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자제한다던 박근혜 정부 원칙은 어디로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7.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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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J·한화·효성 등 재벌 총수들 특별사면 예상돼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7월11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광복 71주년을 맞이해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어렵고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거운 상황에서 국민의 역량을 모으고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특별사면을 실시할 것”이라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주요 경제인들이 사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재벌 총수들이 대거 사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사면권 행사 제한’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특별사면권 행사에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고, 2015년 4월에는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고(故)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이 문제 되고 있다”며 경제인 특별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몇 달 후인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비리를 저지른 기업인 14명을 사면했다. 2014년 재벌과 정치인을 배제하고 특별사면을 단행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재벌 중 일부를 포함시킨 특별사면을 진행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박 대통령은 직접 광복절 특별사면 이유로 ‘경제 살리기 차원’을 강조하면서 재벌 총수들의 사면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특별사면 결정은 지난 7월8일 새누리당 청와대 초청 오찬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광복절 특사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통합 분위기 진작을 위해 분야별로 규모 있는 특별사면을 조치해 줄 것을 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특별사면이 이루어진 경우는 2014년 1월 설 명절특사(5925명), 2015년 8월 광복절특사(6572명)로, 이번 특별사면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다.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정해진 사면 대상자를 대통령에게 보고해 재가를 받은 뒤,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면 대통령이 결과를 공포하게 된다.

이번 특별 사면 대상자로 거론되는 기업인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현재현 전 동양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4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지난 해 특별사면에도 이름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창조경제 활성화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 온 점 등을 볼 때 사면이 유력하다는 것이 재계의 대표적인 평가다.
 

국회 의사국 내부자료에 예상된 주요 특별사면 대상자 예상명단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4년 2월 징역3년6월의 실형이 확정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은 10월 말 출소를 앞두고 있다. 형기 대부분을 채웠기 때문에 사면에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은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지만 상고를 포기할 경우 형이 확정돼 이번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나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은 상고심이나 항소심이 진행 중으로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 사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총수들의 존재와 기업 운영, 조직 개편 및 신규 사업 진행 등이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놓고 볼 때, 이번 특별사면이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 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된 이후 현 정부의 창조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온 것처럼 해당 기업들이 정부에 득이 되는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경제적 어려움을 사면의 가장 큰 근거로 든 점에 대해 야당은 ‘경제살리기 명분을 앞세워 재벌 총수들을 대거 사면하려는 밑작업이 아닌지’를 우려하고 있다. 임기 후반 레임덕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사면카드를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강선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대통합의 계기를 만드는 것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찬성한다”면서도 “이를 방패삼아 재벌 대기업이나 경제인 위주의 사면이 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박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올해도 비리 기업인들을 구제하려는 발상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사면권 제한 약속을 떠올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YTN과의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가 주로 재벌 총수들의 선의에 의한 투자를 염두에 두시고 있기에 이분들을 사면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분들 모두 박 대통령이 말한 대기업 지배 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분들이다. 이분들이 제 형량을 사는 것이 법치이고 경제 정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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