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역사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7.15 16:11
  • 호수 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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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꼴을 보면 이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IMF 때가 연상됩니다. 5조원대 분식회계 사기로 연일 뉴스를 터뜨리는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거론되지만 진척이 없는 것도 그때와 흡사합니다. 요즘 시중엔 이대로 가다간 IMF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도 5월31일 한 회의에서 현 한국의 기업 상황을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라고 정의하며 “1997년과 같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하루아침에 부도를 겪으며 실업자를 쏟아내는 급성 위기가 아니라 산업 기반이 서서히 붕괴해 실업자를 쏟아내는 만성 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의 진단이 맞다면 이건 더 안 좋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외부에 있습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우선 남북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고 핵무기 성능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북한이 핵을 쏠 수 있는 대상은 남한은 물론 일본, 미국과 믿어지지 않겠지만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됩니다. 북한은 정말로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고, 추세를 보면 그날이 머지않은 듯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7월8일 전격 발표한 것도 동북아 정세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 지속돼온 한·중 밀월(蜜月)은 이로써 끝났습니다. 이제부턴 그 반대가 될 공산이 큽니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결구도가 고착화되는 거지요. 


아시다시피 미국은 이미 G2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쪽의 일본부터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의 나라들과 유대를 강화해 대중(對中) 포위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입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일본은 미국의 의도를 눈치채고 가장 먼저 미국 쪽에 붙었습니다. 미국은 전범국가였던 일본의 족쇄를 하나둘 풀어주고 ‘최고 맹방(盟邦)’으로 격상시켜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견제해줄 줄 알고 지난해 미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결과는 최악이었습니다. 한국은 못 믿을 나라로 미국에 찍혔고, 중국은 북한 견제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북한은 핵개발 할 시간을 벌었습니다.


가장 두려운 상황은 일본이 7월10일 참의원 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국법상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거듭나는 일입니다. 북한 급변사태 시 남한엔 일본군이, 북한엔 중국군이 진입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우리가 국론을 모으고 부국강병을 추구하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는 있습니다. 구한말의 조선과 지금의 대한민국은 처한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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