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
  • 일본 오사카=이철현 기자 (lee@sisabiz.com)
  • 승인 2016.07.14 15:30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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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일본 최고의 석학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大 교수 “로봇에 의지와 욕구 심는다”

6월25일 정오, 일본 오사카에는 가는 비가 추적였다. 오사카대학 교문 앞에서 만난 학생에게 “이시구로 히로시(石黑浩) 교수와 약속이 있다”고 말하자 그 학생은 바로 이시구로 교수 연구실이 자리한 시스템혁신 연구동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오사카대 학생치고 이시구로 시스템혁신과 교수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이시구로 교수는 오사카대 못지않게 휴머노이드(인간과 비슷한 로봇) 분야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2005년 여성 안드로이드 ‘리플리Q1’을 아이치 엑스포를 통해 발표하면서 학계에서 주목받았다. 2008년에는 자기와 닮은 로봇 ‘제미노이드’를 발표했다. ‘텔레노이드R1’이란 통신 로봇도 선보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08년 다큐멘터리 시리즈 《빅 아이디어스(Big Ideas)》에서 제미노이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아시안사이언스매거진은 2011년 5월 이시구로 교수를 ‘주목해야 할 아시아 과학자 15인’에 선정하기도 했다. 


기자가 방문한 오사카대 시스템혁신동 연구실 안에는 이시구로 교수와 똑같이 생긴 로봇 제미노이드가 눈을 깜빡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시구로 히로시 일본 오사카대 교수(오른쪽)가 자기와 닮은 로봇 ‘제미노이드’와 나란히 앉아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실 로봇에 관심이 없다. 난 인간에 대해 흥미를 느낀다. 나 자신과 인간을 탐구한다. 로봇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다. 로봇 연구자들은 로봇의 기계적 특성이나 인공지능 등에 관심을 가진다. 나는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인간 언어의 애매모호한 속성 탓에 인간과 소통하기도 힘들었다. 그 물음을 담고 평생 살았다. 그러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로봇을 연구하게 됐다. 

 


장기적으로 로봇 연구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인간에 대한 이해다. 마음·인식 등 인간의 깊은 내면을 이해하려 한다. 로봇은 인간의 복사물이다. 인간이 지닌 내적 속성, 즉 지각·의식을 로봇 지능에 실현하는 과정에서 인간 내면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인간 내면을 이해해야 로봇의 지각과 감성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러면 로봇이 아니라 인간 두뇌를 전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두뇌가 인간의 전부는 아니다. 신경 체계만 공부해선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두뇌만 연구해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딥러닝·머신러닝 등 인공지능 영역은 두뇌 연구에 기초한다. 인간 뇌의 신경체계를 베껴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한다. 딥러닝도 뇌의 의식적·무의식적 기제를 흉내 낸 것이다. 내 연구는 이와 다르다. 다른 사람이 하는 연구 영역엔 관심이 없다. 난 전혀 다른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 물리적 실체를 가진 로봇이 인간 내지 다른 로봇과 상호작용하면서 얻게 될 존재감이나 감성적 특질에 흥미를 느낀다. 

 


당신의 로봇은 무엇이 특별한가. 


난 인간처럼 생기고 사고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로봇의 외관은 중요하다. 로봇이 인간처럼 생기면 강한 존재감을 준다. 이에 내 로봇은 인간과 닮았다. 생김새·행동·메커니즘(기제) 등 여러 면이 인간과 비슷하다. 내가 죽어도 제미노이드가 날 대신하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은 제미노이드를 통해 날 기억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은 발전하지 않았다. 신경 네트워크의 폭이 확장됐을 뿐이다. 기본 개념은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이 기술은 20년 전과 비교해 새롭지 않다. 음성인식·시각정보 해석 등 딥러닝 기술은 기존 기술의 확장판일 뿐이다. 물론 딥러닝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면 로봇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처럼 보고 말하고 똑똑해질 수 있다. 지금 당장은 로봇에 의도와 욕구를 심는 것이 과제다. 로봇 내면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 로봇이 의도와 욕구를 가질 때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이시구로 교수는 의향·욕구 등 일종의 감정 상태를 로봇 내면에 탑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페퍼’ 같은 소셜 로봇과 당신 로봇 간의 차이는.


다를 게 없다. 우리도 페퍼 같은 소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또 인간과 닮은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휴머노이드와 함께 기계 모양의 로봇도 만들고 있다. 

 

 


로봇을 상용화할 생각은 없나. 

 

로봇을 상용화하기 위해 2000년 벤처를 설립했다. 지금은 취미 로봇 시장이 가장 크다. 지금 수요가 늘고 있는 안내 로봇이나 반려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수요 변화나 시장 상황에 맞춰 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려 한다. 

 


당신의 로봇은 시각 정보를 얼마나 이해하나. 


데이터 입력량에 달렸다. 시각적 정보를 해독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양을 투입하면 로봇은 해당 정보를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다. 딥러닝이나 머신러닝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도 빅데이터 기술 덕분에 늘어난 데이터양 덕분이다. 인공지능은 학습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양을 확보하고 있다. 내 로봇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로봇의 지능은 결정된다. 다만 이해 내지 인식이라는 단어를 우리가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로봇은 인간을 복사한다. 인간의 인지 기제를 정확히 모르는데 우리가 그 복사물인 로봇을 이해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로봇 해킹에 대한 우려가 있다. 


컴퓨터와 마찬가지다. 보안 프로그램을 깔면 된다. 그것마저 찜찜하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다. 해킹이 걱정되면 로봇을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로봇으로 얻을 수 있는 효용과 해킹으로 인한 피해 가능성 및 범위를 비교해 선택하면 되지 않겠나. 해킹은 새로운 위협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위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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