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끄러운 경적소리보다 층간소음에 예민한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7.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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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생활 패턴이나 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돼


경기도 하남시의 한 23층 아파트. 20층에 사는 김아무개(33)씨는 1년 전 바로 위층에 이사 온 A(67)씨 가족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21층에는 A씨 부부와 A씨 아들 부부가 살았다. 이들의 발걸음 소리가 크게 느껴졌고 주말에 놀러오는 A씨의 손주들의 뛰는 소리는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층간소음으로 상할대로 상한 감정의 결말은 살인사건이라는 비극이었다. 


7월3일 층간소음 문제로 30대 남성이 6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층간소음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또 다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으로 소음의 종류를 규정하고 주·야간으로 기준을 나눠 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탓에 층간소음의 기준과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층간소음의 크기는 개인의 생활패턴과 소음을 인지하는 정도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층간소음을 다른 소음들과 비교해보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 다른 소음에 비해서 객관적으로 낮은 소음 정도를 보인다. 층간 소음은 ‘직접충격 소음’과 ‘공기전달 소음’으로 보통 나뉜다. 직접충격 소음은 우리가 흔히 겪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 망치질을 하는 소리 등이다. 바닥에 직접 충격을 가해 들리는 소음이 여기에 해당한다. 공기전달 소음은 텔레비전이나 악기 등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소음이다.

층간소음으로 생기는 분쟁의 상당수는 직접충격 소음이 이유다. 직접충격 소음의 경우, 1분 동안 연속으로 발생하는 소음이 주간에는 43dB(A), 야간에는 38dB(A)이 기준이다. 예를 들어 43dB(A)은 28킬로 정도의 어린이가 1분간 계속해서 뛸 경우에 나는 소음이다. 최대치를 얘기하는 최고소음도의 경우, 주간에는 57dB(A), 야간에는 52dB(A)이다. 보통 층간 소음으로 발생하는 소음 수치의 기준은 최소 40dB에서 최대 60dB(A)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 배상 기준을 보면, 주간은 5분간 측정 평균 55dB(A), 야간은 5분간 측정 평균 45dB(A)으로 규정돼 있다.


“예기치 않은 소리를 소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일반적으로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는 20dB(A)이다. 이정도면 전혀 소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쾌적한 상태를 말한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소음의 크기는 주택의 거실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정도인 40dB(A)이다. 수면의 깊이가 낮아지는 수치다. 사무실에서 일반적으로 들리는 소음의 정도는 50dB(A)이다. 이 이상의 소음이 발생할 경우라면 호흡이나 맥박수가 증가하고 계산력이 저하될 수 있다. 수면장애가 시작되는 소음의 크기는 60dB(A)인데 옆에서 들리는 큰 말소리나 백화점 내 소음이 이에 해당한다.

전화벨 소리, 거리의 소음 정도인 70dB(A)이 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말초 혈관이 수축된다. 기차 철로변이나 지하철 소음 크기인 80dB(A)은 청력 장애를 유발하고, 90dB(A) 이상의 공장 안에서는 난청 증상이 시작되고 소변의 양이 늘어날 수 있다. 100dB(A)은 굴착기, 경적 소리 등의 크기인데 단시간 노출될 때는 일시적인 난청까지 올 수 있는 위험한 수치다. 이 이상이 되면 잠시 들어도 청각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로켓 발사(165dB(A)), 화산 폭발(180dB(A)), 원자 폭탄 폭발 때(250dB(A))는 이보다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인다.
 


 

비교해보면 층간소음으로 발생하는 소음 수치인 40~60dB(A)은 수면의 깊이를 낮추는 것에서 시작해 직접 수면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소음이라는 얘기다. 개인적인 공간, 개인적인 시간에서 느끼는 민감함 때문에 같은 소음 수치를 보이는 사무실의 소음이나 백화점 내 소음에 비해 층간소음문제는 유독 부각된다. 그 때문에 층간소음 문제가 신고 돼 측정을 하더라도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환경부가 측정한 층간소음 사례 중 층간소음 기준치를 넘어서는 경우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환경공단의 이경 차장은 “밖에서 들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의 경우, 이미 들릴 수 있는 소음이라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음이라고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예기치 않게 위층에서 물건을 떨어뜨린다거나 갑자기 뛰는 등의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소리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것이 소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소음을 인식하는 것이 객관적인 소음의 크기보다 개인의 생활 패턴, 인지 및 예상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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