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패권 겨루는 신냉전 무대 ‘남중국해’
  • 홍순도 아시아투데이 베이징지국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9 11:19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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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슈퍼 파워 美·中,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긴장 고조

중국과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각국이 벌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이 7월12일 사실상 중국이 완패한 것으로 나옴에 따라 이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을 사실상 뒤에서 전면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긴장 및 갈등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일촉즉발의 무력 대치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우선 중국은 판결이 내려지기 전부터 대외적으로 천명했듯 PCA의 결정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아니 더 나아가 남중국해 일대가 자국의 영토라는 사실을 재차 주장하기 위해 매년 수시로 2~3차례 가까이 실시했던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더욱 빈번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과 베트남, 최악의 경우 이들 국가의 후원 세력을 자임하는 미국과 최고 수준의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싶다. 

 

 

중국 해군이 레이더를 주시하고 있는 모습


 국지전 발발 등 최악의 상황 가진 않을 듯


미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PCA의 판결 이후 남중국해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극한 대립을 우려, 일단 중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양측에 대한 중재에 나섰으나 중국의 무력시위가 도를 넘는다는 판단이 선다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미국은 어떻게 보면 말리는 시어머니의 입장이나,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이 도래할 경우 자연스럽게 딸에 해당하는 동남아 국가들 편을 들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영유권 분쟁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중국의 동남아 각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강화될 때마다 항모 등을 파견, 맞불을 놓고는 했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일촉즉발의 개연성이 농후해진 것은 사실이나 국지전 발발과 같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는 것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해야 한다. 우선 중국은 국지전이 될 수밖에 없을지라도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이 정말 두렵다. 더구나 일방적으로 몰리기라도 하면 그 상처는 상당히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쌓아뒀던 G2의 이미지는 완전히 신기루처럼 사라질 뿐 아니라 각종 굴기(崛起·우뚝 일어섬), 이를테면 군사·경제·스포츠 굴기 등의 행보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차라리 굴욕적이더라도 꾹 참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곧 막을 내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이 중국과는 가능하면 ‘조용한 외교(quiet diplomacy)’로 양국의 현안을 풀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사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해야 한다. 더구나 미국은 곧 정국이 대선 모드로 돌입해 중국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일 수 있다. 이에 대해 런민(人民)대학 정치학과 팡창핑(方長平) 교수는 “미국도 중국과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바라지 않는 사태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면 미국은 정말 곤란해진다. 대선 일정을 비롯한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중국은 이라크나 리비아 같은 나라가 아니다. 국력 낭비도 적지 않을 것이다”며 미국도 중국과의 긴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경우 양국 모두 망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글로벌 슈퍼 파워로서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중국이 1년에 수차례씩 남중국해 일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최근 남중국해에 핵항공모함 ‘USS 로널드 레이건’호 등 미군 함선 7척을 집결시킨 것 역시 마찬가지로 보인다.


그렇다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경우 어느 쪽이 우세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야 한다. 역시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다.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지난 세기와 비교할 경우 그야말로 괄목상대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우선 사정거리 최장 1만2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41의 실전배치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1도 조만간 즉시 전력으로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한 척뿐인 항공모함도 올해 말에는 두 척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7월8일 중국군이 하이난군도와 시사군도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양국 긴장 극적 해소될 가능성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미국에는 역불급(力不及)이라는 평가다. 런민대학 팡 교수의 말처럼 중국이 이라크나 리비아는 아니나 골리앗 미국을 넘보기에는 아직 힘이 부친다고 봐도 좋은 것이다. 더구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여론도 중국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 


현재 상황이 백척간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기는 하나, 양국의 긴장이 극적으로 해소될 방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남중국해에서의 양국 이익을 서로 존중하고 한 걸음씩 물러서는 것이다. 또 중국과 동남아 각국이 분쟁과 관련, 협상 테이블을 차리고 대화를 통해 남중국해의 평화적 이용 등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도 이상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PCA 역시 이런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7월12일의 판결을 내리지 않았나 보인다. 


그러나 남중국해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는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는 중국으로선 이런 방안들이 전혀 소망스럽지 못하다. 만약 받아들였다가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리더십이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 공산당의 권위 역시 일정하게 실추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국지전도, 협상도 원하지 않을 경우 지금의 자세를 계속 견지할 수밖에 없다. 필리핀 등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면서 미국과의 긴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역시 조용한 외교를 추진하려는 입장이기는 하나, 중국이 이렇게 나올 경우 현재의 기조를 바꿀 까닭이 없다. 남중국해가 졸지에 중국과 미국이 패권을 겨루는 신냉전의 무대로 자리 잡게 된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해 김인규 베이징대학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남중국해는 과거 미국에 중요한 전략지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이 금세기 들어 아시아 회귀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달라졌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해도 좋다. 중국에는 무지하게 불쾌한 일이겠으나 글로벌 리더 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엔 이게 자국 이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충돌은 불가피하다”며 이제 남중국해가 미·중이 패권을 겨루는 신냉전의 무대가 됐다고 단언했다. 


중국과 미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국 배치 문제로도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문제 역시 양국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당연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양국의 긴장과 갈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가 미·중이 패권을 겨루는 신냉전 무대가 되는 것은 거의 운명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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