인을 대지주로 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와 대림산업, P사, 현대산업개발 등이 대지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곳은 이 전 부회장 일가와 대림산업이다. 이 전 부회장과 그의 차남 이해성 대림디앤아이 사장, 삼남 이해서 대림바토스 사장 등 3부자가 19필지 12만4113㎡(3만7619평)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개인별로 보면, 이 전 부회장이 10개 필지 3만759㎡(9305평)를, 이해성 사장과 이해서 사장이 각각 4개 필지 3만8959㎡(1만1785평)와 5개 필지 5만4395㎡(1만6454평)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림산업이 19필지 9만3673㎡(2만8385평)를 가지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38필지 21만7786㎡(6만6004평)가 된다. 개발지구 전체의 약 30%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그 뒤를 이은 대지주는 P사다. 이 회사는 앞서 사업지역 곳곳에 75필지 12만6945㎡(3만8468평)를 매입한 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11필지 7만6367㎡(2만8336평)를 소유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지는 320여 개 세대가 나눠 갖고 있다. 비대위 측은 대지주 중에서도 유독 대림산업과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에게 특혜가 주어졌다는 입장이다.

 

 


대림 오너 일가는 많은 부동산을 보유한 만큼 모두 조합 대의원 타이틀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는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대신 이부용 전 부회장이 고문으로 있는 대림비앤코의 상무이던 신아무개씨를 내세웠다. 대림비앤코는 현재 이 전 부회장의 장남 이해영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신씨가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집사’ 역할을 한 셈이다. 2014년 전무로 승진한 신씨는 현재도 대림비앤코에 근무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 일가는 또 대림 측 하청업체 대표인 김아무개씨에게 부동산 100평을 증여해 조합원으로 둔갑시키기도 했다. 이후 신씨와 김씨는 대림 오너 일가의 권익을 위해 개발사업 과정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씨와 김씨는 조합원들 토지의 값어치를 산정하는 토지평가위원회 위원직을 맡았다. 김씨의 경우 토지평가위원 외에도 조합 대의원과 이사, 선거관리위원 등 핵심 요직 대부분을 겸직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합은 대림 측에서 추천한 토지평가업체 S사 직원 김아무개씨를 평가사로 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 토지평가위원회는 소지주 측 위원 3명과 외부인사들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됐다. 

 

 

 


평가액, 소지주 125%, 대림家 150~185%

 

 


그리고 2011년 토지평가위원회 토지평가 결과, 대림 측에 상당히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실제 시사저널이 입수한 조합의 토지평가자료집을 보면, 소지주들이 보유한 토지 대부분은 공시지가의 12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평가된 반면, 대림산업과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의 땅은 일부 필지를 제외하고는 공시지가의 150%에서 185%에 달하는 고평가가 이뤄졌다. 소지주 측 위원들은 당초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지주 측 평가위원들이 토지평가 적정성을 따지는 데 참고하기 위해 조합 측에 정보공개를 요청하자 수개월이 지나서야 이런 사실을 알려왔다. 소지주 측이 부당한 토지평가를 문제 삼자, 평가사는 토지평가의 기준이 되는 ‘비교표준지’를 상이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르면, 이곳의 부동산은 ‘녹지지역’과 ‘상업지역’ 두 가지로 분류된다. 녹지지역의 경우 외부에서 비교표준지를 가져온 반면, 상업지역은 사업지 내의 것을 기준으로 했다. 상업지역의 경우 마땅한 비교표준지 사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어찌 됐건, 그런 기준 적용으로 인한 혜택은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와 대림산업에 돌아가게 됐다.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대부분이 녹지지역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존에 녹지지역보다 높은 시세가 형성돼 있던 상업지역의 평가액이 오히려 녹지지역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비대위 측은 이로 인해 소지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개발사업 완료 이후의 평가액을 산정한 뒤 여기서 사업비를 제외한 부분이 조합원들의 환지 보상에 사용된다. 정해진 액수를 조합원들이 나누는 것이다. 따라서 대지주들의 토지가 과대평가될 경우 그만큼 소지주들이 챙겨갈 수 있는 몫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해성 사장과 이해서 사장은 투기를 목적으로 부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소지주들의 상실감이 더욱 컸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부동산 매입 시기다. 이해성 사장은 2004년 용죽지구에 땅을 사들였다. 이는 용죽지구도시개발 사업제안서가 최초로 제출된 2003년 이듬해다. 이해서 사장의 부동산 매입 시점도 역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개발사업의 사업지구 지정고시가 나면서 개발사업이 가시화된 2008년보다 1년 뒤인 2009년이다. 

 

 


이와 관련해 대림비앤코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일이어서 어떤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직접 얘기할 수 있도록 연결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업체가 평가를 진행한 결과 적당한 수준에서 환지를 받았다고 본다”며 “(대림산업은) 이부용 전 부회장 측과는 이미 계열분리를 마친 상태이기에 우리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만을 가진 소지주들은 비대위를 결성해 집단 반발에 나섰다. 그리고 비교표준지를 내부 혹은 외부 중 동일한 사례를 적용해 재평가하자고 주장했다. 상이한 비교표준지 적용으로 보유 부동산을 저평가받은 또 다른 대지주 현대산업개발도 이에 가세했다. 상업지역과 녹지지역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돼야 자신들은 물론, 소지주들도 납득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요구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6월20일 용죽지구 개발사업 공사현장 앞에서 조합원 및 일가족이 강제철거에 나선 용역업체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인 끝에 쓰러져 있다(위 사진). 비대위 관계자가 환지 예정 지도를 보여주며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대림산업 “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평가”

 

이후 대부분의 소지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상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토지평가 결과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였고, 무엇보다 시행사 측의 회유와 협박이 상당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된 이면계약을 체결해 소지주들에게 추가금액을 제공하는가 하면, 토지평가액을 늘려주겠다, 유치원 부지를 수의계약을 통해 넘겨주겠다 등의 말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회유책이 통하지 않는 경우에는 ‘보상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향후 소송을 벌이게 될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제공할 수 없다’ ‘개발구역을 점유한 상황에서 강제집행이 이뤄질 경우 이사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 등의 협박을 일삼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동안은 잠잠했다. 허가만 받아 놓은 상황에서 사업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5년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되고 비대위에 소속된 일부 소지주들에 대한 강제집행이 진행되면서 최근 다시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사업지역 내 비대위 사무실에 거주하던 소지주를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이 소지주가 심각한 부상을 당해 입원한 일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이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는 환지받은 부동산 1만2400여 평을 매각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용죽지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 관계자는 “개발사업의 수혜자는 대림산업과 이부용 전 부회장 일가밖에 없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며 “도시개발사업의 목적은 ‘도시환경개선과 공공의 이익’인데, 특정인들의 배만 불린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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