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제발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씀하시죠!”
  • 유지만 기자·김헬렌 인턴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7.11 11:45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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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표창원 더민주,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등 설화로 진땀

 

20대 국회 시작부터 ‘설화(舌禍)’가 말썽이다. 왼쪽부터 조응천·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20대 국회 개원 직후 열린 6월 임시국회가 7월6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대 국회 첫 임시국회는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국회의장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 다른 원구성 관련 협상이 급격히 진전됐고, 그 덕분에 30여 년 만에 가장 빠른 개원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상임위 업무보고와 대정부질문, 본회의를 모두 소화했다는 점에서 ‘협치’를 강조한 20대 국회의 취지를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우선 쟁점 현안에 대한 진전이 더뎠다. 야 3당이 합의한 4대 청문회(어버이연합 의혹, 가습기 살균제 피해, 정운호 법조비리, 백남기 농민 부상)와 서별관회의·산업은행 청문회, 세월호특별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특권 내려놓기’와 개헌 문제에서도 이렇다 할 만한 진척이 없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여전한 ‘설화(舌禍)’다. 조응천·표창원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의원과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부적절한 언사로 지적을 받았다. 조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했다가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표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 제도에 대해 부적절한 인식이 드러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대정부질문 중 여당 의원에게 격한 발언을 했다가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설화를 접한 네티즌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조 의원에 대해선 비판이 주를 이루고 있는 반면 표 의원의 발언을 두고는 “정치인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과 “사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또 김 의원의 언쟁에 대해서도 비난과 옹호가 교차했다.

 

 

조응천, 미확인 내용 폭로 여론 뭇매 맞아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폭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케이스다. 조 의원은 5월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 당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추행 전력이 있는 김아무개 MBC 본부장이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조 의원은 “성추행 범죄에 대한 법원의 온정적 판결로 가뜩이나 국민들이 괴리감을 느끼는데, 성추행 경력자가 형벌기준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확인 결과, 성추행 전력이 있는 MBC 간부는 김 본부장이 아니라 베이징 특파원으로 내정된 김아무개 부장이었다.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점이 드러나자 조 의원은 다음 날 정정 보도자료를 내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조 의원의 잘못된 폭로는 ‘면책특권 포기’ 논란으로 번졌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반면 야당은 국회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인 면책특권을 제약해선 안 된다며 맞섰다. 

 

네티즌은 조 의원의 폭로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트위터 아이디 @choiXXX는 “초선의원 존재감을 드러내려다 넘어졌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는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gksXXX는 “초선이 너무 뜨려고만 하니 말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표창원 “잘생긴 경찰관 배치”에 비난 ‘쇄도’

 

표창원 더민주 의원은 7월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의 문제를 지적하던 중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최근 여고생과 경찰관 사이에 일어난 성관계 사건이 벌어지게 된 원인이 스쿨폴리스 제도의 허점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여학교에는 잘생긴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이 배치된다).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예견돼 있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여론의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언론은 바로 당일 표 의원의 발언 중 문제가 된 부분을 강조해서 보도했다. 또 여당에선 표 의원의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7월6일 이은재·신보라·전희경 등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은 “여성을 외모지상주의자로 폄하하고 남성을 외모지상주의자로 비하했다”며 표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했다.

 

당사자인 표 의원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숨기지 않았다. 그는 6일 오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표현 자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 점이 있었다. 반성하겠다”고 말했으나 같은 날 트위터에 “정치인의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국정과 민생을 어지럽히면 정레기, 언론의 특권을 이용해 악의적 기사로 진실을 왜곡한다면 기레기”라는 글을 올렸다. 정레기는 정치인과 쓰레기,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 합성어다.

 

조 의원에 이어 표 의원까지 설화에 휘말리자 더민주 지도부는 ‘내부 단속’에 나섰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조 의원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경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초선 의원들을 초청해 의정활동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시작부터 ‘설화(舌禍)’가 말썽이다. 왼쪽부터 조응천·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

 


 

온라인에선 표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스쿨폴리스 운영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것이었다는 옹호 주장과, 시스템 문제라는 본질을 흐리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주장이 맞섰다. 트위터 아이디 @LeeXXXX는 “잘생기면 관계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표 의원이 스스로 본질을 흐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MinXXX는 “평가 기준을 지적한 것인데 발언 부분만 발췌해서 왜곡보도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6월5일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대정부질문 중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과 충돌했다. 김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다소 강하게 질문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소리를 지르며 황 총리를 비호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이장우 의원에게 “대전의 이장우 의원, 대전 시민들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여당이 반발, 대정부질문이 중단됐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오후 대정부질문이 재개된 후 본회의장 연단에 올라 “저로 인해 본회의가 정회됐던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 또 대전 시민을 거론하는 등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서도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방해가 문제였다는 입장은 거두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 의원이 품위에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는 입장도 있지만, 국회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는 의원을 방해한 새누리당 의원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입장이 엇갈렸다. 페이스북 박XX은 “김동철 의원이 잘한 것은 없지만, 이장우 의원은 더 잘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동철 의원은 어린애처럼 떼쓰는 것 같다”(한XX), “질문자가 백번 옳은 말을 하는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방해한 것”(민XX)이라는 의견들이 서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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