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자동차 생태계 바꾼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7.25 16:25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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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커넥티드카 개발 위해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과 협업…삼성·LG도 BMW·폴크스바겐과 공동 개발

 

지난 1980년대 초 국내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던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전격 Z작전》이 그것이다. 주인공(데이비드 핫셀호프)이 자동차와 연결돼 있는 손목시계로 ‘키트’를 외치면 곧바로 자동차가 도착한다. 자동차 스스로 말을 하고 주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운전자가 위험에 처하면 스스로 분석·판단해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꿈의 자동차인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나 봤던 이 기술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차량의 시동을 걸고, 전기차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자동차는 평소 운전자의 습관에 맞춰 차량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한다.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커넥티드카란 자동차에 IT(정보기술)를 접목해 인터넷에 연결하고, 외부에서도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미래형 자동차를 일컫는다. 현재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자율주행차 역시 마지막 단계인 ‘고도화된 자동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커넥티드카 기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 연구소 직원들이 차량 네트워크 관련 부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2025년 모든 차량 커넥티드 시스템 적용


커넥티드카 시대가 본격화되면 기존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통째로 바뀔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과거 휴대폰이 커넥티비티 기술을 흡수해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것과 같은 원리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엑센츄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하위 단계의 커넥티드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은 전체 자동차의 35%에 이른다. 2025년에는 모든 차량이 고도화된 커넥티드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관련 매출 역시 지난해 3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5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 경쟁적으로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 않는 분위기다.


구글은 2014년 1월 현대차·아우디·GM·혼다 등 기존 완성차업체들과 커넥티드카 개발 연합인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구성했다. 그 결과,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최근 출시했다. 운전자는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음악감상이나 문자메시지 보내기, 지도 활용,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게 됐다. 현대차는 2015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쏘나타에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했다.


애플도 현재 ‘카플레이’를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카플레이가 장착된 차에 아이폰이 연결되면 음성만으로 전화번호부를 검색해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약 150만 대의 차량이 두 회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률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완성차업체들도 커넥티드카 개발에 적극적이다. GM은 현재 ‘온스타(On star)’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긴급구조 요청(e-call)과 원격 차량진단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자율주행기술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인수했다. 도요타는 지난 1월 빅데이터 센터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2017년부터는 차량 데이터 수집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글로벌 범용 통신단말기를 자사 자동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BMW는 최근 열린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사람과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프리미엄 모빌리티’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폴크스바겐은 2020년까지 모든 모델이 스마트폰과 연동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완성차업계와 IT업체의 제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세계 최대 장비업체인 시스코와 손잡고 커넥티드카 공동 개발에 나섰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하이브리카 및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등을 개발하면서 독자 노선을 걸어왔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커넥티드카 개발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척 로빈스 시스코 CEO와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이번 협업은 현대차가 주도하는 미래 커넥티드카 및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조기에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글로벌 가전업체들과 추가 협업도 고려 중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분야 기술은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자칫하면 미래 개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스마트 홈이나 스마트 오피스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가전업체들과의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에도, 포드는 아마존과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폴크스바겐은 LG전자와, BMW는 삼성전자와 커넥티드카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볼보와 르노닛산은 마이크로소프트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커넥티드카 개념도


 


현대차 “해킹 우려에 대한 보안 대책 마련”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커넥티드카 상용화로 중요 데이터의 이동량이 급격히 커지는 데다, 외부 연결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해킹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는 지프 ‘체로키’와 GM 텔레매틱스 시스템 ‘온스타’가 해킹당했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전기차 ‘리프(Leaf)’는 제어용 앱을 통해 보안망이 뚫리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올해 3월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커넥티드카)에 대한 해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동차의 경우 해킹이 돼서 오작동할 경우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 기술뿐 아니라 보안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미 외부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을 마련했다”며 “필요하다면 “보안기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전문 기업과 협업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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