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바꾸어 놓았던 기록들
  •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07 14:19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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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100가지 문서》로 5000년 세계사 압축한 스콧 크리스텐슨

 

스콧 크리스텐슨 지음   라의눈 펴냄   224쪽   2만5000원


 

 

“우리는 기록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록은 역사의 이정표이자, 21세기 삶의 전령이다. 기록은 디지털시대에 컴퓨터파일로 모습을 바꿔 곳곳에 존재하며, 무수히 열람되고 생산되고 재생산되며 저장된다. 우리의 일상에 기록이 넘쳐난다. 기록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기도 하고,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기록을 이용해 세상을 항해해가며, 기록의 영역 속에서 우리의 길을 만들어간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인권활동가인 스콧 크리스텐슨(Scott Christianson)이 기원전 2800년의 《역경》부터 2013년의 에드워드 스노든 파일까지, 5000년 세계사를 100개의 문서로 압축해냈다. 그 책 《세상을 바꾼 100가지 문서》에 담긴 문서들은 세상과 인간을 좋게든 나쁘게든 변화시킨 역사의 산증인들이다. 인류는 이 문서를 원본 그대로 혹은 사본의 사본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지켜내려 노력했다. 역사는 전승돼야 하고, 현재는 과거를 통해서만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기록을 역사적 관점에서 봄으로써 지식·문명·권력·사회에 관한 광범위한 인공적 기록들을 향해 열린 하나의 ‘창’을 얻게 된다. 이 기록들은 고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라는 존재를 통해 온갖 형태의 주목할 만한 예시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들이다. 기록은 그것을 만든 이들의 마음속으로, 그리고 그 기록들을 만들도록 재촉한 역사적 상황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타임캡슐이다.”

 

코네티컷대학을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 미국언론연구소에서 탐사보도에 대해 공부했던 스콧 크리스텐슨은 사법제도·역사·저널리즘·사회학·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학자로서 다수의 학술논문과 논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의 논문 중 일부는 미국 대법원에서 인용해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세상을 바꾼 문서들을 수집했다. “모든 기록이 그 자체로 중요하거나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무엇이 새롭고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일정한 기록들에 의지한다. 이는 역사에 대해 알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과 같다. 기록되어 보존된 진본 기록들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각인되어 기억되는 역사는 없을 것이고 우리는 과거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原 사료라고 봐도 무방한 역사 그 자체 수록

 

역사를 이야기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서술방식이 달라진다. 해석이 갈릴 수 있다. 또한 잘못된 역사가 정의롭지 못한 주체에 의해 생산되고 확대돼 이용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100가지의 문서들은 원 사료라고 봐도 무방한 역사 그 자체다. 역사가의 이해와 해석을 거치기 이전의 자료인 100가지 문서는 독자들에게 그 어떤 역사서보다 엄정한 사실을 전달하면서 스스로 역사가가 돼볼 수 있는, 어디서도 맛볼 수 없던 독특한 기회를 제공한다. 시대 순으로 나열한 목록은 기록의 변화하는 물리적 형태를 반영한다. 역사적 기록들이 죽간·비단·비석·파피루스에 쓰인 최초의 기록들, 멋지게 인쇄된 원고, 손으로 쓰거나 타자로 친 종이 문서들, 그리고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한 컴퓨터파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독립선언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원본 원고를 살필 필요까지는 없지만, 수기로 작성된 원본 자체는 상징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살피는 행위는 의례와도 같은 성격을 띤다. 중요한 원본 기록에는 그 내용과 목적을 전달하는 ‘아우라’가 있어 그 기록들을 국가의 보호와 보존이 필요한 엄청나게 귀중한, 다시 말해 값을 매길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기록들은 국가의 정체성, 인권, 세상을 바꾼 전쟁, 부와 인구의 대규모 이동, 예술과 과학의 생산적 연구 같은 대규모의 역사적 개념들을 구현하고 기호화한다.”

 

스콧 크리스텐슨은 우리에게 100가지 문서를 제시하면서 가능한 한 저자의 해석을 배제하려 노력했다. 개인마다 고유의 해석에 방해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저자는 독자들에게 역사에 다가가고 그것을 이해하는 각자의 해석이 가능하게 했다. 

 

 

스콧 크리스텐슨

 

 

“과거는 현재와의 대화”라는 말 실감

 

“과거는 현재와의 대화”라는 E H 카의 말처럼 100가지 문서를 통해 독자들이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기록 가운데 일부는 확실히 역사의 경로를 바꾸어 놓았다. 함무라비 법전·마그나 카르타·미국 헌법 같은 법적 기록들이 그렇고, 알함브라 칙령·보름스 칙령·노예해방령 같은 통치자들의 칙령(勅令)들이 그렇다. 또한 사이크스 피코 협정·베르사유 조약처럼 잘 알려진 조약과 비밀 협약들, 사해(死海)문서나 쿠란 같은 종교서 등 다양한 문서들 역시 그렇다. 또한 대중문화와 현대 미디어에 영향을 끼친 아이콘과 같은 기록들, 이를테면 비틀스의 EMI 음반 계약, 최초의 TV 프로그램 편성표, 최초의 웹사이트와 최초의 트윗은 물론이고, 애플을 설립한 문서들도 있다. 각 기록은 한 편의 이야기를 전하고, 이들 가운데 많은 것이 다른 것들과 엮여 하나의 기록의 역사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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