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만원 한 장으로는 영화도 못 본다
  • 이은선 ‘매거진 M’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2 11:28
  • 호수 13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시간대별·좌석별 차등제로 사실상 영화 관람료 인상

7월6일 시민들이 서울 용산구 CGV 용산점에서 영화표 발권을 하고 있다.


 

이제 1만원짜리 한 장으로는 영화도 못 본다. 영화표 1만1000원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국내 3대 멀티플렉스가 모두 영화표 가격 조정에 나서면서다. 먼저 조정에 나선 CJ CGV(CGV)와 롯데시네마에 이어 메가박스까지 7월부터 신규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화관 관람료 변동은 지난 2014년 주중·주말 차등 요금제 도입 이후 2년 만이다. 2009년 주말 성인 기준 8000원이었던 관람료는 5년 새 2000원 올라 2014년 1만원 시대를 연 바 있다. 

 

1만1000원은 관객 수가 증가하는 주말 낮부터 저녁 시간대에 책정된 영화관람 가격이다. 매 시간 이 가격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멀티플렉스 3사는 시간대별로 가격을 촘촘히 나눴다. 이제 몇 시에 극장에 가느냐에 따라, 또 어느 좌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영화관람 가격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뮤지컬·연극·스포츠 경기 등과 달리 전 좌석 가격 통일 정책을 유지했던 극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좌석 가격 차등제’는 올해 3월부터 시행됐다. 업계 1위 CGV는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중 처음으로 이 정책을 도입했다. 2014년 1차 가격 다양화 제도를 도입하며 4단계로 나눴던 주중(월~목) 시간대를 6단계로 확대했다. 핵심은 시간대별과 좌석별로 가격이 다르게 매겨진다는 점이다. 구분이 다소 복잡한데,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격 인상을 위한 극장 측의 꼼수”

 

2D 영화 기준으로 10시 이전, 즉 이전의 조조상영 개념은 ‘모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가격은 6000원이다. 주간 시간대도 다양하게 나뉘었다. 10~13시까지는 ‘브런치’, 13~16시까지는 ‘데이라이트’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관객이 극장을 많이 찾는 16~22시까지는 ‘프라임’으로 변경됐다. 심야 시간대 역시 세분화했다. 22~24시까지는 ‘문라이트’, 24시 이후는 ‘나이트’로 구분된다. ‘모닝’부터 ‘프라임’까지는 시간대별로 1000원씩 가격이 올랐다. 반대로 ‘프라임’ 이후 ‘나이트’까지는 1000원씩 가격이 낮아진다. 

 

소비자들의 반감이 한층 심했던 정책은 좌석 등급제다. 상영관 좌석 구역마다 등급을 매겨 가격을 차등화한 것이다. 앞좌석은 ‘이코노미존(Economy Zone)’, 중간열 좌석은 ‘스탠더드존(Standard Zone)’, 관객 선호도가 높은 뒤쪽 좌석은 ‘프라임존(Prime Zone)’으로 나뉘었다. 가격은 중간열을 중심으로 앞쪽은 1000원 낮게, 뒤쪽은 1000원 높게 책정됐다.

 

롯데시네마도 비슷하다. 10시 이전은 ‘조조’, 10~13시는 ‘일반’, 13~23시는 ‘프라임’, 23시 이후는 ‘심야’로 가격이 조정됐다. 주중 가격 9000원인 ‘프라임’을 중심으로 ‘일반’과 ‘심야’에는 2000원 더, ‘조조’는 1000원 더 추가 할인된다. 여기에 주말 및 공휴일 가격은 조금 다르다. 롯데시네마 측은 아직 좌석 요금 차등제가 없지만, “시행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멀티플렉스 3사 중 가장 늦게 요금 제도를 변경한 메가박스는 주말 일반 시간대 요금 1만1000원, 심야는 6000원에서 9000원까지 다양하게 조정된다. 주말 요금 역시 평균 1000원 인상된다. 메가박스는 조조(10시 이전), 주간(10~14시), 일반(14~23시), 심야(23시 이후)까지 4단계로 나눴던 시간대를 조조(11시 이전), 일반(11~23시), 심야(23시 이후) 3단계로 줄였다. 매주 화요일 오픈부터 14시까지 메가박스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6000원에 관람할 수 있는 ‘마티네 요금제’, 초등학생의 경우 전 시간대에 6000~7000원으로 관람이 가능한 ‘어린이 요금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멀티플렉스 3사의 공통적 입장은 “관람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고, 선택의 폭을 넓혀 관람환경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관객이 자신의 관람 상황에 맞춰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도록 조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 반응은 어떨까. 관객 대부분은 “가격 인상을 위한 극장 측의 꼼수”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3월3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1주일(3월3~9일)간 CGV 5개 상영관(영등포·용산·강동·구로·왕십리)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에 상영된 《귀향》과 《주토피아》 예매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가격을 내린 ‘이코노미존’보다 가격을 올린 ‘프라임존’의 예약률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주말의 경우 ‘이코노미존’ 좌석 예약률은 5.3~19.5%인 반면, ‘프라임존’ 좌석 예약률은 45.5~60.3%로 집계됐다. 가격 인상 효과는 좌석당 430원이었다. 한국소비자단체협회는 “관객은 선택권 확대보다 실질적 가격 인상으로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사기간이 1주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 및 좌석 차등제로 인한 멀티플렉스의 수익률은 연간 단위로 치면 더 늘어날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배급사와 극장 나눠 갖는 비율도 검토해야

 

CGV가 처음 관람료 차별화 정책을 내세우며 근거로 든 것은, 2014년 7월에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복합상영관 이용경험 소비자 조사’ 결과다. 이 결과에서 조사 대상자의 77.2%는 관람료가 비싸 영화 관람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또한 상영관 내 좌석의 위치에 따라 관람료를 다르게 책정하는 ‘좌석별 차등 요금제’ 도입에 대해서 65.2%가 찬성했다. 스크린에서 거리가 가까워 상대적으로 관람이 불편한 앞 구역 좌석을 일정금액 할인해주는 방안을 선호한 것이다. 결국 멀티플렉스의 가격 정책은 조삼모사에 가깝다. ‘앞 구역 좌석 할인’을 요구하는 관객의 바람과 달리 실질적 가격 인상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해외는 어떨까.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좌석 차등제 개념 자체가 없다. 극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낮 시간대인 마티네(matinee)와 저녁(evening)을 나눠 2~3달러가량 차이 나는 요금을 받고 있는 정도다. 그나마 학생 및 노인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본은 일반 관람료 약 1800엔을 기준으로 20시 이후 심야 시간대에는 요금을 할인한다. 매월 1일 영화의 날 등에도 할인을 적용한다. 호주와 독일 등에서는 가족 이용권(성인 2인과 소인 2인을 묶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 영화의 날 할인 등 다양한 관람료 할인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은 극장 부율 문제다. 부율은 극장 매출을 배급사와 극장이 나눠 갖는 비율이다. 2013년 7월1일 동반성장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경우 부율은 55(배급사):45(극장)다. 외화는 50:50이다. CGV·롯데시네마와 달리 메가박스는 한국영화 부율을 여전히 50:50으로 책정하고 있다. 인상된 금액에서 나온 수익이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비용’이 아닌 극장 배불리기 용도로 쓰인다면, 현재와 같이 복잡하고 비싸기만 한 가격 정책을 환영할 관객이 몇이나 될까.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