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게이트'는 왜 '우병우 의혹'이 됐나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7.19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작은 2016년 3월이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3월25일 고위 공직자 2328명의 2015년 재산 현황을 공개했다. 여기에서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장은 단연 두드러졌다.

진경준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3학년 때 사법시험을 패스했고 이듬해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동기들 중 가장 잘 나가는 검사였다. 그런 그의 재산증가액은 무려 156억 5600만원이었고 그래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진경준 검사장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게임회사 넥슨의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원에 처분했다. 전체 재산은 지난해 12월 말 현재 156억5600만원으로 신고했다. 검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주식을 통해 거액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점차 따가워지고 있다.


핵심 의혹은 넥슨 주식의 매입 가격이다. 사실 이 부분을 설명하면 현재 제기되는 의혹은 한꺼번에 모두 풀릴 수 있지만 진 검사장은 입을 다물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사들였던 지난 2005년에는 이 주식이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정확한 거래 가격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 2016년 3월30일 노컷뉴스(바로가기)

 

흥미로운 대목은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매입 시점이었다. 상장되기 전인 2005년에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넥슨은 수익성 좋은 우량 게임업체였지만 상장되지도 않았고 장외 주식 거래도 물건 자체가 거의 없던 시점이었다. 


의혹이 불거지자 투기자본센터는 진 검사장을 고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진 검사장의 검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4월18일 검찰은 투기자본센터의 고발 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투기자본센터는 뇌물수수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의를 표명한 진 검사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선 진상규명, 후 사표수리' 원칙을 내세웠다. 그래서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5월16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진 검사장이 주식취득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했다며 법무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주식대박’ 논란을 빚고 있는 진경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주식취득자금의 출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징계를 법무부에 요구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16일 회의를 열고 진경준검사장의 재산신고사항에 대한 심사결과를 의결하면서 일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소명을 이유로 공직자윤리법 제22조 제3호에 따라 소속기관인 법무부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사항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공직자윤리법 22조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소명요구에 대하여 거짓으로 소명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한 경우 해임 또는 징계의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 5월17일 경향신문(바로가기) 

 

왜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매입하게 해줬을까. 과거 사건에서 진 검사장이 넥슨 뒤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었다. 넥슨은 게임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크고 작은 여러 건의 송사에 휘말렸는데, 그럴 때 진 검사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넥슨은 2011년 11월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의 백업 서버가 해킹돼 전체 이용자 1800만명 중 132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수사를 받았다. 수사를 맡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듬해 5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아무개 전 넥슨코리아 대표 등을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하지만, 검찰은 그해 8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무혐의 처분을 한 수사 부서의 부장검사는 진 검사장과 2000년대 중반 법무부 검찰과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무혐의 처분 당시 진 검사장은 인천지검 차장검사로 근무했다.


진 검사장은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으로 근무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주가연계증권(ELS) 조작 사건, 바이오 벤처기업 주가 조작 사건 등 다양한 주식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했다. 넥슨은 ‘게임 끼워팔기’ 의혹 등으로 피시방협회와 업주 등에 의해 수차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 당했지만, 대부분 기각된 바 있다.


- 2016년 6월6일 한겨레신(바로가기)

 

진 검사장과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회장의 관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둘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막대한 주식을 매입하게 해 준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진 검사장은 출국 금지가 됐다. '은둔의 경영자'라고 불리며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극구로 꺼렸던 김정주 회장도 7월13일 검찰에 소환됐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05년경 진 검사장에게 당초 주식 매입자금 4억2500만 원을 그냥 줬다. 이후 진 검사장에게 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진경준 검사장(49)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매매로 120억 원대의 이익을 안겨줬다. 진 검사장도 13일 오전 검찰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김 회장이 준 돈으로 주식을 샀다. 4억2500만 원을 김 회장에게 갚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진 검사장이 원래부터 주식 매입대금 자체를 김 회장에게서 받아 120억 원대 시세 차익을 챙긴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진 검사장을 1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진 검사장에 대해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2016년 7월14일 동아일(바로가기)

 


김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는 날인 7월13일. 진 검사장도 검찰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주식 매입 자금을 김 회장으로부터 받았으며 넥슨이 리스한 제네시스 차량을 제공받은 사실도 시인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7월14일 검찰은 진경준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는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된 의혹이다. 넥슨코리아가 우병우 수석의 처가가 보유했던 1300억원대의 부동산을 매입해줬던 것으로 7월18일 <조선일보>가 보(바로가기)하면서 부터다. 


진경준 검사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 책임자가 우 수석이었다. 진 검사장과 넥슨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부동산 매입에서 중간다리를 한 역할이 진 검사장이 아니냐, 그래서 우 수석이 인사 검증에서 진 검사장의 넥슨의 주식 보유를 문제 삼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진 검사장의 재산공개가 가져온 나비효과는 이렇게 태풍이 됐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